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대위 출범으로 ‘새판 짜기’ 돌입...김건희 특검, 거부권 대신 상설특검?

(왼쪽부터)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김건희 여사,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왼쪽부터)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김건희 여사,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 與 ‘김기현 사퇴→비대위 출범’ 수순...비대위원장, 한동훈? 원희룡?     
- 尹대통령 ‘심기 경호실장’ 김대기, 人事실패‧정무오판 책임론 분출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당정이 ‘정권심판’ 여론 우세에 위기감이 증폭하자 대대적인 새판 짜기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의 퇴진을 신호탄 삼아 용산 대통령실도 정부 고위직 인사검증 실패 책임론 등이 불거진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경질에 나서며 인적 쇄신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김건희 특검’을 매개로 대규모 공세를 벼르고 있어, 여권 일각에선 김건희 특검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보다 ‘자발적 특검’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는 상설특검을 띄우며 연말‧연초 정국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된다. ‘이대로는 총선 진다’는 보수진영 내 위기의식이 빚어낸 사즉생(死卽生)의 자구책이라는 분석이다.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친윤 퇴진’ 대못 박은 국힘, 비대위 띄우며 ‘총선모드’ 본격화  

집권당인 국민의힘이 정권심판론 우세 분위기에 총선 전 고강도 쇄신 수순을 밟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중진 희생’ 혁신안을 놓고 미온적 스탠스로 일관했던 친윤(친윤석열) 지도부‧중진이 결국 퇴진 의사를 내비치면서다.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은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이다. 장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 총선 불출마를 공식화하며 “또 한번 백의종군의 길을 간다. 윤석열 정부의 승리보다 절박한 것이 어디 있겠나. 총선 승리가 윤석열 정부 성공의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이 자리에서 “버려짐이 아니라 뿌려짐이라고 믿는다”고도 했다. 

김기현 대표 역시 장 의원의 백의종군 선언 직후 잠행 속 고심을 이어다가 그 이튿날인 지난 13일 “일반 당원으로 돌아가 윤석열 정부와 당 총선승리에 이바지하겠다”며 당대표 직을 내려놨다.  

물론 이들의 2선 후퇴 기저에는 용산의 ‘긴급 주문’이나 미래 정치생명을 담보하기 위한 정략적 판단이 깔렸다고 보는 시각도 짙지만, 결과적으로는 당 주류가 몸소 ‘인적 쇄신’ 담론에 불을 지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행보라는 게 여권의 중론이다. 

다만 김 대표의 경우 당분간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 출마 의사를 표명하는 등의 돌출 행보는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자칫 이로 인해 당대표 사퇴 의미가 퇴색하며 당 쇄신 의제에 오점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을 필두로 임시 지도체제를 꾸린 상태다. 내년 총선까지 4개월여 남은 만큼, 리더십 공백을 조속히 메우며 총선 진용을 갖추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다는 구상이다. 윤재옥 지도부는 국회 쟁점 사안이 즐비한 탓에 비대위 구성까지 물리적으로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으나, 비대위원장 인선을 서두르며 새 지도체제의 주춧돌부터 세운다는 계획이다. 윤 권한대행에 따르면 비대위원장은 공동위원장 없이 1인 체제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현재 여권 내에서 자천타천 거론되는 비대위원장 유력 후보는 한동훈‧원희룡 장관과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복수의 의원들이 지난 15일 비상의원총회에서 한동훈 법무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 기류가 어느 정도 읽히는 분위기다.

다만 한 장관의 경우 정치경험이 없고 ‘정권 2인자’ 성격이 강해 표심 확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내부 반발도 적잖았다는 후문이다. 구 민주계 출신인 김 위원장의 경우도 과거 ‘정당분쇄기’로 불렸던 만큼, 김한길 비대위가 들어서면 오히려 보수진영 결속이 와해될 수 있다는 정통 보수계의 비토 정서가 현실장벽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에 당내 일각에선 3선 의원에 재선 지자체장을 지낸 원희룡 국토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적임자라는 평이 나온다. 양평 고속도로 이슈 등 잡음은 있었으나, 윤석열 1기 내각에서 대체로 현 정권의 기조를 잘 담아낸 행정역량을 선보였다는 평가다. 여기에 지난 21대 대선에서 ‘대장동 1타 강사’로 활약한 원 장관의 이력도 총선 전 야당과의 대치 국면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뉴시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뉴시스]

尹, ‘김건희 상설특검’‧‘김대기 경질’로 당 혁신대열 동참하나  

국민의힘이 총선 지도체제 수립에 골몰하고 있는 동안, ‘운명공동체’인 용산 대통령실도 표심 확장에 초점을 맞춘 파격 행보로 당 혁신 흐름에 적극 호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대통령비서실 인사 개편과 김건희 상설특검 추진 등이 언급된다.   

우선 대통령 참모진 중에는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자 발탁 및 정부 고위직 인사검증 실패 등에 대한 책임론에 휩싸이며 대통령실 내부 인사개편 0순위로 거론된다. 

대통령비서실에서 인사‧정무‧홍보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 비서실장은 강서구청장 후보로 보궐선거를 유발한 김태우 후보를 내세웠다는 ‘정무 오판’ 혹평과 MB정부‧검찰 출신 인사들로 ‘돌려막기 인선’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 진통을 앓아왔다. 김 비서실장 스스로도 우스갯소리지만 “두 달에 한 번씩 교체된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최근에는 이동관 방통위원장 낙마 사태가 결정타로 작용하며 대통령실 안팎에서 ‘김대기 경질설’이 증폭되고 있다는 관가 후문이다.

여기에 2기 내각을 꾸리는 과정에서도 소위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프레임 탈피에 급급한 나머지 부처 관련성이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여성 장관 후보자를 졸속으로 지명했다는 비판 여론도 거센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이번 중폭 개각이 정치인 장관들의 총선 출마용이라는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에 따른 책임론이 김 비서실장에게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요즘 대통령의 눈과 귀를 틔워줘야 할 비서실장이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 경호’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라며 “당장 김 실장의 빈자리를 채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자리를 보전하고 있을 뿐, 만약 총선 위기감이 지금보다 고조된다면 대통령비서실부터 인사 개편 도마 위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건희 여사 [뉴시스]
김건희 여사 [뉴시스]

이와 함께 ‘김건희 특검’도 용산 대통령실의 고민이 깊은 대목이다. 민주당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세트로 묶어 쌍특검을 추진 중인 만큼,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정에서는 반드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세에 가깝지만, 민심은 이와 정반대다. 

지난 12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수의 심장 TK(대구‧경북)에서도 거부권 행사를 반대한 여론이 67%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최근 여권 일각에서는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신 법무장관 고유권한으로 상설특검을 띄워 능동적으로 김 여사의 결백을 입증하며 국면 반전을 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국민의힘 송영훈 법률 자문위원은 최근 한 언론매체 인터뷰를 통해 “오히려 수동적으로 특검을 수용하는 모양새가 아니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권한으로 상설 특검을 행사해 문제가 없음을 능동적으로 규명하는 게 필요하다”라며 특검을 앞세운 야당의 정략 공세를 역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했다.

나아가 지난 6월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이 무혐의로 일단락된 상태에서, 당정이 민주당의 쌍특검 카드를 전격 수용하며 정면돌파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투자와 관련해 내부정보를 사전 취득했다는 혐의는 지난 6월 경찰의 불송치 결정으로 무혐의 처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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