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이낙연의 대결이 마지막 국면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사실 둘 사이의 승부는 지난 대선 때 결론이 났다고 봐야 합니다. 이재명은 당 대표가 되어 제1 야당의 당권을 장악했습니다. 패배자 이낙연은 미국으로 떠났죠. 1년 반 만에 돌아왔지만, 세상은 변했습니다. 이낙연은 지난 대선 패배의 책임을 온전히 뒤집어썼습니다. 호남도 등을 돌렸습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지난 대선에서 아깝게 졌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과 이재명의 차이는 단 0.73%였죠. 247,077표 차이로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가장 적은 표 차이입니다. 아쉽고 아까울 만합니다. 누군가는 패배의 책임을 져야 했고, 그 책임이 후보였던 이재명이 아닌 경쟁자였던 이낙연에게 향한 것입니다.

여기에는 대선 패배의 책임을 회피하고, 당권을 장악하려는 이재명 측 노림수가 작용했습니다. 이재명 지지자들은 이낙연 측이 경선에서 대장동을 문제 삼지 않았으면 0.73%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이번에 밝혀진 대로라면 이낙연 측에서 대장동을 이슈화 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대선 패배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죠.

하지만, 대선 패배의 책임을 뒤집어쓰는 것과 누구에게 진짜 책임이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선거에서 가장 큰 책임은 가장 큰 권한을 가졌던 후보에게 있습니다. 그 후보를 내보낸 정당에 있습니다. 이건 밤이면 달이 뜨고, 낮이면 해가 뜨는 자연법칙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당연한 사실을 피해 보려 경쟁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이재명은 윤석열에게 묻습니다. 왜 야당을 인정하지 않는가? 대선 때 경쟁자를 어떻게든 구속하려 하는 것이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는가? 이런 물음은 고스란히 이재명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왜 경선에서 패배한 이낙연이 본선에서의 패배에 책임을 져야 하는가? 당의 동지이고 원로인 이낙연과 함께하려는 노력을 왜 하지 않는가?

이제 둘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으로 보입니다. 두 사람이 선거판에서 적으로 만나게 된다면 누구의 책임일까요? 당을 장악하고 있는 이재명에게 더 큰 책임이 주어지는 것이 맞습니다. 이낙연이 설마 당권을 달라는 것이겠습니까? 비주류가 당에 숨 쉴 구멍을 달라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민주당은 그조차 허용되지 않는 당이 되고 있습니다.

총선을 통해 재기를 모색하던 이낙연은 외통수에 몰렸습니다. 누구도 아닌 본인 탓입니다. 이낙연은 당 개혁과 신당 창당의 불가피성을 두고 민주당 지지자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신당은 가능성의 영역에 머물 때 가장 위력을 발휘합니다. 궁지에 몰린 이낙연이 결국 신당을 창당한다면, 야권을 분열시킨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사즉생, 생즉사라는 말이 있죠. 이낙연은 대권의 꿈을 버려야 합니다. 자신이 무엇이 되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기회가 옵니다. 민주당을 정상화 할 수 있다면, 당의 통합을 위해서라면 모든 정치적 욕심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해야 합니다. 그래야, 모질기만 한 이재명과 민주당을 분리할 수 있습니다. 이재명에게서 민주당을, 윤석열에게서 대한민국을 살릴 결심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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