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롯데’이직 앞둔 직원 고소 ‘정보 무단반출 의혹’

삼성바이오로직스 외부 전경 [출처 : 삼성바이오로직스 홈페이지]
삼성바이오로직스 외부 전경 [출처 : 삼성바이오로직스 홈페이지]

[일요 서울ㅣ이지훈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가 롯데바이오로직스(이하 롯데바이오)로 이직을 앞둔 직원이 최근 업무 정보가 담긴 파일과 문서 등을 회사 외부로 무단 반출해 영업비밀 유출 혐의로 인천경찰청에 고소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삼성바이오는 기밀문서 유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삼성바이오, 영업비밀 유출 혐의로 이직 직원 고소
-“인력 유인 활동 중단”…기술 유출 우려

18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는 업무 문서를 외부로 유출한 직원2명을 인천경찰청에 영업비밀 관련 법률 위반 혐의(영업비밀 유출 혐의)로 고소했다. 삼성바이오는 “보안 검색 과정에서 자료 유출 사실을 알게 됐다”며 “회사 내부의 파일·문서 등을 무단 반출한 직원 2명에 대한 고소장을 인천경찰청에 접수한 상태다”라고 기밀문서 유출 사고에 대한 경위를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는 롯데 바이오가 사업을 본격화한 지난해부터 인력 빼가기 및 기밀 유출 의혹을 제기하며 대립하고 있다. 롯데가 바이오 업계 진출을 선언한 시점부터 삼성과 롯데의 갈등은 이미 예상된 전개다. 지난해에는 삼성바이오가 롯데바이오로 이직한 자사 출신 직원 3명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일부 인용 결정을 받기도 했다. 

-인력유출, 삼성바이오 vs 롯데 바이오

삼성바이오는 롯데바이오에도 "귀사 입사 예정자의 영업비밀 무단유출 행위가 적발돼 법적 조치가 진행 중"이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바이오 측이 고소한 나머지 3명은 퇴직 무렵 사내에서 보안 문서를 출력하긴 했으나 유출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아 혐의없음 처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와 롯데바이오는 인력 유출 문제를 두고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2022년 롯데바이오에 2차례 인력 유인 활동을 중지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한 바 있다. 추가로 삼성바이오와 롯데바이오는 기존에도 영업비밀 침해로 지난해부터 4건의 민·형사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롯데바이오 측은 “가져온 자료가 없고 공정하게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번에도 직원 2명은 모두 퇴사 의사를 밝힌 상태였으며 1명은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하겠다는 뜻을 삼성바이오에 밝혔던 직원이었다.

지난 21일 롯데바이오가 대규모 채용 계획을 발표하자 삼성바이오는 또다시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경쟁사로의 인력 유출 및 회사 기밀문서 유출로 인한 문제를 지난해에 이어 최근까지 골머리를 앓고 있었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롯데바이오는 인천 송도에 짓고 있는 메가플랜트  운영을 위해 대규모 인력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보다 더 많은 수의 핵심 인력을 빼앗길 수 있는 상황인데다가 이 과정에서 영업비밀이 유출될 위험이 더욱 높아져서이다.

롯데바이오는 2030년까지 인천 송도에 바이오 플랜트 3개를 건설하면서 공장당 1000명, 총 3000명의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내년 1분기 1공장 착공을 시작으로 2025년 1공장, 2027년 2공장, 2030년 3공장을 차례로 준공해 2034년 이를 완전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뉴욕 시러큐스 사이트 롯데 바이오로직스 외부 전경 [출처 : 롯데 바이오로직스 홈페이지]
미국 뉴욕 시러큐스 사이트 롯데 바이오로직스 외부 전경 [출처 : 롯데 바이오로직스 홈페이지]

이러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움직임을 가장 유심히 지켜보는 곳은 경쟁 업계인 바이오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전문적인 교육과 다양한 실무 경험을 제공하는 등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는데 이직 과정에서 CDMO 시스템 노하우나 핵심 기술 등이 경쟁사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 인력 유출 보호 장치... 법적으로 느슨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바이오 인재를 육성해 고급 인재풀을 확대하고 영업비밀 침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현행법과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분야는 실제 운영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갖춘 전문 인력이 곧 핵심 경쟁력"이라며 "이들 인력이 이직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치명적인 영업비밀이 노출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법적·제도적 보호 장치는 무척 느슨한 편"이라고 했다.

이어 "국가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국가 핵심기술에 대해선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요건을 명확히 하는 등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보호가 필요하다"며 "특히 실질적으로 영업비밀의 유출을 막기 위해 전직 금지 가처분의 실효성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의 인력 유출 및 기밀문서 유출에 관해 롯데가 신사업으로 마음먹고 키워보겠다고 결정한 바이오산업에 뛰어들면서 투자를 아낌없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과정에서 좋은 인재들을 끌어오려다 보니 무리하게 ‘꼼수’를 쓴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바이오 측은 일반적인 공개 채용을 통한 이직일 뿐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추가로 업계마다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롯데바이오로 이직 시 연봉을 30% 인상을 내걸었다는 소문도 돌았었다. 해당 업계 관계자는 “업계 평균 연봉을 제공하고 있으며, 롯데 계열사에서 이동하거나 타사에서 이직한 분들도 있다. 삼성 출신 비중이 높은 편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동종업계 간의 인력 유출 문제에 대해 본지와 이야기를 나눈 경제 전문가는 “바이오산업 특성상 성과를 내기 위해 많은 시간과 자본이 요구되는 산업이다 보니 단기간의 급성장에 주안점을 두면 탈이 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신사업을 추진할 때 중·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지속적인 투자와 R&D 연구개발에 대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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