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왕좌 자리 위한 역량 평가... ‘재벌 3·4세’ 무게 감당하나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 [뉴시스]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지훈 기자] 올해 연말 인사에서 재벌가 3·4세들은 역량을 평가하기 위한 ‘신사업 발굴’이라는 시험대 위에 올라섰다. 이들은 기업의 미래 먹거리와 성장동력을 발굴하라는 특명을 받았다. 연말 인사를 통한 이들의 새로운 직책에서 새로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들의 역량을 얼마나 펼칠 수 있는지가 관점이다.

- 올해 국내 주요 기업 연말 인사의 핵심 ‘젊은 피 수혈’
- 책임경영 체제 강화와 미래 핵심 전략 수립·실행에 속도

올해 국내 주요 기업 연말 인사의 핵심은 ‘젊은 피 수혈’이다. 그룹 성장을 이바지해온 인재들이 용퇴하고 30대 임원, 40대 부사장, 50대 대표이사 등을 대거 주요 임원직에 자리매김하면서 기업의 미래를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에도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예상된다.  30·40대인 오너가(家) 3·4세가 경영 일선에 나서서 중책을 맡고 ‘책임 경영’을 펼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SK바이오팜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을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승진시키는 임원 인사를 7일 단행했다. 1989년생인 최 본부장은 2017년 SK바이오팜에 입사했다가 2019년 휴직 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바이오인포매틱스(생명정보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2021년 7월 복직해 지난 1월 글로벌 투자본부 전략투자팀 팀장으로 승진했다.

SK바이오팜은 사업개발본부 산하로 사업개발팀과 전략투자팀을 통합 편성했다. 최 본부장은 기존의 전략투자팀을 이끌었다. 최 본부장은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등 신규 투자와 사업 개발 분야에서 성과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아 향후 사업 개발 조직 전체를 책임지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연구개발(R&D)의 효율성과 유연성, 협업을 강화하고 사업개발과 전략투자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R&D에서는 기존 조직 중심이 아닌 사업 중심의 민첩한 조직 체계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신유열 롯데케미칼 전무 [뉴시스]
신유열 롯데케미칼 전무 [뉴시스]

-젊은 오너들의 역량... 어디까지 올라왔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남이자 오너가 3세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전무도 초고속 승진으로 귀추를 모으고 있다. 1986년생 신유열 전무는 지난 2020년 일본 롯데에 입사했다. 이후 지난해 5월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 상무보로 합류한 뒤 8월 일본 롯데 파이낸셜 최대 주주인 롯데 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공동대표로 선임된 데 이어 12월에 상무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에서 전무 자리에 올랐다. 각각 1년도 안 된 시점에 연이어 승진했다.

지주사에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중책을 맡게 된 그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도 겸직한다. 롯데그룹 미래 성장 핵심인 바이오 사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 말 즉 신 전무의 경영승계를 위한 역량 평가가 시작됐다는 말과 같다. 

롯데그룹은 인사를 발표하며 "신유열 전무는 지난해 롯데 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대표, 롯데 파이낸셜 대표 등 투자 계열사 대표직을 역임하며 재무에 대한 전문성을 높여왔다"며 "롯데케미칼 동경지사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데 기여했고, 롯데그룹 미래 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끌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 전무는 아직 승계를 위한 주요 계열사 지분을 거의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를 통해 신 전무가 지분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IPO 과정에서 일본 롯데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광윤사 지배구조 정리와 통합 지주사 설립 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동선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전략본부장 [뉴시스]
김동선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전략본부장 [뉴시스]

김승연 한화그룹의 3남인 김동선 전무도 지난해 인사에서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전략본부장으로 승진했다. 한화솔루션은 갤러리아 부문을 전략본부, 영업본부, 상품본부 등 3개 본부 체제로 개편했다. 김 전무는 기존 신사업전략실과 함께 기획과 인사 등의 업무를 통합한 전략본부까지 함께 맡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 부문까지 겸임하면서 갤러리아와 관련된 거의 모든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된다. 

-신사업 발굴에 발벗고 나서

아울러 김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미국 유명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FIVE GUYS)'의 국내 상륙을 성공시킨 이후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신사업 발굴에도 나서고 있다. 한화 호텔 앤 리조트는 김동선 전략부문장이 경영에 참여하며 자산은 줄이면서 사업 운영권은 챙겨 수익을 확보하는 ‘자산 경량화 방식’을 대대적으로 도입했다. 이와 같은 체질 개선 작업은 김 전략본부장의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2020년부터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서 근무하다, 지난 2020년 말 한화에너지 글로벌전략 담당(상무보)으로 3년 만에 한화그룹에 복귀했다. 1년 후인 2021년 5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갤러리아 상무로 발령난 그는 1년 5개월 만에 전무로 승진했고, 또다시 1년 만에 부사장을 달며 고속 승진을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승진 배경으로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 국내 론칭 성공을 꼽는다. 김 부사장은 그룹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로봇 사업도 챙기고 있다. 그는 올해 한화갤러리아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며 승계를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최근 한 달만 해도 5번 이상 장내 매수로 지분을 사들였다. 그 결과, 처음 지분을 사들인 지난 4월 0.03%였던 김 부사장 보유 지분율은 6일 기준 1.22%가 됐다.

구동휘 LS일렉트릭 비전 경영총괄 대표 [뉴시스]
구동휘 LS일렉트릭 비전 경영총괄 대표 [뉴시스]

구자열 LS그룹 이사회 의장의 장남 구동휘 LS일렉트릭 비전 경영총괄 대표는 LS MnM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됐다. 1982년생인 구 대표는 LS일렉트릭 경영전략실 차장, 중국 산업 자동화 사업부장, ㈜LS 밸류 매니지먼트 부문장, E1 COO(최고운영책임자) 등을 두루 거치며 미래 성장 사업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인사가 승진은 아니지만 그룹이 중점을 두고 육성 중인 배터리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자 3세 경영진을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구 최고운영책임자의 발령으로 LS MnM의 2차전지 소재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 최고운영책임자는 과거 액화석유가스(LPG) 전문업체 E1, 전력기기 생산기업 LS일렉트릭의 대표이사직을 거치며 신사업 및 해외 비즈니스에서 성공적인 경험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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