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리 선출직 선점…. 주주 권리 침해", 근본 대책 필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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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2% 이상의 현대엘리베이터(이하 현대엘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KCGI 자산운용(이하 KCGI)이 또다시 현대엘리를 겨냥했다. 주주 권리를 침해함과 동시에 분리 선출 제도의 취지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앞서도 KCGI는 현정은 회장의 사내이사 직 사임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서한 발송 직후 현 회장은 지난 11월 사임했다. 이 때문에 이번 KCGI의 행보가 다시 주목받는다. 현대엘리의 대응에도 이목이 쏠린다.

- "주주 권리 침해 동시에 분리선출제도 취지를 훼손" 규탄
- 현대엘리 "자본시장법 준수…전혀 문제 삼을 이유 없어"


KCGI는 최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대엘리가 주주제안 경로를 막고 분리 선출직에 사측 인사를 앉혀 주주 권익을 훼손했다"라고 주장했다.

KCGI는 "현대엘리가 오는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여는 과정에서 이 같은 꼼수를 부렸다"라며 "현대엘리는 임시주주총회를 정확히 개최 6주 전 공시해 일반주주들의 주주 제안을 원천 봉쇄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상법을 악용해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분리 선출 제도의 취지를 훼손한 결정”이라며 “수탁사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는 기관투자자들은 정정된 의안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할 기한이 촉박해졌다. 임시주총 안건 철회 및 향후 주주 권리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 안건 알린 시점 두고 대립

상법상 주주제안 안건은 주총 6주 전에 전달해야 한다. 현대엘리는 정확히 6주 전인 지난 11월 17일 일정을 공시함으로써 사측 선임 이사 후보만 단독으로 선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게 KCGI 측의 주장이다.

앞서 현 회장은 현대엘리 임시 이사회에서 등기이사 사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오는 29일 자로 임시 주총 소집 공시한 데 이어 이사 선임을 단일 1호 안건으로 제시하고, 후속 임시 이사회를 통해 신임 이사회 의장을 선임할 계획이었다.

이에 KCGI 측은 지난 11월 2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반 주주의 주주 제안권 보장을 위해 임시주총 날짜를 변경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KCGI는 이번 주주 서한에서 최대 주주이자 그룹 회장, 이사회 의장인 현 회장의 높은 연봉과 과다한 수준의 겸직,  수령, 이해관계 상충 등을 근거로 삼았다. KCGI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에서 받은 보수 규모는 29억81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CGI는 현대엘리가 임시주총 안건에 대한 정정 공시를 통해 분리 선출 감사위원 안건을 추가한 것에 대해 "소액주주의 주주권 보호를 위해 마련된 분리 선출 감사위원을 회사 측이 선정한 인사로 정한 것은 법의 맹점을 이용해 제도의 취지를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분리선출제 되는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1명 이상을 '3%룰'(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을 적용해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선출하는 것으로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다.

애초 내년 3월 임기 만료인 감사위원 한 명이 중도 사임하면서, 내년 정기 주총 때 소액주주 측 감사위원 선임을 노렸던 KCGI운용의 계획이 불발된 데 따른 지적으로 보인다.

현대엘리 2대 주주인 쉰들러홀딩스는 현 회장을 상대로 주주 대표 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바 있다.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에 배상금과 지연이자 총 2800억원을 지급했다.

쉰들러 홀딩스는 현 회장을 상대로 현재 별건의 주주대표소송도 진행 중이며,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 전면 반박…. 경영권 다툼 분수령 되나?

현대엘리 측은 KCGI 지적에 대해 반박한다. 현대엘리 관계자는 "지난달 16일경 H&Q파트너스와의 투자계약 종결과 동시에 현 회장의 이사회 의장직 자진 사임에 따라 여성 사외이사 추가 선임이 필요하게 됐다"고 임시 주총 일정 공시에 대해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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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 선출직 관련 지적에서도 "기존 감사위원 중 한 명이 일신상의 이유로 자진 중도 사임하면서 추가 선임이 불가피해져 상정된 것뿐"이라며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준수한 것으로 전혀 문제 삼을 이유가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한편 KCGI자산운용은 1세대 행동주의 펀드 강성부 KCGI 대표가 지난 7월 메리츠자산운용을 인수해 8월 사명을 변경해 새롭게 출범한 회사다. KCGI는 지난 2018년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주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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