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협 “민주주의 후퇴”, 한신협 “노력 짓밟는 행위”
국힘 “가짜뉴스의 온상”, 다음 “양질의 뉴스를 위해”

다음. [뉴시스]
다음.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포털사이트 다음(Daum)이 검색 시 CP 언론사 기사만 보여주는 기능을 도입하며, 언론계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한국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한국지방신문협회는 입을 모아 다음 정책 비판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포털 뉴스를 ‘가짜뉴스의 온상’이라 표현한 것을 두고, 다음이 정치적 압력에 못 이겨 굴복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상황의 중심인 다음은 “이용자 선호도를 충분히 고려하고, 양질의 뉴스 소비 환경을 마련하기 위함”이라는 입장. 하지만 언론계와 언론학계는 ‘민주주의 후퇴’라며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포털사이트 다음(Daum)이 검색 시 콘텐츠제휴(CP, Contents Partner) 언론사 기사만 보여주는 기능을 도입했다. 이에 1300여 개, 검색제휴사들이 생산하는 뉴스 콘텐츠가 독자들에게 전달될 수 없는 구조가 됐다는 비판이 나오며 언론계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지난 6일 한국기자협회는 ‘카카오 다음은 CP사 위주의 검색기준 정책을 철회하라’ 성명서를 통해 “수많은 지역언론과 다양한 전문 매체의 뉴스가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없는 구조로 여론 다양성과 정반대되는 정책이 아닐 수 없으며 포털이 자신들이 원하는 뉴스만 내보내는 구조가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다음의 뉴스검색 기본값 변경으로 군소 언론사만 피해를 보는 것에 반대한다”라며 “언론사는 기사의 품질로 그 가치가 결정돼야 한다. 다음은 국민의 다양한 알권리를 위해 CP사 위주의 검색기준 정책을 당장 철회하라. 다음의 이번 정책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다음은 이런 중차대한 정책이 결정되기 전에 각계의 의견을 듣거나 현업 언론단체와의 논의도 없었다”라면서도 “우리 언론도 (이 사태와 관련해) 자유롭지 못하다. 광고단가를 올리기 위해 포털 입점에 목을 매고, 선정적인 제목과 기사로 트래픽 장사에 몰두했고, 기사형 광고나 기업 비판 보도로 광고를 수주하는 행태 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먼저 우리 언론의 뼈아픈 반성과 성찰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신문협회 “위헌적 폭거”

인터넷신문들은 법적 대응에 나선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인신협)는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비상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법적 대응’, ‘비회원사와 함께 포털 불공정행위 근절대책위원회 출범 및 운영 지원’ 등을 결정했다.

이의춘(미디어펜 대표) 인신협 회장은 “인터넷신문을 고사시키는 부당한 차별이며 위헌적 폭거”라며 “국회와 윤석열 정부는 카카오의 불법적 일탈행위를 더 이상 좌시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계는 이번 다음 개편 건이 정치적 압력을 받은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이 포털 뉴스를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규정해 압박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정치권은 가짜뉴스라는 프레임으로 인터넷신문이 가짜뉴스의 온상인 것처럼 매도하는데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왜 매도를 당해야 하나. 너무나 억울하다. 일부 정치권이 포털 압박해서 이 같은 검색 차별과 차단을 시도한다면 회원사들은 끝까지 파헤쳐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정치권의 인터넷신문에 대한 무분별한 매도와 비방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포털 다음의 입장은? “이용자 선호도 고려”

다음은 개편 이유를 ‘이용자 선호도 고려’라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이용자의 선호도를 충분히 고려하고 양질의 뉴스 소비 환경 마련을 위해 뉴스 검색 설정 기능을 개선한다”라고 설명했다.

다음에 따르면 CP 언론사의 기사 소비량이 전체 언론사 대비 22%p 더 많았고 ‘다음뉴스(CP) 보기’를 클릭한 이용자 비율이 ‘전체뉴스 보기’ 대비 95.6%의 비율로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CP 언론사 기사는 포털 내의 페이지인 인링크 방식으로 서비스되기에 이용자 선호도가 높은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반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치적 의도’에 무게를 실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다음이 창업자에 대한 수사에 압박을 느끼고, 정부의 의향에 맞춰 바꾼 것이냐”라며 “윤석열 정부와 이동관 방통위에 휘둘리는 것이라면 국민의 질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신문의 거센 반발 “지역 기자 노력 짓밟아”

한국지방신문협회(한신협)은 지난 7일 성명서를 통해 “많은 언론학자가 다음의 조치에 대해 뉴스 다양성 훼손이라는 우려를 표명했고, 다수 언론단체와 개별 매체들이 성명 등을 통해 개선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지역일간신문사 중 다음의 CP사로 계약돼 현재 뉴스 메인화면에 기본적으로 노출되는 매체는 5곳에 불과하다. 언론계는 “지역에서 신문을 발행하는 매체가 200여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극소수의 지역신문 뉴스만이 다음을 통해 제공되고 있다”라는 입장이다.

한신협은 “결과적으로 국민은 상당수 지역 매체들의 특종과 비판, 정보 등을 다음을 통해서는 접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라며 “인구소멸 위기와 경제적 악조건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을 살리고,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지역 기자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지는 못할망정, 그 노력마저 짓밟는 다음의 행위에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