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22대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관전포인트는 인적쇄신으로 표현되는 현역의원 물갈이. 보수든 진보든 인적쇄신 카드로 당 변화를 주도한다면 스윙보터(부동층)를 잡는 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여야에서는 스스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의원들도 있다. 이들은 제각각 다른 이유를 거론하면서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총선시계가 다가올수록 자진 불출마 또는 공천개혁을 통해 현역의원 물갈이가 가동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공공연하게 살생부 괴담도 나돌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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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이탄희 '금뱃지' 폭디 의원들, 사연보니 각양각색
백의종군형’, ‘선당후사형’, ‘반강제형’, ‘책임회피형등 제각각

22대 총선을 앞두고 스스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의원들이 있다. 이른바 총포자(총선을 포기한 자)’들로 불리는 이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불출마를 결심했다.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 중 정치 실망형들이 눈에 띈다. 민주당 오영훈, 강민정, 홍성국, 이탄희, 오영훈 의원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총선 불출마 유형 제각각, 선당후사형, 정치실망형

민주당 홍성국 의원은 불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4년간 나름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 사회를 바꿔보려 노력했지만 후진적 정치 구조가 갖는 한계로 인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때로는 객관적인 주장마저 당리당략을 이유로 폄하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한계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한 저는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미래 비전을 만드는 미래학 연구자로 다시 돌아가려 한다고 했다.

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소수 정당의 국회 진출이 용이한 연동형 비례대표를 주장하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비례 의석을 지역구 의석과 연동해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위성정당 출현을 막는 방지법을 요구했으나 여야 간 합의가 안되자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이 의원은 내가 가진 것도, 가질 가능성이 있는 것도 다 내놓겠다. 선거법만 지켜달라국회와 거대 양당은 선거제 퇴행 논의, 양당 카르텔법 도입 논의를 중단하라. 미래는 문제해결정치·연합정치의 시대다. 이번 총선에서 연합정치의 토대를 확보하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강민정 의원은 국회의원은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초선 의원 중 가장 먼저 불출마를 선언한 소방관 출신의 민주당 오영환 의원은 정치인으로 한계를 느끼고 국민을 위해 헌신하던 제가 있던 곳이자 제가 있어야 할 곳, 저의 소망이자 사명인 국민 곁의 소방관으로 다시 돌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 모두 국회의원으로서 제대로 일하지 못한 무기력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불출마를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백의종군형논란형도 있다. 백의종군형은 박병석 전 의장과 우상호 의원, 논란형은 황보승희 의원과 김남국 의원이 대표적이다.

백의종군형인 민주당 박병석 전 국회의장은 이제 국회에서의 내 역할은 내려놓을 때라고 판단했다이번 국회 임기인 내년 5월까지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의정활동을 할 것이라고 했고, 우상호 의원도 지난 서울시장 도전을 하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정치자금 부정 수수(정치자금법 위반)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과 거액의 가상자산 보유 및 국회 상임위 도중 거래 논란을 일으켜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도 각각 불출마를 선언했다.

불출마선언한 장제원 의원과 불출마 압박을 받고 있는 김기현 전 대표. 뉴시스
불출마선언한 장제원 의원과 불출마 압박을 받고 있는 김기현 전 대표. 뉴시스

불붙은 여야 인적쇄신, 추가 불출마 선언 나오나

역대 총선을 앞두고 가장 많은 나타나는 유형 중 하나는 바로 선당후사형이다. 당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만 여기에 해당된다. 장 의원은 운명이라 생각한다. 저는 22대 국회의원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역사 뒤편에 서서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를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또 한 번 백의종군의 길을 간다. 이번엔 마지막 공직인 국회의원직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보다 절박한 게 어디 있겠나. 총선 승리가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래서 제가 가진 마지막을 내어놓는다. 버려짐이 아니라 뿌려짐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원 동지 여러분, 부족하지만 저를 밟고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장 의원의 불출마로 정치권 안팎에서는 총선 시계가 다가올수록 선당후사형의원들이 상당히 많아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실제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면서 국민의힘 내에서는 선당후사에 방점을 찍고 있는 모양새다.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어느 분을 콕 집어서 얘기할 수는 없다면서도 충분히 그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움직임, 그렇게 인식될 수 있는 움직임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당직자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누구를 찍어서 그만두라는 게 아니라, 변화의 물결과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이제는 지켜볼 때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김기현 전 대표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김 전 대표는 당대표직을 물러났지만 내년 총선 울산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여권 안팎에서는 대표직 사퇴는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희생은 울산 지역 출마 포기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어 선당후사 자세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는 압박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 불출마가 윤석열 대통령의 뜻으로 알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나아가 3선 이상 영남 중진 의원들로 선당후사여론이 불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함께 김 전 대표 사퇴 전 국민의힘 의원 단체 메신저 방에 '김기현 체제 옹호' 글을 올렸던 10여명의 친윤 초선도 쇄신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비주류 한 의원은 당을 망친 사람들, 전당대회 때 연판장을 돌리고 이번에 또 김 전 대표를 옹호하고 나섰던 초선들도 나가야 한다오히려 험지에서 박빙으로 이겨 온 친윤 중진들보다는 그런 초선들, 특히 주도자들이 나가야 인적 쇄신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참에 용산, 지도부 홍위병으로 분수 모르고 설치던 애들도 정리해라그런 애들이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며 친윤 초재선 의원들을 겨냥했다.

이처럼 여권에서는 주류 희생론이 힘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야권은 공천권 등 기득권 지키키에 급급한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쇄신 경쟁에서 주도권을 빼앗기면 안된다는 위기감이 감지되면서 비주류를 중심으로 주류인 친명계에 대한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탈당 가능성을 내비친 비주류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의 김종민, 윤영찬, 이원욱, 조응천 의원은 이재명 대표 퇴진과 비대위 전환을 요구했다. 이들은 현재 지도부로는 진정한 통합을 이뤄내기 어렵다당 대표와 지도부, 586 중진들이 각자 기득권을 내려놓는 선당후사를 결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근 불출마 선언한 홍성국  민주당 의원과 이탄희 의원. 뉴시스
최근 불출마 선언한 홍성국 민주당 의원과 이탄희 의원. 뉴시스

민주, 불출마 선언 인사들, “지도부 책임론부각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도 지도부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반대 의견을 과감하게 통합하고 포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거면 지도부다 총사퇴하는 게 낫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한 의원은 국민의힘은 쇄신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전직 민주당 당대표들은 신당을 만든다고 난리인데 이재명 지도부는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위기의식을 가져야 하는데 그런 게 없어서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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