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환 이사장 “사람 변화, 국가의 힘으로만 안 돼”

김삼환 재단법인 아가페 이사장이 소망교도소 개청 13주년 기념사를 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김삼환 재단법인 아가페 이사장이 소망교도소 개청 13주년 기념사를 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멋모르고 철모르고 세상으로 뛰어들어 살인죄를 저지르고 성폭행범이 되어 거기에 갇혀있는 그들이 세례 받고 찬양을 부른다”. 김삼환 재단법인 아가페 이사장은 지난 20일 잠실롯데호텔에서 열린 국내최초 민간교도소인 소망교도소 개청 13주년 기념식에서 “그들이 (당장) 나올 수 있는 길은 없으나 그들이 새사람이 된 것은 분명하다”라며 “이것이 기독교 교도소에, 누구도 할 수 없는, 하나님 주신 큰 은혜라고 생각한다”라고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대한민국 최초이자 유일한 민영교도소”
소망교도소.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따라’

경기도 여주시 북내면 아가페길에 위치한 소망교도소. 이는 안양교도소, 성동구치소 등과 함께 서울지방교정청 산하의 16개 교정시설 가운데 하나다. 다만 차이점은 국내최초이자, 아시아 최초인 민영교도소라는 점이다. 국가 형벌권을 재단법인 아가페가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법무부 교정본부가 관리·감독 기관이다. 

지난 20일 서울 잠실롯데호텔에서 소망교도소 13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앞서 10주년 이후 코로나19 등으로 결과보고 등 기념행사가 열리지 못한 바 있다. 다만 이번 행사를 위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축하영상을 보내고, 이노공 법무부 차관이 축사를 하는 등 정부 및 정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소망교도소 축하영상을 보내왔다. [이창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소망교도소 축하영상을 보내왔다. [이창환 기자]

尹 대통령, “재범 방지 및 사회복귀 지원·노력 중요해“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초이자 유일한 민영교도소인 소망교도소 개청 13주년 기념식을 뜻깊게 생각한다”라면서 “아가페 김삼환 이사장 및 소망교도소 관계자 그리고 자원봉사자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자와 우는 자뿐 아니라 옥에 갇힌 자를 돌보라고 말씀하셨다”라며 “소망교도소의 절반 넘는 수형자가 강력범임에도 불구하고, 재복역률은 일반 국영교도소 절반 이하 수준인 것은 이들을 우리 사회 건전한 구성원이자 행복한 가정의 일원이 되게 하려는 소망교도소의 헌신과 노력 덕분이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뿐 아니라 재범 방지와 성공적인 사회 복귀를 위한 지원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라면서 “소망교도소가 수용자 교화의 성공적 사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욱 힘써 주실 것을 부탁드리며, 정부 역시 우리 사회를 더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윤 대통령의 축하영상 외에도 김진표 국회의장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및 각계각층의 주요 인사들이 영상을 보내 소망교도소의 13주년을 축하했다. 이노공 법무부차관(현, 장관 직무대행) 및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등은 직접 단상에 올라 축사했다. 

이날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을 비롯해 김승규 전 법무부장관, 황교안 전 총리 등은 공로패를 수여받았다. 또한 최태원 SK그룹회장과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에게는 감사패가 수여됐다. 더불어 소망교도소 직원 및 수형자들로 구성된 소망합창단이 합창하며, 소망교도소의 생활상도 영상을 통해 공개됐다. 

정·재계 및 종교계 등 주요 인사들이 국내최초, 아시아 최초의 민간교도소인 소망교도소 개청 13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행사에 참석했다. [이창환 기자]
정·재계 및 종교계 등 주요 인사들이 국내최초, 아시아 최초의 민간교도소인 소망교도소 개청 13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행사에 참석했다. [이창환 기자]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국가의 힘으로는 안 된다“

김삼환 재단법인 아가페 이사장은 “소망교도소는 대한민국과 한국 교회의 숙원사업이었다”라면서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사명을 갖고 제게 말했다”라고 입을 열었다. 김 이사장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국가의 힘으로는 안 된다”라며 “교회가 해야 한다. 복음으로 해야 한다. 내가 감옥에 가보니 그것은 확실하더라”라고 말한 바 있다. 

이후 국무회의 및 국회를 통과했고, 당시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소망교도소 설립이 이뤄지게 됐다. 그렇지만 법적으로 근거를 마련했다고 해서 소망교도소가 쉽게 세워지지는 못 했다. 개청 이후로부터는 13년이 흘렀지만, 사실 아가페 재단이 설립되고 법무부로부터 수탁자로 확정을 받았던 것은 2002년 이었다. 

당시 경기도 여주군(현, 여주시)의 반대가 거셌다. 김삼환 당시 명성교회 담임목사는 앞서 아가페 재단을 설립하고 이를 주축으로 민영교도소 계획을 통해 여주군 일대 7만여 평 부지에 소망교도소를 세우고자 했다. 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주변 여건에 거쳐야 할 관문이 많았다. 매주 일요일마다 명성교회를 둘러싼 여주군민들의 ‘소망교도소 설립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와 관련 김 이사장은 “허가를 받았는데도 (여주)군수님이 새로 당선되면서 ‘나를 군수로 만들어주면 여주에 기독교도소 설립을 취소하도록 하겠다’고 하더라”라며 “더욱이 그 높은 산 7만 평에 전기를 끌어오고, 수도를 끌어들이고, 도로를 닦고, 큰 건물을 짓는 것은 재정적으로나 여러 방면으로 대단히 어려웠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조금 전 교도소에 있는 재소자들이 부른 노래를 들어보셨을 텐데 저는 그 (교도소) 안에 들어가면 눈물이 그렇게 많이 쏟아지더라”라며 “멋모르고 철모르고 세상으로 뛰어들어 살인죄를 저지르고 성폭행범이 되어 거기에 갇혀있는 그들이 세례 받고 찬양을 부르지만, 그들에게는 (당장) 나올 수 있는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새사람이 된 것은 분명하다”라면서 “이것이 기독교 교도소에, 누구도 할 수 없는, 하나님 주신 큰 은혜”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메리크리스마스”라며 두 손 들어 자리를 채운 청중을 향해 인사하고 단상을 내려갔다.

[이창환 기자]
[이창환 기자]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