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민의힘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를 띄운 가운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선민후사'와 당 쇄신 차원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를 공식화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26일 국민의힘 총선 사령탑으로 임명된 데 이어, 현재 비대위 인적 구성을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정치권에선 당초 한 위원장의 출마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됐던 서울 종로 지역구의 여야 출마자 교통정리가 어떻게 이뤄질지도 관심사로 떠오른다. '정치 1번지' 종로는 역대 대통령 3명을 배출한 금맥이자 명당으로 손꼽히는 지역구이다 보니, 영전을 희망하는 인사들이 종종 눈독을 들인다. 총선시즌이면 여야가 고도의 공천 계산식을 갖다대는 곳이기도 하다. 

그간 한 위원장을 둘러싼 총선 하마평은 무성했다. 여권 안팎에선 종로를 비롯해 수도권 험지 또는 강남 출마설, 비례대표 국회 입성설까지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됐다. 그러나 여권 유력 인사인 한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에 서울 종로는 여야 후보들이 대거 난립하는 형국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이 해당 지역구 현역으로 버티고 있는 가운데, 같은 당에서는 하태경 의원(3선·부산 해운대갑)이 종로에 도전장을 낸 상황이다.

하 의원은 지난달 27일 종로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종로 출마로 우리 당 수도권 승리의 견인차가 되겠다"며 "종로는 우리 당이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곳이다. 수도권 총선 승리의 제1조건이 바로 종로 사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산 3선 국회의원이 서울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오직 한 가지, 우리 국민의힘이 수도권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라며 "국민의힘은 영남 지지에만 머물지 말고 수도권으로 그 기반을 넓혀야 한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와 지역구 현역인 최재형 의원은 이와 관련해 사전에 논의된 바 없어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내비쳐 잡음이 빚어지기도 했다. 반면 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에게 당 지도부, 최 의원과 사전 교감이 이뤄졌다는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 내부에선 하 의원의 종로 공천 가능성을 불투명하게 보는 시각이 짙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하 의원의 해운대 포기와 험지 출마 의지는 높이 사지만, 0.5선 최재형 의원을 저격한 모양새가 된 데다, 당내 공감대가 없는 상황에서의 선전포고는 큰 의미를 가져가기 어렵다"라며 종로 공천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해당사자인 최 의원 역시 하 의원의 종로 진입 시도에 "누구나 꿈꾸지만 쉽게 다가설 수 없는 것이 종로"라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재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다만 '혁신'을 모토로 삼고 있는 한동훈 비대위가 하태경·최재형 의원을 놓고 공천 우선순위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 의원은 당내 '중진 용퇴론'이 수면 위로 부상한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수도권 험지 출마를 자처해 담론을 선점했다. 최 의원 역시 지난해 3월 보궐선거로 21대 국회에 뒤늦게 입성했음에도 지역구 민심을 잘 다져온 데다, 같은 해 지방선거 직후 당 혁신위원장을 역임한 이력이 있어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이 밖에도 현재 여권에선 이준석 신당 인사의 종로 진출 가능성도 감지된다. 실제로 지난달 이 전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종로구와 관련해 "만약 신당이 추진된다면 이미 종로에 나서고 싶어 하는 인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적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가 종로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곽 변호사는 현재 민주당 종로구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어 당 공천이 유력시되는 상황이다. 

곽 변호사는 지난 11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지금 종로구는 종로를 스쳐가는 정치인이 필요하지 않다. 정치적 의미를 복원하면서 미래를 조망할 정치가 필요하다"며 "종로는 다시 활기찬 지역으로 거듭나 사람이 돌아오는 곳으로 복원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내일(28일) 국회를 나가는 '원조 친노(친노무현)'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도 종로 출마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만약 그가 출사표를 낼 경우 종로를 정치 발판으로 삼았던 노 전 대통령과의 각별한 인연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일각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종로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나, 현재 시존 지역구인 서울 성동구 출마를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