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는 사람들 삶의 질 높이고 상업공간의 경우 매출에 큰 영향 미쳐”

박종백 영진전문대 인테리어디자인과 교수
박종백 영진전문대 인테리어디자인과 교수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10·20대 청소년들은 장래 직업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지만, 자신의 진로 설계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확신을 얻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요서울이 다양한 직업군의 멘토를 만나 그 직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알아봄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심어주고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에는 ‘인테리어디자이너’를 꿈꾸는 10·20대 청소년들의 멘토로 박종백 영진전문대 인테리어디자인과 교수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종백 인테리어디자이너는 중학교 다닐 때 제도경기대회 참여 이후 건축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고, 대학교 건축학과에 진학했다. 건축에 대한 꿈을 키우던 대학 재학 중에 각종 공모전에 출품하며 디자인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그는 대학원 재학 당시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인테리어디자인 사무소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인테리어디자인에 대해 더욱더 매력을 느끼게 됐다. 이후 몇몇 인테리어디자인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인테리어가 사람들 삶의 질을 높이고 상업공간의 경우 매출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고 인테리어디자인에 올인하게 됐다.

현재는 대구시에 소재한 영진전문대학교 인테리어디자인과에서 28년째 인테리어디자인, 인테리어 시공관리 및 전시디자인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그는 “우리 졸업생들이 인테리어디자인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며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교수로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인테리어디자인과 캡스톤디자인 전시회 오픈행사(예술마을 토마)
인테리어디자인과 캡스톤디자인 전시회 오픈행사(예술마을 토마)

- 인테리어디자이너가 되려면 어떤 자질과 역량을 갖춰야 하나요.

▲인테리어디자이너는 첫째, 건축주의 요구사항(공사목적, 공사범위, 역할, 공사비용 등)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충분히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소통은 공사 후 만족도에 커다란 영향을 주거든요.

둘째는 주어진 조건(면적, 공사비용 등) 내에서 건축주에게 최선의 디자인을 제공하는 능력과 지나친 독창성이나 개인화 방지를 위한 설득력을 갖춰야 해요.

셋째로는 다년간의 프로젝트 경험과 노력으로 전문 분야를 넓혀가는 데 필요한 끊임없는 지적 호기심의 소유자이면 됩니다.

이 세 가지가 적절히 이루어졌을 때 건축주 혹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 상업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디자인을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인테리어디자인 업무를 수행하실 때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중점 분야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인테리어디자인이란 다양한 공간을 다루는 일이므로 공간의 기능(성격)에 따라 중점 부분이 다르다고 할 수 있어요.

주거공간은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의 개인적 취향에 가장 적합한 기능이나 감성에 만족하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는 사항이에요.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개인적인 디자인은 금물입니다.

상업공간(판매공간)은 상품의 가치와 이미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마케팅적인 측면을 우선시해 디자인해야 하고요.

업무공간+교육공간은 당연히 업무의 효율과 교육의 효율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을 연출해야 하겠죠. 공간은 배경인 셈이에요.

이렇게 공간마다 중점 부분이 다르지만 한 가지 동일한 점이 있어요.

‘디자인의 완성도는 시공의 완성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거예요.

아무리 좋은 디자인이라 하더라도 최종 결과물인 시공의 완성도가 떨어지면 건축주뿐만 아니라, 고객의 만족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영진전문대학교 인테리어디자인과는 인테리어계획설계, 인테리어실시설계, 인테리어시공관리 직무로 전문화된 교육을 하고 있으며, 이렇게 세밀한 교육과정을 운영한 결과, 졸업생 중 70% 이상이 수도권 1군 업체로 취업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어요. 그만큼 시공관리 직무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물고기 형상을 전체 배경의 포인트로 디자인 설계한 시푸드 전문점
물고기 형상을 전체 배경의 포인트로 디자인 설계한 시푸드 전문점

- 인테리어디자인은 실내공간의 아름다움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만큼 디자인할 때 어떤 점에 포인트를 둬야 가장 미적 효과가 뛰어날까요.

▲인테리어디자인은 다른 디자인과 다른 면을 가지고 있어요. 패션 등은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지만 공간디자인을 다루는 인테리어디자인은 그 주기가 상당히 길거든요.

옷은 구매 후 몇 번 입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입지 않거나 기부하면 되지만 우리 주거공간은 그럴 수가 없잖아요. 공간을 디자인할 때 돋보이려는 생각에 너무 많은 요소를 넣어서 디자인하면 오히려 식상하거나 거부감이 느껴질 가능성이 커요.

공간디자인에서 대부분이 배경의 역할을 하고 일부만 포인트(그림)의 역할을 하는데, 포인트가 많으면 오히려 포인트가 없는 것이 되므로 쉽게 식상하게 된다는 뜻이에요. 주거공간의 경우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따라서 공간의 기능에 맞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프로젝트에 맞는 특별한 공간이나 기억에 남을만한 디자인 요소(포인트) 한두 가지의 아이디어로 프로젝트의 임펙트와 완성도를 높이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좋겠죠. 제가 설계한 시푸드 전문점의 경우 물고기 형상을 전체 배경의 포인트로 디자인했더니 대다수 사람이 그곳을 ‘천장에 물고기가 있는 가게’로 기억하게 됐어요.

