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직전 결판 날 '전세사기특별법' 대립? 
입법 보완에도 여전히 깐깐한 피해자 인정 요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13일 부산 수영구의 한 카페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들로부터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서명지를 전달받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13일 부산 수영구의 한 카페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들로부터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서명지를 전달받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국회가 6개월만에 전세사기 특별법의 입법 보완에 나섰다. 지난해 6월경 제정된 특별법은 급박한 상황을 고려한 임시 방편의 성격이 강했다. 이렇다 보니 현행 특별법은 피해구제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 사이 전세사기 수법은 더 다양해졌고, 피해 지역은 확대됐다. 국회의 신속한 법 개정 논의가 요구되는 시점이지만 여·야의 대치는 이어지는 중이다. 

'빚내서 빚 갚고 또 빚내서 세 살고' 특별법 

지난 1년간 특별법은 수많은 논의를 거쳐왔다. 지난해 2월경 깡통전세주택 공공매입 추진 토론회에서 한 피해자는 피해 주택의 경·공매 중단을 요청했고, 정부 측은 현행 제도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토론회 일주일 뒤 해당 피해자는 세상을 떠났다. 그 뒤 경·공매 유예는 특별법의 피해자 지원 대책에 포함됐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2월 5일 발표한 피해지원 누계 실적에 따르면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 지원책은 경·공매 유예(733건)다. 

아울러 지난해 4월경 국회의 특별법 논의가 시작됐을 때 정부·여당이 최초로 제안한 특별법의 골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피해 주택 매입이다. 이와 관련 지난 6개월간 실제로 LH의 매입이 이뤄진 사례는 '0건'이다. 당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정부의 대책은 확산될 깡통전세의 대책으로는 10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 뒤 여·야의 논의를 거쳐 조세안분 등의 조치가 추가된 특별법이 마련됐지만, 피해자들이 강력히 주장한 '선구제 후회수' 방식은 포함되지 않았다. 선구제 후회수는 공공기관이 피해자들의 보증금반환채권을 매입하고 추후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의 방식으로 비용을 보전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당·정은 선구제 후회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 이유는 ▲정부가 사인 간의 채무를 변제할 수 없다는 점 ▲다른 사기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이다. 

이와 관련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5일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표현한 바에 따르면 현행 특별법은 '빚내서 빚 갚고 또 빚내서 세 살고' 방식이다. 당·정이 직접적인 현금 지원 방식에 부정적이다 보니 피해 구제도 피해자들의 추가적인 대출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지적이다. 대다수 피해자가 이미 전세대출을 보유한 점을 감안하면 현행 특별법은 제도적 효능감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반면 선구제 후회수는 권리관계상 보증금이 저당권보다 선순위에 놓인 임차인의 신속한 보증금 회수를 통해 일상으로의 복귀를 앞당길 수 있고, 보증금이 저당권보다 후순위에 놓인 임차인이 최소한의 보증금이라도 확보할 수 있게끔 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에 지난해 12월 27일 국토위는 선구제 후회수 방식이 포함된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 특별법상 임차보증금 3억 원 이하인 피해자 인정 요건을 보증금 5억 원 이하로 확대했고, 신탁사기 피해주택의 명도소송·매각 유예 및 LH의 신탁사기 주택 매입 방안 등이 포함됐다. 

다만 특별법 개정안은 야권의 단독으로 국토위를 통과한 상황이다. 선구제 후회수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가 갈리면서다. 앞서 야권 단독으로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모두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귀결됐다. 현재 여·야의 입장대로라면 특별법 개정안은 최소한 법사위에서 60일이 계류된 뒤 오는 3월경에나 행방이 결정되는 등 파행이 예상된다. 

