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과 여권에 최대 기회이자 위기 가능성
한동훈식 스마트 정치 리더십발휘된다면 정치혁신 선도

필자는 얼마 전 본지 컬럼(11.24일자)에서 여당, 한동훈 블랙홀에 빠지다라는 글을 쓴바 있다. 집권 여당의 지리멸렬한 혁신위 활동, 무기력한 리더십을 지적하면서 여당 전체가 한동훈장관만 쳐다보고 있는 모습을 비판한 것이다. 결국 한동훈 장관은 비대위원장에 사실상 추대되다시피 해서 난파선의 조타수가 됐다. 집권 여당뿐만 아니라 여권 전체가 이제 한동훈 비대위원장 배에 모두 올라탄 모양새다. 윤 대통령을 비롯해 여권 전체가 한 위원장 등판 이후의 결과에 따라 독배가 될지 축배가 될지 최대의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이한 셈이기도 하다.

최근 한 장관 비대위원장 모셔오기(?) 경쟁 과정에서 당내에선 급기야 이순신 장군이 12척 배로 임진왜란 승리로 이끈 사례까지 비교될 정도로 몸값이 천정부지에 올랐다. 한 장관을 나중에 아껴쓰자는 정치판 물정모르는 철없는 사람(?)들의 주장을 잠재우고 선거에 지면 무슨 소용인가라는 절박함과 애절함이 묻어 나온 결과이다.

이처럼 한 장관은 근래 보기 드문 집권 여당의 옥동자, 아니 구세주로서의 위상을 차지하게 됐다. 아직 총선까지 수개월이 남았지만 벌써 한 장관은 집권 여당 총선 승리 가능성을 안겨줄 유일한 상징처럼 돼버렸다.

옛날 중국 당나라 시대부터 내려왔던 공직자나 인재 등용의 유명한 기준이 있다. 지금도 사람을 등용할 때 다른 방식이더라도 결국 이 기준을 중시하는 측면이 많다. ‘사람은 신언서판(身言書判)반듯해야 한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용모, 언변, 글씨, 판단력 등의 인재 등용의 항목들이다.이런 면에서 보더라도 한동훈 위원장은 분명 인재이자 인물이다. 반듯한 외모에 구태의연하고 틀에 박힌 의상 보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패션에다 나머지 글솜씨나 판단력은 이미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검사까지 지냈으니 덧붙일 말은 없을 터이다.

문제는 언변, 말솜씨이다. 한동훈 위원장의 어록은 이미 유명하다. 한마디로 언론과 국민에게는 최대한 친절하고 공손하게 응대하고 답한다는 것이다. 취재진이 몰려오면 가방과 핸드폰을 바닥에 내던지다시피하고 두 손 모아 깨알같이 답한다.

단적인 예가 이렇다. 민주당의 검사탄핵 관련 질문에 만약 어떤 고위공직자가 공직 생활 내내 세금 빼돌려서 일제 샴푸 사고 가족이 소고기나 초밥을 사먹었다면 탄핵 사유로 인용될 것 같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경기도 법인카드 불법 유용 의혹에 빗대 민주당에 직격탄을 날리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에선 날이면 날마다 윤대통령 보다 한동훈 법무장관 때리기가 일상이 됐다. 국민도 제1야당 전체가 일개 장관 하나 기죽이지 못하는 모습에서 신기할 정도로 흥미를 느낀다.

여의도 기성 정치인들은 대게 취재진 앞에 서면 뒷짐부터 지고 넥타이 고쳐매고 근엄하게 오동잎이 떨어지면 가을이 온다는 식의 여의도 화법으로 말을 내뱉으면 기자가 해석하고 국민은 그제서야 ...이제 뭘 하겠다는 말이구나 하고 대충 알아듣곤 한다.

이제부터 언론과 국민은 한동훈 화법이나 말을 알아듣는데 그다지 깊은 생각이나 해석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인지 궁금해지는 때이다. 법무부 장관 시절 한 위원장은 "여의도 (국회의원) 300명만 쓰는 화법이 있다면 그건 '여의도 사투리' 아닌가요. 저는 나머지 5천만 명이 사용하는 언어를 쓰겠습니다.”라며 자신의 정치색과 언행이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를 것임을 분명히 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의 말은 짧지만, 함축적이며 누구의 귀에도 쉽게 들어오는 솔깃한 언어들이 많다. 특히 민주당의 윤석열 정부에 대한 공격과 비판이 주먹 수준이라면, 한동훈 장관이 쏟아내는 반격의 언변은 거의 해머(hammer)’수준으로 아예 공격 불능상태로 만드는 위력적이다. 검사의 범죄자 압박 수사를 연상케 한다고들 한다.

그런 한동훈 전 장관이 집권 여당의 난파선의 선장이 됐다. 정치는 상대적이고 변화무쌍한 변수들이 쉴 새 없이 발생한다. 사실상 집권당 당 대표의 역할이 시작된다. 민주당은 한 장관의 정치권 등판을 학수고대했을 것이다. 링에 올라오기만 하면 여의도 정치판의 참혹한 맛을 보여 줄테니... 하고 말이다.

그러나 재판 중인 제1야당 이재명 대표와 소속 정치인 그리고 민주당 킬러인 한 위원장 간의 설전과 말싸움, 대립과 투쟁의 구태 답습이 반복될수록 한 위원장의 신선함기대치는 그만큼 또 소멸될지도 모른다. 옛말에 근묵자흑(近墨者黑) 이란 말이 있다. 여의도에 입성해서도 검게 오염되지 않고 여의도 정치를 답습하지 않을지 궁금할 뿐이다. 총선 이후 축배를 마실지 독배를 마실지는 한 위원장의 결단결기에 달려있다 할 것이다.

여의도 정치는 한 위원장이 천명한 바대로 ‘5천 만명이 사용하는 언어만 사용한다고 절대로 여의도 정치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대통합과 화합, 포용이 정치의 최우선이다. 그리고 여의도 정치의 기득권과 특권이 한 위원장의 간단명료한 언변만큼이나 속 시원하고 쾌도난마(快刀亂麻)처럼 해결될 수 있도록 스마트한 한동훈식 여의도 정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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