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비루하다는 말이 난무하고 있다. 비루(鄙陋)하다. 다음 국어사전에는 천하고 너절하다로 그 뜻을 풀이하고 있다. ‘너절하다는 말도 익숙한 단어는 아니다. 다음 국어사전에는 하찮고 시시하다로 그 뜻이 풀이되어 있다. ‘하찮다, 천하다, 시시하다라는 뜻으로 비루하다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원래 이럴 때 우리 정치권에서 흔히 쓰는 용어는 시정잡배만도 못하다라는 말이었는데, 정치권에서 어려운 한자 용어를 동원하여 상대를 공격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시정잡배만도 못함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조응천 의원은 지난달 27특집 KBS 1라디오 오늘에 출연해, “21대 국회의원으로서 지금 총평하자면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비루함이라며, “국회의원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가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국회의 구조가 비루한 것인지, 정당의 구조가 비루한 것인지, 국회의원들 모두가 비루한 것인지 언어학적으로 비루함의 주어를 찾기는 쉽지 않으나, 지난 4년 동안의 국회의원 생활이 비루했음을 자인했다. 조응천 의원은 시정잡배만도 못한 수준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했다.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창당 명분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 대해 같은 당 강민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자신이 대표로 몸담았던 당을 공격하며 그것을 탈당과 창당의 명분으로 삼는 것은 참으로 비루하다, 이낙연 전 대표를 공격했다. 구체적으로 비루한 것이 이낙연 전 대표라고 함으로써 비루하다의 주어를 찾아주는 친절함을 보여주었는데, 역시 교육학을 전공한 사람만이 가능한 정치적 센스인 것 같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의 비루한 당대표 출신들은 이낙연 전 대표만이 아니다. 다음 주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송영길 전 대표의 짜장면 먹방씬은 비루하다. 국정농단 최순실의 딸 정유라조차도 알 수 있는 비루함이었다. 추미애 전 대표의 문재인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공천 전략도 비루함에 다름 아니다. 200석 운운하며 일찍이 자신의 계파 돌격대원이었던 이재명 대표에게 아첨하여 올드보이의 귀환을 완성하려는 정동영 전 대표의 비루함은 놀랍지도 않다.

물론 이재명 대표의 비루한 정치 인생은 비루함을 넘어 처량하기까지 하여 측은지심을 불러올 정도다. 요즘 화면에 비치는 이재명 대표의 얼굴을 보면 스스로 정치적 생을 마감하려는 의지가 걸핏걸핏 보인다. 그에게는 아직 비루함을 스스로 극복할 시간과 지위가 남아있다.

비루함은 스스로 극복할 수 있지만, 파리채를 피해 다녀야 하는 국민의힘 당대표들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서 비루하다.

증거를 필요로 하는 검찰의 칼날로는 이준석 당대표를 몰아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윤석열 대통령은 이양희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장의 윤리의 칼날성비위 의혹의 현직 이준석 당대표를 몰아냈다.

이준석 당대표를 몰아내고 세운 허수아비 김기현 당대표는 그 가성비가 극도로 악화되자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혁신의 칼날로 단칼에 베어버렸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스스로를 다가오는 총선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하는 희대의 혁신안을 발표했을 당시의 의아함을 푸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출신들의 비루한 정치는 나만 살면 된다는 각자도생으로 나타난다. 22대 국회의 뱃지를 단 이가 비루함의 극치를 보여줄 것이다. 파리목숨보다 못한 국민의힘 당대표가 상징하는 것은 군사쿠데타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진 우리나라에서 검찰에 의한 검찰쿠데타가 상시적으로 가능해지는 검찰공화국의 완성이 아닌가 싶다. 이제 정당이 바로 설 때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