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당 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총선 전 여당 지도부 핵심으로서 당 혁신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용단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이 김 대표의 자진 사퇴로 생긴 리더십 공백을 어떻게 메워갈지도 관심사로 떠오른다. 당장은 윤재옥 원내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임시 경영모드를 이어가겠지만 당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저는 오늘부로 국민의힘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오후 향후 거취를 놓고 잠행에 들어간 지 이틀 만이다.
김 대표는 "지난 9개월 동안 켜켜이 쌓여온 신(新) 적폐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정상화와 국민의힘, 나아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는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진심을 다해 일했지만, 그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고 소임을 내려놓게 되어 송구한 마음 뿐"이라고 했다.
이어 "많은 분들께서 만류하셨지만,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국민의힘의 총선승리는 너무나 절박한 역사와 시대의 명령"이라며 "'행유부득 반구저기'(行有不得反求諸己: 어떤 일의 결과를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고사성어)의 심정으로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우리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 대표인 저의 몫이며, 그에 따른 어떤 비판도 오롯이 저의 몫"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저의 거취 문제로 당이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우리 당 구성원 모두가 통합과 포용의 마음으로 자중자애하며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힘을 더 모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조기 해산한 인요한 혁신위원회로부터 당내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와 더불어 혁신 1순위로 지목된 바 있다. 다만 험지 출마 및 총선 불출마 결단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혁신위의 '중진 희생' 제안을 보류하다가, 지도부-혁신위 갈등 사태를 계기로 빚어진 혁신 책임론에 퇴진 압박을 받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런 가운데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지난 12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김 대표 퇴진론도 증폭했다. 김 대표는 당을 위한 희생, 즉 사즉생의 각오가 돼 있다는 취지를 공공연히 내비치기도 했다. 결국 거취 결단을 위해 서울 모처에서 잠행에 들어간지 이틀 만에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것.
김 대표는 "이제 총선이 불과 119일 밖에 남지 않았다"며 "윤재옥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당을 빠르게 안정시켜, 후안무치한 민주당이 다시 의회 권력을 잡는 비극이 재연되지 않도록 저의 견마지로를 다하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저도 이제 당원의 한사람으로서 우리 당의 안정과 총선 승리를 위해 이바지하고자 한다"며 "그동안 함께해 주신 국민과 당원, 언론인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부디 우리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를 도와 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