그치지 않는 게임 속 ‘성 혐오’... 젠더 갈등에 불똥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소개 영상 속 특정 손동작으로 ‘남성 혐오’논란 [출처 : 넥슨]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소개 영상 속 특정 손동작으로 ‘남성 혐오’논란 [출처 : 넥슨]

[일요서울 ㅣ 이지훈 기자] 넥슨의 대표 RPG 게임 '메이플스토리'가 리마스터 직업인 엔젤릭버스터 소개 영상 속 특정 손동작으로 ‘남성 혐오’논란에 휩싸이면서 창사 이후 최악의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지난 여름 대형 이벤트를 통해 ‘뉴에이지’로 많은 신규 유저와 타 경쟁 게임사의 각종 이슈로 이탈한 유저들까지 유입되면서 전성기 시절의 영광을 누리던 가운데 ‘남성 혐오’에 휘말려 기업 이미지는 물론 게임 이미지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해졌다. 

- “페미 그만둔 적 없어... 스리쓸쩍 페미 계속해줄게~”  
-  “그거 하나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면서 일하고 있다”


넥슨에 따르면 ‘메이플스토리’는 지난 11월 16일 엔젤릭버스터(게임 속 직업)을 리마스터(캐릭터 일러스트와 스킬 이펙트(효과) 등을 조금 더 발전시킨 비주얼을 선 보이는 작업)했다. 

문제는 이 캐릭터의 애니메이션 홍보 영상에서 ‘남성 혐오’에 사용되는 손동작이 등장한 것이다.  엄지와 검지를 구부려 집게처럼 만든 것으로, 한국 남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조롱하는 의미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의 게임 홍보 영상에서 이러한 집게손이 등장하자 남성 이용자들이 '남혐'이라며 들고 일어났다.

한 누리꾼은 "'남성혐오집단' 에서 '컨텐츠테러'를 한거다. 또한 이들은 맹목적으로 타인을 혐오하고 그것을 드러냄에 있어서 일련의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는 그런 문화, 그리고 그런 것들을 몰래 드러내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사람 즉, '컨텐츠 테러리스트'라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한다. 

사태가 겁잡을 수 없이 커지자 김창섭 국내 ‘메이플스토리’ 디렉터는 ‘남성 혐오’ 논란이 터지자 지난달 26일 긴급라이브방송을 통해 “현재 이슈로 인해서 불편한 감정을 느끼셨을 모든 용사님께 메이플스토리 대표하는 디렉터로서 진심을 담아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방송을 시작했다.

그는 “맹목적으로 타인을 혐오하는 것에 있어서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고, 그런 문화를 몰래 드러내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에 대해서 저와 메이플스토리가 얼마나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는지 입장을 말씀드리는 것이 오늘 방송에서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현 사태의 문제점을 규탄했다.

-고의적인 '남성 혐오'?

‘남성 혐오’ 손동작이 차용된 영상을 제작한 스튜디오 뿌리는 같은날 오후 자신들의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식 사과 및 입장문을 게시했다. 이 입장문에는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손동작이 저희가 작업한 영상 곳곳에 들어갔다는 의혹이 있다. 이는 동작과 동작 사이에 이어지는 것으로 들어간 것이지 의도하고 넣은 동작이 아니다”라며 ‘남성 혐오’ 의혹을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성난 유저들의 민심은 사그라들지 못했다. 해당 입장문이 게시되자 문제 책임 회피성이 강하다고 느낀 유저들이 “누가 봐도 티 나는 건데 아니라고 발뺌부터 하네”라고 하며 한 게임 커뮤니티 갈무리에서 수많은 질타를 받았다.

이후 영상작업에 참여한 직원이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남성 혐오’를 뜻하는 손가락 동작을 넣은 것으로 사실이 확인돼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후 스튜디오 뿌리는 재차 트위터를 통해 2차 입장문을 공개했지만 1~2시간 안에 글을 삭제했다.

일요서울이 해당 입장문을 입수해 확인해 본 결과 입장문에는 “ ‘의도가 아니’라고 하는 안일한 태도로 또 실망하게 했다”고 운을 뗐다.

