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카카오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김범수 창업자(쇄신위원회장)가 최근 인적쇄신, 경영전략 개편 등 대대적인 경영 쇄신안을 발표했지만 노조가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고 비판했다. 업계는 김 창업주가 밝힌 '참담함'에서 벗어 날 수 있을지 주목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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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는 입장문을 내고 "11일 진행된 김범수 쇄신위원회장의 직원간담회에 대해 쇄신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없어 실현여부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인적쇄신을 위한 현 경영진 교체와 노동조합과 직접 협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간담회에 직접 참석한 카카오 노조 서승욱 지회장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현 경영진 교체 생각이 있는가?"라고 질문하며 “김 위원장이 인적쇄신의 필요성에 공감한 만큼 쇄신의 대상이 돼야 하는 경영진들이 셀프 쇄신안을 만들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 아닌 현 경영진 교체 등 구체적인 쇄신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질문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노조 이흥열 사무장은 “간담회 전까지 크루들이 경영쇄신에 참여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 과거에도 직원들이 참여하는 자리를 만들었다가 결론 없이 흐지부지 된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요?”라고 질문하며,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노동조합과 같은 공식적인 기구와 지속적으로 대화하여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의견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카카오 노조는 이후 대응 계획에 대해 비상경영회의 피켓시위를 재개하며 모든 역량을 동원해 경영쇄신, 인적쇄신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나올 때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원점부터 새로 설계'...환골탈태 강조

앞서 김 창업자는 11일 오후 임직원 간담회인 브라이언톡을 열고 "지금의 상황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과거와 이별하고 새로운 카카오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창업자는 "성장 방정식이라고 생각했던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더 이상 카카오와 계열사는 스타트업이 아니다. 규모가 커지고 위상이 올라가면 기대와 책임이 따르기 마련인데 그동안 우리는 이해관계자와 사회의 높아진 기대와 눈높이를 맞춰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를 향한 기대치와 그 간극에서 발생하는 삐그덕대는 조짐을 끓는 물 속의 개구리처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까지 이르게 된 데 대해 창업자로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김 창업자는 "경영쇄신위원장으로서의 의지를 가지고 새로운 카카오로의 변화를 주도하고자 한다"며 "모든 것을 재검토하고 새롭게 설계해 나가겠다.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김범수 창업자 겸 쇄신위원회장[뉴시스]
김범수 창업자 겸 쇄신위원회장[뉴시스]

그러면서 "확장 중심의 경영전략을 리셋하고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자 한다"며 "현재 시점의 시장 우위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화 가능할지의 관점으로 모든 사업을 검토하고 숫자적 확장보다 부족한 내실을 다지고 사회의 신뢰에 부합하는 방향성을 찾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창업자는 "그룹 내 거버넌스 역시 개편하겠다"며 "느슨한 자율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카카오로 가속도를 낼 수 있도록 구심력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도 했다.

이어 "카카오의 기업 문화 역시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현재와 미래에 걸맞은 우리만의 문화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영어 이름 사용, 정보 공유와 수평 문화 등을 원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창업자는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기에 지체하지 않고 새로운 카카오로 변화를 시작하려고 한다"며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고 희생이 필요할 수도 있다. 지난한 과정이 될 수 있지만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 여정에 카카오와 계열사 크루 여러분이 함께 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 본사 외 공동체 직원들 "서운함" 토로

한편 김 창업자의 고강도 쇄신 의지에도 카카오 내부 시선은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간담회의 대상이 된 본사 직원들은 김 창업주가 직접 나서서 설명하는 등 변화 의지를 긍정적으로 읽었지만, 참여하지 못한 카카오의 다른 공동체(계열사) 직원들은 차별과 관련한 내부 불만을 토로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카카오 노조는 성명을 통해 “쇄신안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받는 카카오 계열사 직원들이 참여할 수 없어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하고, 이후 계열사 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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