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의 더 큰 정치혁신 없는 안일하고 밋밋한 총선 준비무난한 패배자초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속설을 극명하게 입증해준 인요한 혁신위가 서둘러 막을 내렸다. 급조되듯 출범한 여당 혁신위가 운영과정이나 결과가 용두사미아니면 봉숭아 학당이 될 거란 예측도 틀림이 없었다.

좋은 이미지만을 지닌 인 위원장이 진흙탕 같은 정치판에 들어와 얼마나 손에 피를 묻히고 그야말로 뼈를 깎는 아픔과도 같은 혁신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게 가장 큰 의문이었다. 더구나 기라성같은 여권 실세들을 향한 희생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꿈적하지 않는 냉엄한 정치 현실 앞에선 아마도 혁신위 내부에서부터 무력감이 터져 나왔을 것이다.

정치 경험이 전무 한 인요한 위원장을 영입한 것이 결국 혁신을 지리멸렬하게 만들려는 여당 실세와 정치 고수들의 고도의 노림수가 아니었을까 하는 웃지 못할 의구심조차 든다.

어쨌든, 국민의힘 혁신위가 실패라는 오명을 무릎 쓰고 조기에 깃발을 내린 배경이나 원인을 손꼽으라면 열 손가락도 모자랄듯하지만, ‘필연적 배경을 먼저 보자면 여권 전체의 새판짜기의 서막이라는 느낌이 든다. 아니 어쩌면 국민의힘이 원하든 원치 않든 여야가 뒤범벅된 총선 새판짜기가 본격화되는 시점이라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혁신위가 실패한 마당에 여당이 무슨 새판짜기까지 할까라는 의문이 들겠지만, 역설적으로 국민의 힘은 혁신위가 실패하고 조기 종료된 것이 오히려 역동적인 혁신새판짜기의 큰 그림을 그리기 좋은 기회가 왔다는 것이다.

사실 혁신위 참여 인사 몇 명이 여권 전체의 큰 그림을 그리고 정치판을 뒤흔들 새판을 짜기는 역부족이고 그러한 임무도 권한도 없다. 혁신위에 대한 기대가 실패실망으로 국민에게 비쳐진 이상 집권 여당이 그냥 주저앉아서 평범한 총선 플랜을 실행한다면 그야말로 바보짓이기 때문이다.

우선 무엇보다도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를 위시한 여권 이탈 세력의 신당 창당이라는 거센 도전에 직면해있다. 안 그래도 오르지 않는 대통령 지지율과 정체된 당 지지율에서 무난한 총선준비무난한 패배가능성만 높아졌기에 더욱더 비상한 각오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혁신위 종료 이후, 여권의 분열과 파열음이 커질수록 비상대책위원회이든 범여권 새판짜기추진이든 여권의 정치변화의 폭과 반경도 그만큼 크고 넓어지게 돼 있다. ‘비상 상황일 수록 비상한 대책이 동반될 수밖에 없는 것이 문제해결의 해법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민주당과 범야권의 분열과 신당 창당 움직임 또한 여권 새판짜기의 큰 변수이기도 하다. 최근 이낙연 전 대표를 위시한 이재명, 이재명 정치세력의 규합 움직임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파격적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단순히 이재명 전선정도가 아니라, ‘새로운 민주당이전 건설인 듯한 큰판 짜기 모양새로 흐르는 모습이다. 친 이재명 세력만 남긴 채 정통 민주당세력의 규합과 창당이 설계되고 있다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누가 정통인가는 국민 판단의 몫으로 남겠지만...

그러니 윤석열 대통령을 위시한 집권 여당으로선 한가롭게 국민의힘 혁신 타령윤 핵관 거세 논란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닌 상황이 됐다. 여권 전체의 새판짜기를 도모해야 하는 상황이 국민의 힘 스스로가 자초한 게 아니라, 야권 새판짜기 판도에 따라 여권의 정치지형도 크게 변할 수밖에 없는 연계상황이 닥치고 있기 때문이다.

되는 것도 없고 쓸데없는(?) 소모적 논란과 이슈만 만들어 내는 혁신위의 조기 종료를 어쩌면 여권 핵심에선 내심 반겨할 것이란 생각마저 든다. 여당만의 생색내기용 혁신만 가지고는 총선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실망과 피로감만 던져준 혁신위의 실패를 오히려 예상치 못한 크고 신선한 새판짜기와 과단성, 속도감 있는 정치혁신으로 반전의 계기로 삼기를 기대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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