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나경원 '동작대전'으로 화려한 복귀전 치를까?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뉴시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22대 총선 출마를 암시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행선지가 화두다. 그간 추 전 장관은 자신의 옛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 출마가 점쳐졌다. 하지만 추 전 장관은 최근 국민의힘의 거물과 맞붙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황이 변했다. 일각에서는 나경원 전 의원이 등판하는 서울 동작을 출마설도 나오는 상황이다. 각 진영의 '잔다르크'로 불리는 두 여성 정치인의 대결은 곧 22대 총선의 최대 빅매치로 떠오를 전망이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추 전 장관이 광진을에 복귀해 현역인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집안싸움'을 벌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당대표까지 지낸 추 전 장관이 지역구 후배인 고 의원과 경선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평가도 존재한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경 "(추 전 장관은) 그럴 레벨의 정치인은 아니라고 본다"고 전망했고, 당사자인 고 의원도 지난 5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저는 아니라고 알고 있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고 의원은 "본인께서 직접 얘기를 안 하시니까 자꾸 말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상황을 분석했다. 이와 관련 최근 야권 내에서는 기존의 광진을 출마설을 뒤엎는 관측이 나왔다. 앞서 민주당의 혁신위원으로 활동한 박시영 대표는 지난 1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박시영TV'에서 "제가 한 달 전에 만났을 때 추 전 장관은 입장을 명확히 했다"며 "국민의힘에 상징성 있는 인사와 붙겠다. 그런데 (조건은) 민주당 의원이 국민의힘의 상징성 있는 인사와 경쟁력 조사에서 밀렸을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면 나 전 의원은 꺾어야 하지 않나"며 "이수진 민주당 의원(동작을)이 나 전 의원을 꺾을 수 있으면 그 자리는 이 의원이 나가면 된다. 그런데 이 의원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어렵다라고 판단이 들면 그런 지역을 결단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추 전 장관의 측근인 강희용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이 민주연구원으로 들어간 것으로 안다. 아마 강 전 위원장이 출마를 보류하고 추 전 장관이 동작을 출마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강 전 위원장은 추 전 장관의 당대표 시절 정무조정실장을 지냈고, 지난 20대 대선 당시 추 전 장관의 경선캠프에서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동작을 전략공천 방침에 승복하고 이 의원을 적극 지원하기도 했다. 

강 전 위원장은 근래에도 동작을의 지역활동을 이어가는 도중 민주연구원의 상근부원장으로 합류했다. 이와 관련 민주연구원의 부원장직을 경험한 한 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부원장직은 상근과 비상근직으로 나뉜다. 비상근직이 한 달에 한두 번 회의에 참석하는 정도라면 상근직은 조금 더 구체적인 업무를 하는 자리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주연구원의 상근부원장직은 고용관계가 성립된 일반적인 상근직의 개념은 아니다. 그럼에도 22대 총선을 출마하는 민주당 한 원외 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면 지역에서 살다시피 해야 하지 않겠나. 지금 시점에서 지역구 활동과 당직을 병행하기란 시간이 없을 것 같다. 저라면 고사할 자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강 전 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10월쯤 당에서 부위원장직을 제안받고 11월부터 근무 중이다”며 “저는 여전히 동작을의 'STAY'(대기) 상태다. 당의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다른 예비후보들처럼 외관상 활동은 하지 않고 있으나 지역 기반은 유지한 상태”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추 전 장관은 당과 협의하에 출마하는 것이 원칙이고, 당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떤 곳을 명확하게 '맞다', '아니다'라고 할 수 있는 시점은 아니다. 다만 광진을 출마는 선택지에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닮은꼴 두 정치인의 깊은 악연

나경원 전 의원 [뉴시스]
나경원 전 의원 [뉴시스]

추 전 장관이 박 대표에게 말한 조건(①국민의힘 내 거물의 지역구 ②민주당 후보의 약세가 파악되는 지역)과 야권 내 정황을 감안하면 추 전 장관의 동작을 출마설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상황이다. 

동작을은 대표적인 스윙보터(부동층) 지역구로 꼽힌다. 동작을에서 2승 1패를 기록한 나 전 의원조차도 험지라고 인정한 정도다. 실제로 나 전 의원은 2014년 재보궐선거의 경우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을 상대로 단 929표 차이로 승리했고, 20대 총선의 경우 1여·2야 구도 아래 표 분산의 효과를 보기도 했다. 

21대 총선의 경우 민주당은 나 전 의원이 '국민 밉상'이 됐다는 판단하에 정치 신인인 이 의원을 전략공천해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나 전 의원은 과거에 비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다소 희석된 반면 현역인 이 의원은 잇단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이와 관련 경쟁자인 나 전 의원은 지난 21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어차피 그분이 어떻게 했는지 국민들께서 다 알고 계실 텐데"라며 "급해 보이긴 한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승부처인 동작을의 상황을 감안하면 나 전 의원의 상대로 추 전 장관을 투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만약 추 전 장관과 나 전 의원의 빅매치가 성사될 경우 인천 계양을에서 거론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명룡대전'과 함께 수도권 최대 흥행카드로 떠오를 전망이다. 나아가 추 전 장관과 나 전 의원도 화려한 복귀전을 치른 뒤 여의도에 재입성할 경우 향후 행보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여·야를 대표하는 여성 정치인인 추 전 장관과 나 전 의원은 서로 닮은 정치 행보를 걸어왔다. 두 정치인은 지지층의 호감도와 중도층의 비호감도가 모두 높아 각 진영의 '잔다르크'로 불리는 공통점이 있다. 

닮은꼴인 두 정치인은 악연도 깊은 편이다. 추 전 장관의 재임 시절인 2020년 당시 민주당은 나 전 의원의 자녀 관련 의혹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수사와 같은 잣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 반면 나 전 의원은 '추미애 검찰'의 정치 탄압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 뒤 2020년 말 검찰이 나 전 의원과 관련된 13건의 고발을 모두 불기소 처분하자 나 전 의원은 "추 전 장관의 검찰이 진실과 사실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추 전 장관도 2021년 3월경 "(나 전 의원이) 부럽다"며 "어떻게 (나 전 의원은) 십수 개 혐의를 소환 한번 안 당하고 무혐의 받을 수 있는지"라고 꼬집었다. 이에 두 정치인이 나란히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맞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성사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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