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확한 시스템으로 갈등...플랫폼 노동자도 보호를

우아한청년들 CI [출처 : 우아한청년들 홈페이지]
우아한청년들 CI [출처 : 우아한청년들 홈페이지]

[일요서울 l 이지훈 기자]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의 '기상할증 자동화' 시스템이 배달노동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지난달 27일 우아한청년들(우아한형제들의 자회사, 배달의민족의 미들마일, 라스트마일 등 종합물류 담당)은 기상할증 금액이 자동으로 적용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상청으로부터 받은 일기예보 자료를 토대로 AI가 자동으로 할증을 부과한다. 하지만 도입된 시스템의 부정확한 정보로 피해를 본 라이더들이 속출했다. ‘기상할증 자동화’와 '취소 수수료'로 갈등을 빚고 있는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과 라이더들에 대해 알아봤다.

- 라이더들 "자동 우천 할증, 실질적 임금 삭감"
- 배민 "눈·비 올 때 배달료 더 지급...정확도 높인다"


기존의 우아한청년들은 비 또는 눈이 오거나 기온이 영하 5℃ 이하 또는 영상 33℃ 이상인 경우 라이더에게 단건 배달 기준 1000원 씩을 추가로 지급하고 알뜰 배달에는 500원을 더 지급해 왔다. 

날씨 정확도를 위해 우아한청년들은 지난 11월27일 ‘기상할증 자동화 시스템’를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기상청에서 제공받는 일기예보 자료를 토대로 AI가 자동으로 라이더에게 지급할 할증요금을 계산한다.

'주문취소 수수료'도 지급 방법이 변경됐다. 과거에는 라이더들이 콜을 잡고 해당 가게에서 음식을 픽업한 뒤 배달 완료 과정 중 픽업한 후부터 배달하는 사이에 취소되는 주문에 대해 수수료를 라이더에게 전액 환불했다. 

-주문취소 수수료... 일방적인 임금 삭감?

이 과정에서 라이더는 주문 취소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 확인한 후 수수료를 받았다. 1500원으로 취소 수수료가 고정돼 지급받게 되면서 콜센터에 전화를 거는 행위가 없어져 라이더들의 번거로움이 사라졌으나, 문제는 취소 수수료의 금액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구교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은 본지와 만남에서 두 시스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 ‘기상할증 자동화’ 시스템은 원래 그날 날씨에 따라 라이더들이 수동으로 할증을 부과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도입된 뒤 부정확한 시스템으로 인해 피해가 나오고 있다"며 "이 사실을 사측도 인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기상할증 자동화’ 시스템은 정확도면에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 시스템이 추후에 정확도 문제가 해결되면 상관이 없지만, 정확도 문제가 보완되기 전까지는 현장 제보를 토대로 하되 시스템이 보조적인 역할로 이용하는 게 나을 거 같다”며 " “현장 상황 파악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구 지부장은 취소 수수료의 일방적인 삭감에 대해서도 “기존의 경우 콜센터에 전화해 수수료를 지불받았지만, 현재 그 과정이 없어져 번거러움이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1500원이라는 수수료가 라이더들 즉 노조와 협의가 의뤄지지 않은 금액이다. 기존에는 수수료가 3000·4000원이라도 전액 지급 받았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취소 수수료에 대책 방안에 대해 그는 “고정 1500원 취소 수수료를 철회하고 계약상에 따라 협의를 진행한 후 수수료를 측정했으면 좋겠다. 사측에서 수수료 전부를 지급하기 어렵다면 70% 정도는 지급돼야 협상이 가능할 거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라이더유니온 CI [출처 : 라이더유니온 홈페이지]
라이더유니온 CI [출처 : 라이더유니온 홈페이지]

구 지부장은 “플랫폼 노동은 인간의 지시를 받고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AI 지시를 받고 업무를 한다"며 "배민 라이더가 전국에 약 20만 명 정도 되는데 모두가 핸드폰을 보면서 일을 한다. 앱의 알고리즘을 사측에서 공지 없이 변경할 경우 수많은 라이더가 혼선을 겪는다. 사전 공지가 전혀 없지 않지만 앱 관련 공지는 거의 없다고 느꼈다”라고 불만을 내비쳤다.

이어  “ 배민이 타 경쟁업체보다 당연히 나은 점도 있다. 하지만 일괄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우 따라 타사가 좋은 면도 있고 배민이 좋은 면도 있다”라고 말했다.인터뷰를 통해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지부는 사측이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와 상생하기 위해 노력

반면 우아한청년들은 라이더의 처우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라이더들의 불만에 대한 심기를 드러냈다. 

본지와 통화한 우아한청년 관계자는 라이더들의 ‘기상할증 자동화’ 시스템의 정확도 문제에 대해 “예외적인 상황에서 발생한 일부 기상할증 오류에 대해서는 교섭대표 노조와 보상안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 ‘기상할증 자동화’는 라이더를 위해 보다 정확한 할증 운영을 위해 도입했다”라고 시스템의 취지를 밝혔다.

주문취소 수수료 일방적인 삭감에 대해서도 “가게 도착 후 주문취소 또한 기존 라이더가 직접 요청해야 하는 기존 방식 대비 라이더 편의를 크게 개선하는 자동 지급 형태로 고도화한 것”이라고 주문취소 수수료 자동 지급 시스템 도입 취지를 밝혔다.

이어 “배달료는 배달 수행 완료를 대가로 지급받는 것이 원칙이며, 배달 완료 이후 주문이 취소되는 경우에는 배달료를 전액 지급하고 있다. 가게 도착 후 주문취소 수수료는 현재 배달의 민족이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고 라이더들의 처우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아한청년들은 배민 커넥트 라이더들의 복지를 위해 ▲우아한청년들, 폭언·폭행 피해 라이더 지원 강화 방안 발표 ▲우아한청년들-식약처, 배달통 무료 소독 캠페인 ▲“안전교육에 물품 지원까지”…우아한청년들, 라이더 안전 위한 폭염대책 ‘총력’ ▲우아한청년들, 배달노조와 단체협약 체결... “선도적 배달업 상생 모델 확산”와 같은 정책 및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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