장선영 스튜디오 뿌리 대표 입장문 [출처 : 커뮤니티 갈무리]
장선영 스튜디오 뿌리 대표 입장문 [출처 : 커뮤니티 갈무리]

문제가 됐던 해당 스태프는 개인 SNS에 “남자 눈에 거슬리는 말 좀 했다고 SNS 계정 막혀서 몸 사리고 다닌 적은 있어도 페미를 그만둔 적은 없다. ㅇㅇ 은근슬쩍 스리슬쩍 페미 계속  해줄게” 등 페미니즘 관련 발언이나 그것을 지지하는 리트윗을 게재했다.

이러한 발언과 함께 장선영 스튜디오 뿌리 대표는 “문제가 지적된 특정 작화 등으로 인해 자사에서 만든 타사의 모든 영상이 특정 성별을 혐오하는 작품으로 평가하기 시작하는 것에 대해 퇴사를 결정했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책임을 진다고 밝혔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갈무리에도 한 넥슨 직원이 이번 사태에 대해 강하게 규탄했다. 글쓴이는 “게임은 한 명만 만드는 게 아니다. 여러 명이 오랜 시간 만드는 결과물”이라며 “혼자만의 사상을 은근슬쩍 끼워놓고 해결은 왜 남한테 바라는 건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그거 하나 때문에 관련 유관부서, 담당 인력이 고생하고 수십 명이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분들, 동료들에게 죄책감을 느끼면서 일하고 있다”며 토로했다. 현재 이 게시글은 삭제됐다. 

한편 넥슨 측의 발빠른 대응에도 여전히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신남성연대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스튜디오 뿌리가 해당 페미 직원 해고와 확실한 법적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사무실 앞에서 농성과 단식 투쟁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박스] GS편의점ㆍ무신사ㆍBBQ광고에서도 ‘남성혐오’ 논란

‘남성 혐오’ 문제는 메이플스토리가 처음이 아니다. GS편의점 광고, 무신사 광고, BBQ광고에서도 ‘남성혐오’ 문제가 불거지면서 골머리를 앓았다. 

앞선 2021년 4월 편의점 GS25가 공개한 캠핑 이벤트 포스트에 쓰인 손 모양이 ‘남성 비하 제스처’라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불매 운동으로까지 번졌다. 당시 GS25는 공식 SNS에 올린 사과문을 통해 "디자인 일부 도안이 고객님들께 불편하게 할 여지가 있는 이미지라고 판단하여 즉시 디자인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논란이 되는 영어 문구는 포털사이트 번역 결과를 바탕으로 표기했다"며 "이미지 또한 검증된 유료 사이트의 디자인 소스를 바탕으로 제작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무겁게 받아들여, 앞으로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더욱 세심한 검토와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논란이 된 홍보 포스터를 만든 디자이너도 징계받았으며, GS리테일 마케팅팀장도 보직 해임된 뒤 다른 부서로 발령 났다.

2021년 4월 26일 공개된 무신사 x 현대카드 물물교환 이벤트 이미지 속 카드 잡는 손의 형태가 특정 성별의 차별과 혐오의 상징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무신사는 해당 ‘남성 혐오’ 포스터에 관련해 “이미지 제작 시 이벤트를 정확히 알리고자 하는 것 이외에 어떤 다른 의도도 없었다”라고 자신들의 결백을 밝혔다.

‘카드 잡는 손’의 이미지에 대해 “오랜 기간, 국내외를 막론하고 작은 물건을 잡는 이미지에서 일반적인 구도로 활용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물교환이라는 주제에 맞게 물건을 교환하는 이미지를 중심으로 최종 래퍼런스 이미지가 좁혀졌다. 이때 카드와 상품을 교환하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카드를 잡는 손 모양 이미지가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2021년 5월 BBQ의 메뉴 ‘소떡’ 이미지에 포함된 손 모양이 남성 혐오를 나타내는 특정 손동작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불거졌었다. 당시 BBQ는 “현재 유관부서를 통해 경위 등을 확인하고 있으며 이 시간 이후 과거 모든 제작물에 대해 철저한 전수조사 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것을 삭제하겠다”라며 “또 문제가 발견될 경우 강력히 조치하겠다. 유사한 문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한 검토를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파악되지 못한 부적절한 이미지에 대해서도 삭제 조치하겠다”라며 “앞으로 고객의 소중한 의견을 적극 수렴해 발전하는 BBQ가 되겠다. 더 큰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고 신중한 자세로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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