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의석수 줄자 정동영 "전북이 동네북이냐" 직격 
공룡 선거구 해소 위해 선거구 쪼개기 재현될 수도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뉴시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22대 총선의 무대가 될 선거구 획정을 두고 정치권의 의견이 갈리는 모양새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선거구 획정안을 두고 여·야의 희비가 갈리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편파적인 획정안'에 대한 수용 불가 여부를 밝힌 반면 국민의힘은 정당의 유불리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렇다 보니 국회의 논의를 거쳐야 확정되는 선거구 획정은 오리무중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앞서 선거구획정위가 지난 5일 국회에 제출한 획정안은 서울과 전북의 의석수를 1석씩 줄이고 경기도와 인천의 의석수를 1석씩 증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세부적으로는 인구 상한선(27만 3177명)을 초과한 분구 대상 지역 6곳과 인구 하한선(13만 6629명)을 미달한 합구 대상 지역 6곳의 조정도 이뤄진다. 

민주당은 선거구획정위의 획정안에 대한 직접적인 반대 의사를 표출했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의 의석수 감소와 함께 합구 대상 지역에 경기 부천시·안산시 및 서울 노원구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의 현역의원은 모두 민주당 소속인 만큼, 민주당은 합구만으로 3석을 잃는다.

이와 관련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과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획정안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힘 의견만 반영한 편파적인 안으로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 사무총장은 "인구수 대비 선거구 현황이 적은 곳이 경기 안산시, 서울 노원구, 서울 강남구, 대구 달서구 순"이라며 "이 기준으론 안산, 노원, 강남, 달서가 포함되는 것이 공직선거법에 부합하는 기준인데 획정위 발표엔 안산과 노원만 반영하고 강남과 달서를 뺐다"며 "되려 전북과 부천이 들어갔다. 이런 부분들은 아무리 봐도 원칙과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야당 간사인 김 의원은 지난 14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농산어촌에 대한 배려라고 하는 정신으로 볼 때 전라북도를 줄이게 되면 경상북도를 줄이든지 경남을 줄이든지 하는 게 순서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부산은 늘리고 전라북도를 줄였다. 누가 보더라도 여당에 편향적으로 획정된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전주병 출마를 준비 중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6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라, 경상, 충청, 강원도 모두 인구는 같이 줄었는데 국회 의석은 전북만 1석 줄었다"며 "최근 전북은 대한민국에서 동네북으로 전락했고 날벼락에 가까운 충격적인 획정안이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반면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원내전략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1일 선관위에서 정당별 선거구 획정과 관련된 입장을 청취할 때 민주당이 제기한 의견을 상당히 반영해서 획정안을 정한 걸로 알고 있다"며 "수도권 인구 증가로 수도권 증석 요인이 생겼는데, 지난번 총선 결과 수도권에 민주당 현역의원이 많다 보니 자기들에게 불리한 결과 아니냐고 선입견을 가질 수 있지만, 획정안에 정당별 유불리가 개입된 건 아닌 걸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렇다 보니 선거구획정위의 획정안은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공직선거법 제24조의2 3항에 따라 획정안이 공직선거법 제25조 1항 '국회의원지역구는 시·도의 관할구역 안에서 인구·행정구역·지리적 여건·교통·생활문화권 등을 고려한다'는 조항을 명백히 위반한 경우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획정안의 재의 요구가 가능하다. 앞서 지난 20대 국회도 선거구획정위의 획정안을 반려한 뒤 재조정된 획정안을 채택한 바 있다.

'선거구 쪼개기' 또 등장할까?
국회의 재의요구권 행사 명분은 '공룡 선거구' 해소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대 국회는 강원도의 공룡 선거구가 지역대표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4년 전 문제가 된 선거구는 속초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고성군이다. 해당 선거구는 총면적은 4870여㎢(약 14억평)로 서울시 면적(605㎢·약 1억 8천평)의 8배에 달하는 공룡 선거구가 탄생했다.

이번 선거구획정위의 획정안도 공룡 선거구의 문제가 발생했다. 4년 전 지적된 속초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고성군 선거구가 다시금 제시된 가운데, 경북의 신설 선거구인 의성군·청송군·영덕군·울진군도 총면적이 3750여㎢(약 11억평)에 달한다. 아울러 전북의 신설 선거구인 남원시·진안군·무주군·장수군의 총면적도 2700여㎢(약 8억평) 수준이다. 

이에 21대 국회도 공룡 선거구를 해결하기 위한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다. 20대 국회는 속초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고성군의 선거구를 해결하기 위해 인구수 증가로 분구가 예정된 춘천시의 일부를 분할한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 갑·을 선거구를 형성했다. 해당 선거구는 자치구·시군의 일부 분할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25조 1항을 위반했으나, 국회는 해당 선거구를 위 조항의 예외사항인 '특례 선거구'로 구성하는 한시법을 제정했다. 

당시 20대 국회는 춘천과 마찬가지로 단독 분구가 결정된 순천시를 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 갑·을로 합친 특례 선거구로 포함시켰다. 이와 관련 전남 순천시 해룡면 주민들과 지역 정치인들은 '선거구 쪼개기'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제기한 바 있다. 이들은 국회의 선거구 쪼개기로 선거권과 평등권 등을 침해 당했다고 주장했으나,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이렇다 보니 21대 국회도 공룡 선거구가 발생한 지방자치단체의 특정 시·군의 일부를 분할한 특례 선거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정치권에 따르면 의석수가 9석으로 감소한 전북 지역의 경우 인구가 많은 전주시의 일부를 분할해 인접 지역과 합치는 특례 선거구를 구성해 10석의 의석수를 유지하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20대 국회의 경우 획정안 초안에서 강남의 의석수는 유지되는 가운데 노원과 안산의 의석수가 1석씩 감소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20대 국회는 획정안 재의 요구 과정에서 노원과 안산의 의석수를 원상 복귀시킨 바 있다. 따라서 21대 국회의 획정안 재논의 과정에서도 타 지역의 조정을 통해 의석수 감소 지역의 원복이 이뤄질 수도 있다. 다만 한 지방자치단체의 의석수 증감은 곧 다른 지자체의 의석수 변화로 이어지는 만큼, 국회의 획정안 논의 결과에 따라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편 지역 간 이해관계가 극명히 갈리는 선거구 획정 논의는 오리무중인 상태지만 획정안 논의 속도 자체는 빠른 편이다. 4년 전 선거구획정위는 21대 총선을 한 달 앞둔 2020년 3월 3일 획정안을 제출했고 국회는 3일 뒤에 선거구 획정안을 결정했다. 

현재 선거구획정위는 22대 총선을 4개월 앞둔 지난 5일 획정안 초안을 제출한 만큼 이르면 내년 1월 안으로 선거구가 결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면 과거 선거구 획정 시기를 감안할 경우 2월 말에서 3월 초에 결정될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문제는 선거구 획정이 지연될수록 유권자와 입지자들의 혼선이 가중된다는 점이다. 입지자들의 경우 명확한 선거구가 없는 만큼 선거운동의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고 유권자들도 출마 후보들을 판단할 시간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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