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가장 '안갯 속'...합종연횡이 대세를 가를 듯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차기 농협중앙회장을 뽑는 선거의 막이 올랐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예비 후보자 등록이 시작됐다. 내년 1월25일 선거가 치러진다.

이번 선거는 현 이성희 회장의 연임 여부, 영호남 새 후보의 등극 등 역대 가장 안갯 속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벌써 선거 과열 양상이 치닫고 있다는 후문이다.

과연 210만 농민을 대표하는 25대 농협중앙회장은 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60년 만의 첫 직선제 선거…13일부터 예비 후보자 등록, 내년 1월 25일 투표
- 회장 셀프 연임 막아야 "농협법 개정안 반대" 봇물…후보 간 단일화 주목


농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 계류중인  중앙회장 연임 허용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 상정이 무산됐다. 이 일로 이성희 현 회장의 출마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전국 농·축협 조합장들이 농협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신속히 처리해 줄 것을 국회에 촉구하고 있지만, 여야 이견 등으로 법사위를 넘지 못하고 있다.

농축협조합장들은 지난 5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업인 발전과 농협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농협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신속하게 처리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법사위 회부 7개월이 넘도록 처리가 지연되는 것에도 의문을 표했다.

반면 우진하 금융노조 NH농협지부 위원장은 "여야가 민생법안에 대해 논의한다고 하는데, 농협법 개정안이 민생법안에 들어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성희 회장 개인을 위한 민생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성희 회장은 연임에 도전하려면 오는 20일과 28일 진행 예정인 국회 본회의를 노려야 한다. 본 후보 등록일인 내년 1월 10일부터 11일까지 법이 개정돼 공포된다면 이 회장도 연임에 도전할 수 있다.

- 예비 후보자 등록….'열띤 선거전 시작됐다'

이런 가운데 조합 수가 많은 영호남 조합장을 중심으로 이미 유력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다.

11일 현재 거론되는 농협중앙회장 후보(가나다순)로는 강호동 합천율곡농협조합장, 송영조 부산 금정농협조합장, 최성환 부경원예농협조합장, 황성보 동창원농협조합장 등 6∼7명의 후보가 오르내리고 있다.

2020년 선거에서 3위를 차지한 강호동 조합장은  5선 조합장으로 현재 농협 경남 도인사업무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고 농협중앙회 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강 조합장은 금융당국과의 행정소송 1심에서 기각 판결을 받고 패소한 뒤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농협중앙회 정관(60조, 임원의 결격사유)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직무 정지 처분을 받았을 경우 확정일로부터 5년간 상호금융대표이사직을 맡을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반면 농협중앙회장 선거 출마와 관련해선 제한하지 않는다.

앞서 강 조합장은 2020년 10월 율곡농협 조합장 재임 중 동일인에게 수십억 원의 초과 대출을 내준 사실이 금융감독원에 의해 적발돼 직무 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당시 강 조합장은 금융업을 모르는 비전문가임을 전제로 금융당국의 처분이 과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성환 조합장 역시 5선 조합장으로 현재 농협중앙회 이사(품목농협)직을 맡아 전국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황성보 조합장도 5선 조합장으로 현재 농협중앙회 이사를 맡고 있고 임직원들 사이에 합리적 업무처리로 세평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재계 인맥도 상당하다.

2020년 선거에서 이 회장에 이어 2위에 오른 유남영 전북 정읍농협조합장은 강력한 후보로꼽혔지만, 예비후보 등록일을  앞두고 도전 의사를 접었다.

농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에 선거 지원 사무소를 열기도 했던 유남영 조합장은 최근 측근 등을 통해 회장직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했다.

유 조합장의 선거전 포기로 인해 부산-경남 간 영남 2파전이 유력한 가운데 그동안 '비주류' 지역으로 분류됐던 조덕현 조합장이 얼마나 경쟁력을 발휘할지 관건이다.

조덕현 조합장은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으로서 활동하고 있으며 3선 조합장으로 농협주유소 전국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특히 중앙회에서 대의원과 감사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대의원 조합장들과의 접촉면이 많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또한 충청 출신 중앙회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대전과 충남, 충북 등 충청권은 지난 1988년 중앙회장직이 선출직으로 바뀐 이후 30년 넘게 회장을 배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덕현 조합장은 "농민 조합원과 농축협을 위하는 길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결과 회장의 길에 나섰다"라며 "농민조합원과 농축협을 위한 반듯한 중앙회, 농민 곁으로 현장으로 달려가 농촌과 지역 살리기에 불씨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건은 후보 간 단일화 여부다. 영남에서 16년 만에 농협중앙회장을 낼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 공감대 속에서 공정한 방법을 통한 후보 단일화 제의에 황성보, 최성환, 송영조 조합장 간 단일화 의견접근이 있었으나 최근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에서는 지난 선거에서 같은 영남 후보였던 강호동 조합장과 최덕규 전 조합장 간 단일화 실패로 경남 출신 회장 배출에 실패한 경험이 있어 또다시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성희 현 농협중앙회장이 출마에 나서지 않는다면 경남의 세 후보와 타 후보 간 치열한 수싸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 농협법 개정 불씨 여전…. 회장 연임 여부 선거 막판 변수로        

한 농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연임 여부와 출마 여부를 두고 후보 간 눈치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며 "농협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가 가장 큰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강원과 충청 등 그동안 중앙회장 자리에서 소외당하였던 지역의 합종연횡도 주목받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조합장 1111명의 직선제로 치러진다. 14년 만의 일이다. 3000명 미만 조합은 1표, 3000명 이상의 조합은 2표가 주어진다.

투표권 총수의 과반수 투표와 투표자의 투표권 총수의 과반수 득표로 결정되며 당선자가 나오지 않으면 최다·차순위 득표자를 두고 재투표가 진행된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내년 1월 12일부터 24일까지다.

중앙선관위는 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 및 농업협동조합법, 농협중앙회 정관 등에 따라 선거를 공정하고 정확하게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선거인 매수 및 금품제공, 비방·흑색선전 행위 등 중대 불법행위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에 따라 강력하게 단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선된 농협중앙회장의 임기는 4년 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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