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엔 국경이 없다…알리·테무 vs 쿠팡·다이소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초저가'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본격화하면서 국내 시장의 대규모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은 한국 쇼핑몰보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보면 쿠팡과 네이버 중심의 이커머스 판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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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7∼9월) 기준 온라인 직구에서 중국의 비중은 2020년 21.2%에서 올해 50.3%로 늘었다. 과거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이뤄졌던 직구 소비가 중국으로 옮겨간 것이다.

2018년 상륙한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는 최근 들어 한국 전용 고객센터를 오픈하고 1000억 원을 들여 마케팅과 물류 서비스까지 강화했다. 2024년에는 한국에 물류센터까지 만들 계획이다.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에 물류센터까지 지으면 엄청난 경쟁력으로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나갈 것으로 추정된다. 알리의 배송센터 건립이 현실화하면 '모든 상품 5일 내 배송'을 내건 알리 익스프레스의 배송 기간이 더 짧아지고 가격 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10월 시작한 한국 상품 판매 코너 ‘케이-베뉴(K-Venue)’에는 초기 2∼3개 기업이 참여하다가 현재 10여 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쿠팡에서 성장한 쿤달, 쿠팡에 납품을 중단한 LG생활건강 등이 포함됐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한국 대표이사가 지난 10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한국 대표이사가 지난 10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레이 장(Ray Zhang)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는 지난해 12월 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객 만족도 향상을 위한 모든 가능성을 열고 있다"라며 "2024년 중 한국에 물류센터 개설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기세를 휴대전화 앱에서도 확인된다.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 클라우드에 따르면 올해 알리 익스프레스 애플리케이션(앱)을 새로 설치한 소비자는 약 471만 명이다. 중국의 패션 쇼핑 전문 플랫폼 '테무'도 지난 9월 국내 사용자가 170만 명으로 늘면서 한국 진출 한 달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中 저가 공격 거세…. 한국 시장 잠식 시간문제?

이처럼 중국 이커머스가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당장에 소비자를 뺏기는 상황까진 아니지만, 급성장하는 중국 플랫폼에 국내 업체가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도 들린다.

하나증권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향후 국내 이커머스 판도에도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시장 규모는 작지만, 성장세가 워낙 가파르다는 분석이다. 일단 해외 직구 시장 성장률이 전체 이커머스 시장 성장률보다 높다.

올해 3분기 기준 해외 직구 시장 성장률은 25%에 달한다. 반면 전체 이커머스 시장 성장률은 8%에 그친다. 서현정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생필품과 공산품 등 보편적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영역을 넓힌다면, 쿠팡과 네이버 중심의 국내 이커머스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쿠팡 3분기 실적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도 중국 플랫폼들에 대한 질문이 나왔는데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이 한국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에 따른 경쟁 격화에 대한 쿠팡 측의 의견을 묻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쿠팡은 수익과 고객 수 모두 계속해서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그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선택의 폭을 넓히고 가격을 낮추며 고객 서비스 경험 기준을 높일 것”이라는 대답으로 갈음했다. 쿠팡이 그간 ‘최고의 경험’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만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국내 이커머스 업계 제품 품질 승부수로 돌파구 마련

다만 여전히 가품 등의 부정적 이슈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서현정 애널리스트는 “해외 직구의 근본적인 문제인 신뢰성을 극복해야 하고, 생필품과 공산품 시장은 ‘완전 경쟁’에 가까워 시장점유율을 가져가고 유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초저가 코너를 신설하고 직구를 강화하는 움직임에 돌입했다. 쿠팡은 중국 현지 판매자 확장에 나섰다. 중국계 초저가 플랫폼들과 취급 품목이 비슷한 생활용품점 다이소는 전국 익일배송을 시작하며 온라인 사업을 확대했다.

이외에도 티몬이 지난해 12월 2일 가성비 패션 기획관 ‘데일리 클로젯’을 열고 1만 원대 패션 직구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티몬을 인수한 글로벌 직구 플랫폼 큐텐이 제품 생산지인 중국에서 직접 상품을 조달(대외 구매)하는 형태로 진행되며, 배송도 무료다. 큐텐은 티몬 외에도 자사의 이커머스 계열사인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와 협업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11번가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상품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강점을 살리고 있다. 11번가는 ‘프리(Pre) 블랙프라이데이’, ‘썸머 블프’, ‘블프 오리지널’ 등 연중 ‘블프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G마켓은 지난달 몰테일과 손잡고 해외직구 수입 분유를 빠르게 배송해 주는 ‘맘마배송’ 서비스를 내놓은 데 이어 명품 플랫폼 ‘캐치패션’ 공식 스토어를 열고 럭셔리 직구 쇼핑 강화에 나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저가 공세로 위협받는 건 사실이지만 저가 상품으로 지적을 받는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며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은 상품 질을 경쟁력으로 삼고 중국 기업에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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