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與 선대위원장도 제안 받았지만 전혀 동하지 않아"
李 "우리는 盧의 '돼지저금통'을 기억한다. 십시일반으로 밥 한 숟가락씩만 달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서울 노원구의 한 숯불갈비집에서 국민의힘 탈당 및 신당 창당 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이 전 대표는 극한 대립을 강요하는 '콜로세움'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위기를 직시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이 전 대표는 몇 달 전 국민의힘의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직도 제안 받았으나, 전혀 동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신당 창당 의지를 굳건히 했다. 

이날 이 전 대표는 "정치를 시작한 지 12년째 되는 오늘을 그날로 정해놓고, 지난 몇 달간 많이 고민했다"며 "국민의힘에서 함께한 세월, 가볍지 않았던 영광의 순간들과 분루의 기억들은 교대로 제 팔을 양쪽으로 잡아끌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과 지선의 연승은 당원들의 도움과 사랑 없이는 이뤄낼 수 없었다. 탄핵의 상처를 겪은 당원들에게 어떻게든 승리의 기쁨을 안겨야 하는 당위적 목표 속에서 때로는 대선 후보를 강하게 억제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며 "젊은 세대가 정치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당내의 시대착오적 관성과 강하게 맞서야 할 필요도 있었다. 좋았던 결과보다도 그 과정이 불편했던 당원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려 죄송하다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호사가들은 국민의힘과 보수진영의 현 상황이 그토록 안 좋다면 지금은 때를 기다리고 기회를 보라고 한다"며 "3년 전의 저라면 아마 그런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와신상담', '과하지욕'등의 고사성어를 되뇌며 '당을 위해 헌신'과 같은 여의도 방언을 입 밖으로 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이 전 대표는 "사실 저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며 "실제로 이미 몇 달 전 책임 있는 사람으로부터 '총괄 선거대책위원장' 등의 자리도 제안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전혀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오늘 제 선택은 제 개인에 대한 처우, 저에게 가해진 아픈 기억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다. 저는 고개를 들어 과거가 아닌 미래를 봤다. 비상 상태에 놓인 것은 당이 아니고 대한민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는 탄핵을 겪으며 비선은 있고 비전은 없는 대한민국을 다시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그 사람 앞에서 법과 상식마저 무력화되는 모습이 반복되는 것은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트라우마'"라고 밝혔다. 

이어서 이 전 대표는 "저는 오늘 국민의힘을 탈당한다. 동시에 국민의힘에 제가 가지고 있던 모든 정치적 자산을 포기한다. 과거의 영광과 유산에 미련을 둔 사람은 선명한 미래를 그릴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제 대한민국의 공용어는 '미래'여야 한다"며 "지금도 누군가는 대한민국의 위기 속에서도 상대를 악으로 상정하고 청산하는 것을 소명으로 생각하고 그 방향으로 시민들을 이끌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2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왜 적장을 쓰러뜨리기 위한 극한 대립, 칼잡이의 아집이 우리 모두의 언어가 되어야 하나"며 "정치는 대중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노력이다. 이제 시민 여러분께서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한 검투사의 검술을 즐기러 콜로세움으로 가는 발길을 멈춰 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전 대표는 "과거 정치군인들은 북한의 위협을 항상 강조 했다"며 "(군사독재) 시대를 겪어내고 이겨냈던 우리가 왜 다시 한번 검찰과 경찰이 주도하는 정치적 결사체 때문에 중요한 시대적 과제들을 제쳐놓고 극한 대립을 강요받아야 하나"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현재 위기다. 절망의 줄다리기를 하면서 대한민국이 정체된 사이 우리에게 여러 가지 거부할 수 없는 도전들이 쌓여간다"며 "제가 하는 신당에서는 이 위기를 정확하게 직시하고 당당하게 표 떨어지는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이 전 대표는 "해열제와 진통제를 남발하여 이제는 주삿바늘을 꽂을 혈관도 남아있지 않은 대한민국의 중차대한 문제들을 솔직하게 다루겠다"며 "누군가가 또다시 콜로세움에서 상대를 빌런으로 만드는 정치를 하고자 한다면 저는 일백 번 고쳐죽는 한이 있어도 그 사람의 멱살을 잡고 아고라로 들어와 다시 미래를 이야기하도록 강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 전 대표는 시급한 현안으로 ▲이공계 인재 육성 계획 ▲교육개혁 ▲감군 계획 문제 ▲킬러문항 문제 ▲연금개혁 등을 거론하며, 정부의 모순적인 대처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아울러 이 전 대표는 "대한민국 시민 여러분 모두를 미래의 정치로 초대하겠다"며 "참여하실 때 십시일반의 밥 한 숟가락씩만 주십시오"라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모인 돼지저금통을 기억하는 우리가 20년이 지나 많은 것이 더 발달한 지금, 왜 그 방식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야 하나"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로 물어뜯기밖에 못하는 고래 두 마리가 싸우는 동안 담담하게 많은 시민들의 희망을 머금고 미래를 그리면서 여러분이 모아주시는 십시일반의 밥 많이 먹고 크겠다"며 "내년 4월, 대통령 한 사람이 아닌 상계동의 꿈, 보편적인 민주 시민의 고민을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정당이 여러분을 대표할 수 있도록 제 모든 것을 쏟아부어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전 대표는 "앞으로 저만의 'NEXT STEP'을 걷겠다"며 "변화와 승리에 대한 확신을 두고 이 길을 즐겁게 걷겠다. 훗날 오늘의 제 약속이 '상계동 마포참숯갈비 선언'이라고 위키 한 자락에 기록될 수 있도록 견마지로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탈당 직후 곧바로 가칭 '개혁신당'의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10~15일 이내 창당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이날 기자회견에는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천아용인'(국민의힘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허은아 의원,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 이기인 경기도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김 전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이 전 대표의 신당에 합류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천아용인의 이탈을 선언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전 최고위원은 개인의 고민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다른 분의 거취는 제 입으로 말을 못 하겠지만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이날 노원병 출마와 관련 "상계동에 출마하겠다는 생각을 잠시도 버려본 적이 없다"면서도 "신당을 하게 되면 여러 가지 다른 역할이 부여될 수도 있다. 그에 맞게 제 거취 선택을 할 것이고 만약에 제가 상계동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저는 사랑하고 아껴준 상계동 주민들과 당원들에게 지체 없이 알려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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