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6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수락 연설 모두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처음 인사드립니다. 반갑습니다.”라며, 자신이 대한민국의 여당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임을 분명히 했다.

,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야 할 만큼 위기에 처한 국민의힘을 다가오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어떻게든 연명시켜야 하는 역할이 맡겨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임을 자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의 연설은 다음 숨을 고르기도 전에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공격하며 폭주하기 시작했다.

중대범죄가 법에 따라 처벌받는 걸 막는 게 지상 목표인 다수당이, 더욱 폭주하면서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그런 당을 숙주 삼아 수십 년간 386486, 586, 686 되도록 썼던 영수증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정치를 청산해야 합니다.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운동권 특권 세력과 개딸 전체주의와 결탁해 자기가 살기 위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며 핏대를 세웠다.

일견 맞는 말도 있지만, 누란의 위기에 처한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수락 연설에서 할 말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는 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장이지 대한민국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그도 윤석열 정부의 실세 장관으로 정의와 상식으로 무장한 지식인이기에 대한민국의 위기 상황을 모르는 바는 아닐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무능을 직접 목도 하였기에 순간 자신이 대한민국의 비상대책위원장이 된 듯 착각하여 오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렇게 멀리 나간 것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불경에 다름 아니다.

그는 수락 연설에서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 만큼 위기에 처한 이유가 무엇이고, 그에 대한 처방은 무엇인지를 설명했어야 옳았다. 국민의힘 지지자를 안심시키고 윤석열 정부의 여당으로서 다가오는 총선거에서 어떻게 다수당이 될 것인지 비전을 제시했어야 옳았다.

그 모든 것이 생략되거나 축소 은폐된 채로 더불어민주당만을 악마화하는 것은 그가 번지수를 잘못짚어도 한참 잘못짚었다는 방증이다. 한마디로 한동훈 비대위는 출범과 동시에 위기에 직면하였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애초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한동훈에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기는 것에 대한 우려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적지 않게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그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이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을 위시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실패는 윤석열 정부를 레임덕에 빠지게 할 것이다.

그러한 점을 잘 알고 있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승리의 과실 운운하면서 다가오는 총선에 지역구는 물론 비례대표로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이는 총선에서 실패하면 정부로 다시 들어가 윤석열 정부의 레임덕을 어떻게든 늦춰보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의 발로에 다름 아니다.

물론 그것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벼랑 끝 전술이고, 그에게도 총선에서 승리할 전략과 전술은 존재한다. 그가 수락 연설에서 언급한 선민후사(先民後私)’가 그것이다. 먼저 민주당 비난을 하면 나중에 사익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가 간과한 것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사퇴 카드가 있다는 사실이다. 주구장창 민주당만 비난하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지 않을지 걱정된다. 그때는 국민의힘이 한동훈으로 폭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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