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복마전' 송영길, 18일 구속...민주 "우리 당 사람 아냐" 선긋기 급급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대기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 차원의 사법리스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복마전으로 지명된 송영길 전 대표가 구속되면서다. 

특히 송 전 대표와 함께 돈봉투 의혹에 엮인 민주당 현직 의원 20여 명이 대거 수사 선상에 오를 수 있는 만큼, 이는 총선 전 민심의 역린을 건드릴 초대형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그간 이재명 대표 개인의 사법리스크부터 송 전 대표와 당내 여러 의원들의 돈봉투 살포 의혹에 이르는 도덕성 실추 비판에 휩싸인 상태지만, 이렇다 할 대응 없이 돌아가는 상황만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선 당 도덕성 회복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있음에도 뚜렷한 자구책을 내지 못한 채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이낙연 전 대표를 구심점 삼아 당 주류인 친명(친이재명)계와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비명(비이재명)계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덮고 넘어가기 위해 당이 돈봉투 사태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울러 친명 일각에선 '검찰 공화국'을 언급하는 등 또 다시 정치탄압 프레임에 의존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실제로 민주당은 송 전 대표가 구속된 지난 18일 이후 20일 현재까지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다만 "탈당한 인사라 공식 입장은 없다"는 선 긋기식 메시지만 방출하고 있다. 송 전 대표가 돈봉투 논란에 탈당을 자처한 만큼, 민주당과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읽힌다.

지난 19일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 후 취재진에게 송 전 대표 구속에 대해 "탈당하셔서 개인의 몸인데, 민주당에선 공식 입장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민주당 소속 현직 의원 20여 명이 돈봉투 의혹과 관련성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에서 정확하게 확인된 게 없어 단정지어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당 차원의 진상 규명 시도는 아직 없다고도 했다.  

이에 당 내부에선 송 전 대표 구속을 시작으로 돈봉투 수수 의혹에 휩싸인 당내 의원들이 줄소환될 것이란 우려가 분출한다. 총선 전 검찰의 대규모 돈봉투 수사가 민주당에게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비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 소속인 조응천 의원은 지난 19일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돈봉투를 수수했다고 여겨지는, 그간 보도된 20명 정도 현역 의원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곧장 이어질 것"이라며 "이어진다면 공천 문제와 직결돼 있는 문제다. 쌍특검 정국에서 여권은 이 소환조사를 가지고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하면서 물타기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비명계 핵심인 김종민 의원도 "더는 우리에게 수사권이 없다며 도망 다니지 말고 관련 의원들을 불러서 사실 여부를 솔직하게 들어봐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를 향해선 "본인이 사법적으로 문제가 있으니까, 만약에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게 되면 본인도 당대표를 내려놔야 한다"고 압박했다.

민주당 한 비명계 인사는 본지에 "송영길 전 대표야 탈당한 인사이니 선을 긋는다 쳐도, (돈봉투 수수 의혹에 대해) 말 나오는 현직 의원들은 어쩔 것인가. 소환조사가 이뤄지기 전에 당이 직접 진상 규명에 나섰어야 했다"면서 "검찰 줄소환이 이뤄지기 전에 당이 어떻게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조사권한 없다고 가만히 있으면 총선 역풍을 피할 수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실제로 앞서 올 상반기 돈봉투 의혹이 돌출했을 당시 민주당 내부에선 당 지도부가 선제적으로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지도부는 '수사권 없음'을 이유로 자체 조사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다 결국 이러한 시도는 무산됐다.

한편, 민주당 친명계 사이에선 또 다시 '검찰공화국' 프레임이 재등장했다. 친명계 안민석 의원은 한 방송에서 "이게 윤석열정권 검찰공화국 아니었으면 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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