- 다양한 계통의 디자이너 중 인테리어디자이너가 가진 특징과 장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다른 계통의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에만 능숙하면 됩니다. 하지만, 인테리어디자이너는 공간을 다루는 기본적인 디자인능력과 각 기능별 공간에 대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설계해야 하므로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돼야만 합니다.

예를 들어 치과병원을 디자인한다고 가정하면, 치과의사가 아니더라도 치과병원에서는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 진료실에 들어갈 기자재는 어떤 것인지, 기자재의 크기와 진료실의 면적은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 진료프로세스는 어떻게 되는지 등 치과병원에 대해 최소한의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만 치과병원을 디자인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러면 인테리어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어디서 이러한 방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까요?

저는 처음 디자인을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설계에 필요한 기본적인 전문지식은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모든 곳에서 구하라’고 요구해요.

책으로 배우는 지식이 아닌 생활을 통한 지식으로 인테리어디자인을 하라는 의미인 거죠.

대구타워 리모델링 계획안-외부투시도
대구타워 리모델링 계획안-외부투시도

- 인테리어디자인이 생활공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분야임에도 일반 국민은 전문적인 의뢰를 잘 활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요. 공간의 쾌적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문화를 활성화시키고, 인테리어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인테리어디자인 분야에 대한 사회적인 신뢰가 올바르게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에 이 분야의 활용이 저조한 상태라고 보고 있어요.

과거 인테리어디자인이 전문 학문으로 정착되기 전에는 즉, 디자인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없었을 당시에는 디자인 비용이 별도로 청구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어요.

디자인의 결과는 투자된 돈과 시간에 비례해 완성도가 올라가게 돼요.

인테리어디자인이 훌륭한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디자인 가치를 인정하는 적정의 디자인 비용과 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건비에 대한 명확한 자료를 토대로 제도화된 계약이 이뤄져야 한다고 봐요. 그러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환경에서 디자이너가 일할 수 있는 만큼 훌륭한 결과물을 효과적으로 거둘 거예요.

이렇게 되면 디자이너는 건축주가 지불한 비용에 걸맞은 아름다운 공간을 제공할 수 있어 디자이너와 건축주 사이에서 무너진 신뢰가 회복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용도에 맞는 실내공간을 독특하게 구성하고 연출하기 위해 특별히 새롭게 연구·적용하는 자신만의 창조적 아이디어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실내공간은 디자이너의 개성 표현보다는 건축주의 개성과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공간으로 디자인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간의 용도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많은 디자이너가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건축주의 생각(요구사항)을 해석하는 경향이 많다는 거예요.

물론, 전문적인 디자인의 영역에서 볼 때 디자이너는 건축주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해서도 안 돼요. 왜냐면, 건축주는 디자인 전문가가 아니잖아요. 건축주의 의견만으로 좋은 디자인 결과물이 만들어진다면 이미 그 건축주는 전문가인 셈이죠.

디자이너는 건축주를 리드해 더 기능적이고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예요.

저는 과도한 디자인보다는 각 프로젝트의 성격에 맞게 사람들이 기억할만한 특별한 공간이나 그림 등을 통해 디자인 포인트를 하나씩 남기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즉, 경치나 재료, 기능 등을 독특하게 부여해 특별히 기억될 만한 공간으로 창출하거나 독특한 디자인 요소로 포인트를 주는 게 저의 프로젝트별 차별화 전략입니다.

인테리어디자인과 캡스톤디자인 전시회 오픈행사(예술마을 토마)
인테리어디자인과 캡스톤디자인 전시회 오픈행사(예술마을 토마)

- 산업이 점점 발전하면서 실내공간 디자인의 중요성도 날로 커지고 있는데요, 작업현장에서 인테리어디자이너가 가장 유념하고 유의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요.

▲인테리어는 공간 속에서 얼마나 완벽하게 완성하느냐, 또한 디자인과정에서 예견된 하자(결함)를 시공과정에서 얼마나 제거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만족도가 판이하죠.

시공이 완료된 후 하자가 발견되면 어떤 기능의 공간이든 만족할만한 안락함과 편리함을 즐기며 생활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하자는 방수, 단열, 냉난방, 마감 재료의 오염 등 다양한 기술적인 부분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주거공간, 상업공간, 교육시설 등 디자인되는 모든 프로젝트에 있어서 하자 유무에 대한 사항은 몇 번을 점검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디자인적으로 만족한다 해도 완공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하자가 발생한다면, 이 또한 전문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즉, 최종 만족도는 시공 후 바로 알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사용하면서 얼마나 만족하는가가 평가를 좌우하게 되죠.

디자인과정에서 미연에 하자를 차단할 수 있도록 좀 더 완벽하게 디자인하거나 시공 시 하자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꼼꼼하게 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마지막으로 인테리어디자이너를 꿈꾸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디자이너는 자신의 생활 가운데에서, 또는 다른 사람들의 삶 속에서 많은 지혜를 얻을 수 있어요.

디자이너는 다른 사람들의 삶과 분리될 수 없고, 분리돼서도 안 돼요. 미래의 디자이너를 꿈꾸며 학교에서 새로운 삶을 디자인하는 학생들은 자기 삶과 공동의 삶 속에서 디자인 센스와 지혜를 얻을 수 있어요. 책을 통해 쌓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자기 삶과 경험을 통해 지혜를 체득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아가서는 다른 사람의 삶도 세심하게 들여다봄으로써 인테리어디자이너의 꿈을 실현키 위한 자신의 지혜를 살찌우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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