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생시민연대 "서울에서 안 하고 경기도만 신경…. 공기업 사장 자격 없어"

[제공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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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한 시민단체가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의 행보를 비난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김 사장이 최근 서울 시민의 주거복지는 뒷전이고 경기도에서 신도시 개발 사업에 나서겠다는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또한 SH공사가 지난 7일 내놓은 보도자료와 관련해서도 정당한 문제 제기에 대해 왜곡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반박한다. 과연 이 둘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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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SH공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시민단체가 제기한 매입임대 사업 실적 부진 주장 관련 대부분의 자료가 실제와 다르게 왜곡됐다”라고 밝혔다. SH공사는 "시민단체들이 매입임대주택 공급 실적을 ‘매입 완료’가 아닌 ‘약정체결’을 기준으로 해 실적이 부진한 것처럼 착시현상을 만들고 있다"며 "매입 완료 기준으로 산정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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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참여연대가 서울시 보도자료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매입임대주택 공급 계획 물량은 5150호로, 신축 주택과 기존 주택 매입약정은 829호, 매입 완료 건수는 4661호이다.

또한 2023년 매입임대 공급 계획 물량은 5250호로, 지난 11월 15일 기준으로 신축 주택과 기존 주택 매입약정은 695호, 매입 완료 건수는 1572호로 크게 줄어들었다. 올해 매입 완료한 1572호 중 기존 주택 249호를 제외한 나머지 1323호는 2022년이나 그 이전의 매입 약정 물량이다. 건설형 매입임대의 경우 매입약정을 체결하고 매입 완료 시까지 최소 1~2년의 세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SH공사가 주장하는 2022년과 2023년의 매입 완료 실적은 김 사장 시절이 아닌 전임 사장 시절에 매입 약정을 체결한 주택들이 대부분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역대 최대치로 매입약정을 체결했던 2020년(7200건)의 1~2년 후인 2021년(5095건)과 2022년(4661건) 매입 완료 건수가 가장 많았다"며 "그런데 김 사장 취임 이후 SH공사는 2022년부터 매입약정을 거의 5분의 1 수준으로 축소했고, 그 결과 연초부터 지난 11월 15일까지 매입 완료 건수가 전년 대비 30% 수준인 1572건에 그쳤다"고 했다. 이어 "즉, ‘SH공사가 매입임대주택 공급사업을 제대로 안 하고 있다’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은 정확한 수치에 기반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는 또한 "매입임대주택이 ‘짝퉁 임대주택’이라는 김 사장은 SH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파행으로 이끌고 있다"며 "지난해와 올해의 매입 완료 건수는 그 대부분이 전임 사장 임기에 계획하고 매입 약정을 체결해 추진해 온 사업의 실적을 끌어온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SH공사의 보도자료는 김 사장의 책임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자, 서울 시민에 대한 눈속임 자료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SH공사의 매입임대 실적 부진에 대해서는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지난 11월 2일 열린 서울시의회 서울주택도시공사 행정사무 감사에서 강동길(더불어민주당, 성북 3), 박석 시의원(국민의힘, 도봉 3)도 지적한 바 있다.

강 의원은 "해가 갈수록 임대주택 공급량이 줄어들 뿐 아니라 공급하는 임대주택의 안정성도 떨어지고 있다"며 "김헌동 사장이 경실련 시절 비판하던 SH공사의 임대주택 공급 실적보다 현재 상황이 오히려 더 안 좋다"고 비판했다.

[제공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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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은 "지난해 매입임대주택 매입 목표를 13%밖에 채우지 못했고 올해 매입 목표는 5250호나 지난 9월 말 기준 538호 매입에 그쳤다"며 "사장의 개인적 편견이 SH공사의 매입 실적 저조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매입공고 유형별 접수 명세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에만 1912호, 올해는 2927호가 심의에서 부결됐다"며 "서울시는 부결 사유를 해소하고자 국토부와 지속해서 협의하고 있지만 SH공사는 특별재난구역 내 침수 피해 이력이 있는 주택들조차 '입지 부적정(외국인 밀집 거주지역)'이나 '국고지원 예산 초과' 등을 이유로 부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불경기로 주택 인허가 건수까지 급감해 수년 내에 다시 주택 공급 부족 문제가 발생할 위험성이 크므로 시민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매입임대주택을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헌동 사장은 매입임대주택 공급 부진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매입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시 내의 공공임대주택 사업(특히 매입임대주택 사업)은 제대로 안 하면서 이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경기주택도시공사가 지분 비율을 정해 추진하고 있는 3기 신도시 공공주택사업에 끼어들겠다고 하는 황당한 일도 벌이고 있다고 시민단체는 지적한다.

앞서 SH공사는 최근 국토교통부에 “경기도 3기 신도시 조성에 참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건의했다. 김 사장도 '땅집GO'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올해 9월 국토교통부에 경기도 3기 신도시 개발권을 달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며 "전국 곳곳에 서울과 지방이 상생하는 주택 모델인 '골드시티' 등 사업도 진행해 나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 직후 경기도 산하 공기업인 경기주택도시공사(GH)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두 공기업이 이례적으로 정면 대치하면서 사업시행자 지정권을 가진 국토부는 SH공사가 실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지 행정안전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 "신도시 참여 안 돼" 선 넘는 SH에 선 그은 국토부

결국 지난 13일 국토부는 "서울시 주택 공급부터 챙기라"며 선을 그었다. 당초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을 받아보겠다"는 미루는 태도에서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국토부는 서울 주택공급 목표치도 달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3기 신도시 사업 참여 요구는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진현환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최근 'LH 혁신안' 브리핑에서 "서울 시내 주택공급을 먼저 충실히 하고 그다음에 경기도 내 3기 신도시 참여 여부를 논의해야지, 지금은 건의할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서울시 산하 지방공기업인 SH공사는 관내 사업을 당연히 추진한다"며 "지금 서울은 전국에서 20~30대 청년들이 가장 많이 몰리고 있는 지역인 데 반해, 주택가격이 높아 청년과 무주택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높고,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서울시 지방공기업인 공공주택사업자의 수장으로서 할 일, 즉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제대로 안 하고 있으면서 타지역에 가서 신도시 개발 사업을 하겠다는 사람을 SH공사의 수장으로 계속 두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김헌동 SH 사장에게 사장직을 맡겨서는 안 된다"며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민들의 주거로 인한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이 없고, 주거복지에 대해 문외한인 김헌동 사장이 부적격인 인사라는 점을 이제라도 시인하고 즉각 해임 조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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