법의 개정과 피해자 구제가 동시간대에 이뤄지는 전세사기 대책의 특성상 이전처럼 여·야의 대치가 길어질 경우 피해자 구제는 지체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공공기관의 채권매입이나 대출 연장 등의 문제는 정부의 입장이 필수적이다. 어느 때보다 여·야의 협상과 당·정의 적극적인 입장 표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개선되지 않은 피해자 인정 요건 

현재 국토위를 통과한 특별법 개정안은 앞서 야당 의원들의 개별적인 개정안과 비교하면 '피해자 인정 요건'을 대폭 축소한 법안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여당과의 협상 여지를 높이는 부분임과 동시에 아직 국회의 입법 보완 숙제가 남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행 특별법상 피해자는 특별법 제3조1항의 ①주민등록을 마치고 임대차계약증서상 확정일자를 갖출 것②임차보증금 3억원 이하③임대인이 다수 임차인에게 보증금 변제를 하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예상)④임대인등에 대한 수사 개시, 임대인등의 기망 등 임대인이 임차보증금반환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에 모두 해당할 경우 '피해자'로 인정받고 일부를 충족할 경우 '피해자등'으로 인정받는다. 

앞서 시민사회는 피해자 인정 요건 중 4번인 '임대인의 보증금 미반환 의도'에 대한 지적을 이어왔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보증금보다 집값이 낮아 발생한 '깡통전세'의 피해자들은 특별법상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없다. 아울러 피해자 개인이 임대인의 미반환 의도를 입증하기 어려운 만큼 실질적 구제가 제한될 우려가 있다. 

우선 깡통전세 피해자는 '범죄 여부'를 제외할 경우 보증금 미반환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는 점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동일한 처지에 놓여있다. 아울러 전세사기·깡통전세는 역대 정부의 무분별한 전세보증 확대라는 공통적인 원인이 존재한다. HUG는 2017년부터 전세보증금에 대한 보증을 주택 공시가격의 150%까지 확대 제공했다. 공공기관의 보증은 곧 '무위험대출'로 평가받다 보니, 은행 입장에서도 집값을 상회하는 전세보증금에 대한 제대로 된 심사를 거치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적 실패에 따른 사회적 재난이라는 것이다.

이에 야당 의원들의 특별법 개정안 원안은 보증금 미반환 의도 조항을 수정해 보증금 미반환 사실 자체(깡통전세)만으로 '피해자등'에 포함될 수 있도록 명시했다. 하지만 국토위를 통과한 특별법 개정안에 따르면 '보증금 미반환 의도' 조항은 수정되지 않았다. 

나아가 보증금 미반환 의도 여부는 피해자들의 실질적 구제를 제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별법은 논의 초기부터 피해자 인정 요건이 까다로운 탓에 피해자 '선별' 요건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지난해 10월경 한국도시연구소 등이 전세사기 피해자 157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들이 전세사기피해자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피해자가 아니라고 결정된 이유는 '임대인의 미반환 의도 미충족'이 38.2%로 1위를 차지했다. 

특별법상 '피해자'와 '피해자등'은 구제 적용 범위가 다르다. 현행 특별법상 피해자는 ▲LH 주택 매입 ▲경·공매 유예 ▲우선매수권 부여 ▲경·공매 지원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피해자등’은 ▲조세안분 ▲금융지원 ▲긴급복지 ▲주택지원만 받을 수 있다. 나아가 현재 국토위를 통과한 특별법 개정안에 따르면 '피해자등'은 선구제 후회수나 선순위저당채권 매입의 지원은 받을 수 없고 공공임대주택의 지원은 받을 수 있다. 

다만 일부 지원 대책을 이용할 수 있는 '피해자등'조차도 '보증금 미반환 의도' 조항은 반드시 충족한 피해자여야 한다. 사실상 가장 입증하기 어려운 조항이 최소 조건인 셈이다. 앞서 한국도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보증금 미반환 의도 조항은) 수사기관의 수사를 거치지 않고는 쉽사리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해자 스스로는 전세사기 의도 입증에 엄두를 내기 어렵다. 또한 경찰서에서 임대인의 재산 상태를 엄밀히 조사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따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대인이 소유한 부동산의 가격 조사는 수사기관의 전문 분야가 아니다. 따라서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잘 알려진 사건, 명확한 사기 사건, 피해자 발생 규모가 큰 사건 이외의 사건들은 피해 구제 대상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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