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피아니스트들, 조율사의 정확·섬세한 조율이 없었다면 좋은 연주 없었을 것”
“피아노조율은 부속 해체·조립·수리할 일 많아… 이런 작업 좋아해야”

김현용 (사)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 회장
김현용 (사)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 회장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10·20대 청소년들은 장래 직업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지만, 자신의 진로 설계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확신을 얻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요서울이 다양한 직업군의 멘토를 만나 그 직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알아봄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심어주고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에는 ‘피아노조율사’를 꿈꾸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한 멘토로 김현용 (사)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 회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KBS방송국 KBS홀피아노 조율을 담당하고 있는 김현용 피아노조율사는 현재 전국 20개 지부에 600명의 피아노조율사 정회원을 보유한 (사)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 회장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협회에서 조율사들을 위해 역량 강화 교육을 진행하는 등 다양하게 활동 중인 김 회장은 첫눈에 반하는 첫사랑처럼 피아노조율사라는 직업에 푹 빠지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1990년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서 나오는 유망직업 소개에서 피아노조율 소리가 들려오는 방송을 보는 순간 ‘아! 피아노조율사로 평생 살아야 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저는 KBS와 참! 인연이 많은 것 같다”며 “그 방송을 인연으로 KBS아트홀이 개관하면서 전속조율사로 일했고, 지금은 KBS방송국 KBS홀을 조율하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김현용 (사)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 회장
김현용 (사)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 회장

- 피아노는 음악적으로 어떻게 연주해야 가장 아름다운 소리가 울릴 수 있고 조율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완벽한 소리를 창출할 수 있을까요.

▲어쿠스틱 피아노는 300년 정도를 거치면서 많은 연주자와 피아노 제조업체를 통해서 발전해 왔는데요. 먼저 피아노조율사는 연주자가 원하는 조율 음정, 터치, 음색 등을 고려해서 조율, 조정, 정음 작업을 합니다. 피아노조율뿐 아니라 이렇게 다양한 기술적인 테크닉을 사용하는 것은 때로는 연주자의 감성적인 연주에, 때로는 휘몰아치는 격정적인 연주에 맞춰 피아노를 다뤄야 하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피아노조율사를 통해서 피아노조율이 끝나고 나면 피아니스트마다 각자의 감성으로, 각자의 곡 해석으로 디테일하게 표현하며 연주할 때 피아노조율과 연주가 좋은 앙상블을 이루어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고 생각합니다.

- 피아노조율 기술이 음악과 조화를 이룰 때 파생하는 문화적·예술적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요.

▲지금 세계적인 수준의 피아노연주가인 조성진, 임윤찬, 이진상, 손열음 등 많은 음악가가 피아노조율사의 정확하고 섬세한 조율이 없었다면 좋은 연주를 할 수 없었겠죠. 이처럼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를 목표로 배우고 연습하고 교류한다면 현재의 음악에서 다시 재창조되는 문화적·예술적인 음악 세계가 펼쳐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사)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에서는 세계적 수준의 조율사 양성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조율사들의 전문성 및 철학 향상을 위한 글로벌 교육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요.

▲현재 우리 협회는 매년 전국회원기술세미나를 통해 독일과 유럽의 마이스터 강사를 초빙해서 전문적인 피아노조율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어요. 또한, 매년 삼성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서 해외연수와 국내 피아노조율사 심화과정을 열어 수준 높은 콘서트 조율사로 성장할 수 있게 교육하고 있고요. 2년에 한 번은 세계피아노조율사협회 총회(IAPBT)와 세미나, 아시아총회(APTA)와 세미나를 통해서도 최상의 기술을 배우고 익히고 있습니다. 이런 연수와 교육과정을 거친 (사)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 회원 대다수가 전국의 전문연주홀, 대학교, 연주단체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현용 (사)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 회장
김현용 (사)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 회장

- 피아노조율사가 되려면 어떤 능력과 자질을 갖춰야 하며, 어떤 사고와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어야 할까요.

▲피아노조율사가 되기 위한 능력의 차별이나 학력의 제한은 없습니다. 다만, 평소에 음악을 좋아하며 연주하거나 음악을 전공하면 더 좋겠죠. 많은 음악가를 만나게 되는데 서로 음악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면 얼마나 좋겠어요. 피아노조율은 부속을 해체하고 조립하고 수리할 일이 많습니다. 이런 작업을 좋아하는 분이면 더 유능한 조율사로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 음악계에서 인정받는 피아노조율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학습과 훈련을 받아야 하며 실무 체계는 어떻게 확립해야 할까요.

