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선까지 100여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선택, ‘윤석열다움윤석열처럼

검사시절에는 대기업 저승사자, 쌍칼(조세와 공정거래 압박수사)로 불렸고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조선제일검, 황태자, 윤석열 아바타(더불어민주당), 최근에는 보수 강감찬과 국민의힘 이순신급으로 레벨 업된 한동훈 전 법무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되었다.

검사와 법부장관으로써 일도 잘하지만 무엇보다 야당과의 설전, 탁월한 되받아치는 말싸움 실력에 보수 성향 유권자와 반 이재명 중도층으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아 집권여당의 대표가 됐고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선거 예비후보가 됐다.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장강의 뒤쪽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이라고 했던가. 한동훈의 출연으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이준석, 안철수, 홍준표, 오세훈, 원희룡, 나경원 그리고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와 몇몇 야권 유력 정치인들이 한 순간 밀려가는 앞 물결이 되고 쇼윈도 뒤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동훈의 가장 큰 장점은 그의 말대로 여의도식 사투리에 익숙지도 않고 닮을 생각도 없을 것 같은 자세다. 그러나 그에게는 윤석열 아바타라는 원죄 역시 벗어날 수 없다. 많은 부분이 윤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참 많이 닮았다. 그래서 윤석열은 그에게 큰 나무이자 동시에 큰 그늘이다.

정치신인 한동훈은 윤석열다움과 윤석열처럼 중에 선택을 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0.73%라는 경이적인 차이로 윤 대통령이 당선된 배경에는 기성 정치권에 빚이 없는 윤석열이기에 좌파 편향의 문재인 정권 과거 청산과 함께 과감한 정치개혁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윤석열다음과 윤석열처럼은 어떻게 다를까. 2013년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장 윤석열 증인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이는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발탁, 대통령 당선까지 이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많은 국민들, 특히 문재인정권과 이재명 대표에게 질려버린 유권자들은 문재인 정권 교체만 할 수 있다면 악마와도 손을 잡을 판에 살아있는 권력, 자신을 발탁해준 문재인 정권 핵심을 향해 수사 칼날을 펼치는 그의 공정과 정의, 당당함에 열광했다.

지금은 이 마저도 헷갈리지만 국민이 지지하고 기대했던 윤석열다움이란 바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공적 사명감’, ‘사사로운 이익 보다 국민과 나라를 위한 충성일게다. 또 만인에게 평등해야 한다는 법의 정신이다.

한동훈은 법무장관 지명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를 이렇게 말했다. “(윤석열과) 가치를 공유하는지는 몰라도 이익을 공유하거나 맹종하는 사이는 아니니 측근이라는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한동훈 전 법무장관에게 새로운 기대를 걸어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에 실망한 국민들은 다시 한 번 한동훈에게 충성을 사람이 아닌 국가에게, ‘측근과 맹종이 아니라 당당한 가치적 동지를 기대하는 것이다.

정치인 한동훈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윤석열처럼이다. 김기현 전 대표가 실패한 이유가 바로 윤석열의 사람이 되고자 한 것이다. 수많은 제2인자, 측근들이 정치적으로 성공하지 못하고 대통령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순장조가 되어 사라져간 이유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추대에 반대했던 인사들은 한동훈이 말빨말고는 한 일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전 법무장관이 보스 윤석열을 지키기 위한 호위무사로써는 훌륭했는지 모르지만 정치인, 당 대표, 비대위원장으로서 한동훈은 검증된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 뒤에는 검증되지 않은 검사출신 정치인, 묻지마지지 실수는 윤석열 하나로도 충분하다는 후회와 자책이 깔려 있다. 충분히 상식적이고 타당한 지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신임 비대위원장, 정치초보 한동훈에게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당 대표’ ‘용산(대통령실)과 당의 수평적·협력적 관계를 주문한다. 좋게 말해 직언이고 수평적이지 사실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배신을 주문하고 있다. 그 만큼 윤 대통령과 여권에 대한 여론이 안 좋은 것이다.

사적인 측면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모두 자신을 키워준 당과 보스를 배신했지만 공적으로는 개혁대통령이 된 것은 시스템 교체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하나회 척결과 금융·토지실명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로 일 순간에 전 근대 잔재를 청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편중된 기득권과 귄위주의에 쩔어버린 낡은 사회를 디지털 신세대로 물갈이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배신이 아니라 개혁, 혁명으로 성공하는 길은 정치와 정당의 시스템 개혁에 집중하는 것이다. 1+123일수도 있지만 1일 수도 있다는 여의도식 셈법을 배우거나 닮으려 애쓸 필요도 없다.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실패한 이유도 혁신의 방향을 시스템이 아니라 인적 교체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총선까지 3개월. 새롭게 배울 시간이 없다. 검사 한동훈이 지금까지 가장 잘해왔던 법의 길’, 대한민국 헌법 제11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 아래 정치와 정당 개혁을 실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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