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혁신위 조기 해산 임박...'혁신안 좌초' 책임론에 지도부 리더십 위기 봉착
공관위 출범 시기 놓고도 설왕설래...공관위 연말 출범, 혁신안 시간벌이용?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민의힘 내부에서 김기현 지도부에 대한 불신론이 재확산하는 모양새다. 수도권 현역 의원 등을 중심으로 현 지도체제로는 내년 총선을 제대로 치뤄내기 어렵다는 내부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다.

지난 10월 강서구청장 참패 이후 수도권 위기론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데다, 최근 발표되는 복수의 총선 민심 여론조사상 여야 혼조세가 지속되고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에 따른 PK(부산·경남) 표심 이반까지 감지되는 등 위기 시그널이 적잖다.

이에 당 내부에선 현 지도부가 주도해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를 꾸리는 데 대한 불신론이 제기된다. 해산을 앞둔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당내 주류 중진 희생론 요구를 김기현 지도부가 끝내 거부한 데 대한 책임론의 일환으로도 풀이된다.

11일 여당 등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국민의힘은 공관위 출범 시기를 놓고 설왕설래가 잇따른다. 당 지도부는 당초 공관위 출범 시기를 앞당겨 인요한 혁신위 해산과 혁신안 무산에 따른 책임론 여파를 최소화한다는 구상이었으나, 혁신안이 인계될 공관위의 출범 시기를 늦춰 혁신안 결단 및 이행까지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복수의 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공관위 출범 시기를 이르면 이달 중순경으로 앞당긴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재 지도부는 이른바 '쌍특검'(대장동-주가조작 의혹), 내년도 예산안 등 야당과의 쟁점 사안이 즐비한 만큼 올 연말이나 내년 초로 공관위 출범을 미루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 (당 지도부가) 공관위 출범 시기를 이르면 올 말이나 내년 초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라며 "내년 총선 실권을 쥐게 되는 공관위원장 등 공관위 인선부터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 신중을 기하려는 스탠스다. 숙원과제인 혁신안 대응 딜레마가 있다 보니 시일을 좀 더 두고 보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당 지도부 사이에선 혁신안 좌초 책임론 여파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공관위 출범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교차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당 지도부의 의중과 무관하게 물리적으로 공관위 출범이 늦어질수록 혁신안 좌초 책임론이 '김기현 지도부 무용론'으로 연계될 공산이 크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실제로 국민의힘 수도권 의원 등을 중심으로 당 지도부와 영남권 중진들을 향한 고강도 비판이 분출한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당이 혁신 과업을 좌시하고 수도권 위기론에 안일주의가 만연한 등 총선 리스크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수도권 의원은 "당 내부적으로 보고된 수도권 (총선) 판세 분석 보고서에서도 여소야대 선거지형이 뚜렷하게 관측됐는데, 일부 의원들이나 지도부는 여전히 무사태평인 듯 하다"라며 "표심 변동성이 큰 수도권에서 선거 우위를 가져가려면 적어도 당내 기득권(영남권 중진)의 험지 출마 용단과 같은 '변화'를 보여줘야 하는 시점인데, 당 지도부나 주류가 요지부동이니 내년 총선을 어떻게 치르려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도 이날 "총선 과반의석은 고사하고 100석조차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바닥인 줄 알았던 우리 당 지지율은 지하 1층을 뚫고 지하 2층, 3층으로 내려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사태의 제일 책임은 김 대표에게 있다"며 "560(당지지율 55%·대통령 지지율 60%)  공약을 지키는 길은 자진사퇴 뿐"이라고 당 지도부 압박에 나섰다.

반면 당 지도부로선 공관위 출범도 채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 험지 출마 등 원내 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안에 대해 조기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지도부 한 관계자는 "아직 공천 심사기구가 출범하지도 않은 시점에 당 지도부를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험지 출마는 의원 개개인의 의사가 반영되고 존중되어야 할 사안이라 지도부가 강요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도부 단계에서 혁신안에 대한 기류를 형성하고 이를 의원들과 공유하기까지 최소한의 텀(중간단계)이 필요한데, 지도부를 비판하는 세력들은 계속해 내부 혼선을 불어넣는 것이 과연 당을 위한 것인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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