▲현재는 피아노조율 학원에서 배우는 경우와 업체를 통해서 개인 사사를 받는 경우 그리고 독일, 일본 등으로 유학 가는 경우 등 다양해요. (사)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를 통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높이는 방법도 있어요. 이론적인 피아노조율의 배경과 실기적인 피아노조율 테크닉을 한 단계씩 배워 나가면서 전문적인 연주홀, 학교, 연주단체 등을 조율하는 피아노조율사로 성장한다면 인정받으며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피아노조율사가 완벽한 소리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조율기술과 함께 음악을 만들어내는 조율 철학도 배양해야 한다던데요, 회장님의 조율에 대한 철학이 궁금합니다.

▲피아니스트의 최고의 연주는 피아노조율사의 기술적인 역량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최상의 기술을 배우고 평생 끊임없이 피아노조율사로서 음악적인 공부와 기술적인 테크닉을 쌓아 나가는 것이 최고의 피아노조율사로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삶의 핵심가치는 ‘실천’, ‘노력’, ‘소통’이거든요. 기술적인 노력과 실행, 그리고 만나는 음악가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하며 조율해서 최상의 연주를 만들어내는 것이 제가 피아노조율사로서 추구하는 삶의 철학입니다.

- 피아노조율사로서 어떤 피아노 연주자를 만났을 때 가장 기쁘고 어떤 공연을 치렀을 때 가장 보람되시나요.

▲자신이 원하는 피아노의 상태를 명확하게 얘기하는 연주자를 만났을 때 가장 기쁘죠. 그 이유는 그대로 조율(원하는 음정), 조정(터치작업), 정음(음색작업)을 명확하게 수행했을 때 가장 최상의 연주가 되기 때문이에요. 가장 보람 있을 때는 피아니스트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저만의 방식으로 피아노조율이 끝난 후 연주회를 통해서 때로는 방송을 통해서 스스로 생각했던 음악적인 요소들이 충분히 나왔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 공연장에서 가장 난감한 상황으로 여겨질 때는 언제인가요. 또한, 주로 어떤 점이 피아노조율사의 고충이자 애로사항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전문 연주자와 경험이 있는 피아노조율사가 만나는 전문 연주홀에서는 서로가 난감한 상황은 많지 않아요. 서로 확연한 내용으로 연주 전 피아노 상태에 대해서 소통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가끔은 다양한 연주자와 악기가 협연할 때 원하는 음정으로 조율이 끝나고 나서 다른 연주자가 다른 음정, 다른 터치와 음색을 요구할 때가 있어요. 짧은 시간 내에 피아노조율을 해야 하기에 이때가 가장 힘들 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일찍 충분한 시간을 갖고 조율하는 편이에요.

- 마지막으로 피아노조율사를 꿈꾸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피아노조율사로서 34년간 활동해 오면서 8만여 대의 피아노를 조율 수리했지만, 피아노조율사라는 직업이 싫었던 적이 없었어요. 그 이유는 제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고 끊임없는 기술교육, 세미나를 통해서 발전해 왔기 때문이에요. 직업을 선택할 때 많은 정보와 상담 등을 통해서 스스로의 의지로 결정할 것을 권해봅니다. 피아노조율사가 된다면 이 직업을 지속 유지해 생계를 넘어선 한 직업군에서 우뚝 서는 사람이 되길 바라고요. 한번 시작하면 쉽게 포기하지 말고 부족한 것들을 채워 나가면서 끊임없이 발전해 나가기를 바래요.

제가 활동하고 있는 KBS는 방송과 KBS교향악단, KBS관현악단 등의 많은 연주와 피아노조율이 있는데요. 이러한 피아노조율을 통해서 많은 방송인과 전문 연주자들을 만나는 기회가 제공됩니다. 자신이 어떤 즐거움으로 피아노를 조율할지 생각해 보세요. 직업으로 선택하기 전에 피아노조율사의 삶을 미리 계획한 후 멋진 피아노조율사로 살기를 꿈꾸시고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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