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오징어? 동해안 바닷가에 가도 오징어회 못 먹는다

수산물 시장에서 살아있는 오징어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게 됐다. 설령 생물 오징어를 직접 찾게 되더라도 가격은 상상을 넘어설 만큼 올랐다는 판단이다. 사진은 수산물 시장 상인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모습. [이창환 기자]
수산물 시장에서 살아있는 오징어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게 됐다. 설령 생물 오징어를 직접 찾게 되더라도 가격은 상상을 넘어설 만큼 올랐다는 판단이다. 사진은 수산물 시장 상인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모습.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우리 수산물 가운데 밥상 단골 메뉴인 오징어가 어시장에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국내 연근해상에서 실제로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해양수산부 등 관련 기관과 단체가 우려를 숨기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는 대책 토론회가 열리는가 하면, 수협중앙회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서는 분위기다. 실제 강원도를 비롯한 경상도 북부지역 근해에서도 오징어잡이 배가 출어(出漁)를 꺼려하는 분위기까지 나온다는 후문이다. 강원도 몇몇 지역의 건어물 시장 상인들은 지난해 어획된 건조 오징어 판매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기후변화·남획·중국어선 불법 조업 등 2000년대 대비 3분의 1 생산량
국립수산과학원, “허용어획량·금어기준수 등 어업관리 국제협의체 필요”

강원도 동해시 어시장 인근에서 건어물을 판매하는 A씨는 “오징어가 지금은 전혀 안 나온다. 바다에서 오징어 잡힌 지가 좀 됐다”라면서 “아마 지난해 봄부터 많이 안 잡히면서 가격도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가 최대한 가격을 잘 쳐줄 수 있는 것이 배오징어 기준 건조 오징어 열 마리에 10만 원”이라며 “지금으로서는 한 마리 1만 원이면 비싼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배오징어의 경우는 지난해 8월 서해안에서 잡은 것이니까 그 이후에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도 좀 싼 것을 찾는다면 동해 앞바다에서 잡은 것은 올해 5~6월경에 어획돼 말린 것이 조금 있다”라면서 “그나마도 우리는 열 마리 5만 원에 팔고 있지만, 가격은 점점 더 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인 “오징어 안 잡힌다”... “오징어회 구경 못 해” 

그럼 오징어가 잡히지 않고 있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있을까. A씨에 따르면 오징어회를 통해 오징어잡이 여건에 대해 알 수 있다. 그는 취재진에게 “동해에서 오징어회를 먹으러 가보시라”라면서 “오징어가 없다. 일반 횟집에도 없고, 오징어회 전문점에도 없다. 동해안 오징어회 구경 못한다”라고 답했다. 
 
그는 현재 시중 유통되고 있는 중국산에 대한 경고도 했다. “국내서 오징어가 안 잡히니까 수요 공급이 맞지 않아 일부 중국산이 들어오고 있다”라며 “국산 오징어는 해풍으로 말려서 특정 냄새가 안 나는데 중국산은 기계로 말려서 냄새 차이가 있다. 기계로 작업하다보니 자연스럽지 않고 팽팽하고 빳빳하다. 이런 것은 거의 중국산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럼, 왜 국산 오징어 어획량이 줄어드는 걸까. 이와 관련 지난 1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는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가 공동주관하고, 국민의힘 소속 권성동·김석기·김정재·성일종·김미애·김병욱·김희곤·박형수·안병길·정희용 의원 등이 공동주최해 ‘동해안 오징어 실종, 연근해어업 재도약을 위한 해법은 무엇인가’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강수경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과장은 “국산 살 오징어는 정점을 찍었던 2000년대 대비 현재 어획량이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라면서 “그에 대한 대책으로 총 허용어획량 및 금어기준수 등의 어업관리와 한‧중‧일 오징어 자원관리 협의체 구성 추진 등 국제협력을 통한 수산자원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창수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박사는 “동해안 어업생산 동향과 어업경영 분석 결과2011년부터 현재까지 어업 평균 생산량과 최근 5년 평균 생산량을 비교할 때 살 오징어 감소율이 53%에 달하며 여타 어종의 어황도 좋지 않은 실정”이라며 “동해안 어업은 오징어 어획부진 영향으로 지난해 어업수익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어민을 위한 특별경영안정자금 지급과 동해안 오징어어업에 대한 융자금 이자 지원 등 어업인의 요구에 정부가 현실적, 제도적 검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산 오징어, 명태 꼴 날까... 어획량 거의 없어 대안은?

하지만 오징어 어획량이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15년경부터 2018년에이르기까지 오징어 어획량 급감으로 어민들이 힘들어하던 시기가 있었다. 이와 관련 대학에서 연구팀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당시 연구팀이 울릉도까지 건너가 원인 분석에 나선 바 있었다”라면서도 “원인이 세 가지 정도로 유추됐으나, 정설로 떨어진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강원도를 막론하고 경상도 북부지역의 해안에서도 오징어가 잡히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라면서 “어획물이 없으니 힘들어하던 어민들이 남해와 만나는 경남지역까지 내려가 오징어잡이에 나서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국내 대표 어종으로 한 때는 아시아권 명태 강국이었던 우리나라에서 명태는 현재 실종 상태다. 정부는 2014년부터 인공 종자 생산과 치어 방류 등에 나섰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 양식에도 성공했고, 수십만 마리에서 수백만 마리까지 치어 방류를 이었으나 재포획되는 명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명태든 오징어든 어획 대상이 연근해에 존재해야 어민들이 잡아올 수 있게 되는데, 방류한 치어조차 돌아오지 않게 된 상황은 환경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만든다. 

이에 대해 A씨는 취재진에게 “이러다 오징어도 명태 꼴이 날까 봐 걱정이다”라면서 “요즘은 오징어 어획이 줄어든 것을 보면서 10년여 전부터 동해에서 씨가 마르며 이제는 거의 사라진 명태를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명태에 이어 오징어도 그렇게 될까 봐 근심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여당은 수협중앙회 등과 민·당·정 협의회를 열어 어획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어업인에게 3000만 원까지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수산자원보호직불금 지급기준도 완화해 직불금의 조속한 지급을 결정했다. 또 내년부터 40~50척 이상의 오징어 어선 감척을 추진하고 공적개발원조(ODA)와 연계해 해외 어장 개척과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수산물 시장 진열 모습. [이창환 기자]
수산물 시장 진열 모습.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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