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SK스퀘어 협상 돌입…합병 시 국내 최대 OTT
“시너지 기대”…비용 절감·콘텐츠 투자 규모 확대 가능

CJ ENM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TVING)과 SK스퀘어의 웨이브(WAVVE)가 합병을 추진하면서 CJ ENM 주가도 들썩이는 등 업계 안팎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이뤄지면 단번에 규모를 확장할 수 있는 데다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CJ ENM과 SK스퀘어는 각사 OTT 서비스 티빙·웨이브의 합병을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에 성공하면 국내 최대 OTT로 규모를 키우게 된다.

이번 합병은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 사업자들과의 심화되는 경쟁에 맞서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많다. 특히 두 회사가 합병을 통해 약 10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게 되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수 있다. 티빙과 웨이브가 보유한 콘텐츠를 통합해 전보다 높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데다 비용도 보다 절감할 수 있고, 콘텐츠 투자 규모 또한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실제 증권가에서도 이 같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하나증권은 최근 CJ ENM에 대해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하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하면 구독자가 늘고 콘텐츠 제작 원가는 절감될 것”이라며 “OTT 구독자들은 양 사의 합병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돼 합병 효과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이에 목표주가도 기존 9만 원에서 9만8000원으로 높였다.

KB증권도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하면 국내 드라마·예능 장르에서 압도적 사업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두 기업이 합병 후 투자 금액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면 흑자 달성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OTT 시장에서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수(MAU) 기준 티빙과 웨이브는 각각 3위와 4위에 올랐다”며 “합병을 통해 가입자 이탈이 없다면 시장 점유율은 넷플릭스와 비슷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최 연구원은 “지난해 티빙과 웨이브의 영업비용 가운데 70%는 콘텐츠 투자비용이 차지했다”며 “합병 후 콘텐츠 투자 규모를 줄이면 영업익 흑자 달성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합병 쉽지만은 않아…“기업결합 심사·이해관계 풀어야”

다만 합병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바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다. 특히 티빙과 웨이브의 합산 점유율이 32%에 육박해 공정위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비상장 자회사 및 손자회사의 지분을 40% 이상 보유해야 하는데, CJ ENM이 티빙과 웨이브 합병 후 지분율 40%를 유지하려면 상당한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며 “합병 후 점유율이 30% 이상으로 높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도 통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웨이브의 재무적투자자(FI)인 미래에셋벤처투자의 PE본부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SKS프라이빗에쿼티(PE)가 발행한 20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의 만기가 다가오는데 누적된 적자로 해결 방법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두 회사와 얽힌 이해관계도 풀어야 할 난관이다. 티빙은 네이버와 KT스튜디오지니, SLL중앙, JTBC 등이 주요 주주이며, 웨이브의 경우 지상파 방송 3사의 지분이 있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양 사의 합병 가능성이 유효하지만 복잡한 이해관계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지금은 양 사의 강한 협업 의지에 더 주목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한편, 실적 개선과 웨이브와의 합병 소식에 CJ ENM 주가는 상승 흐름으로 돌아선 분위기다. 지난달 초 CJ ENM 주가는 5만2100원에 머물렀지만, 지난달 29일에는 장중 한때 8만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4일 주가는 7만8500원으로 전일 대비 100원(-0.13%) 하락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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