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스토리·버블파이터... 거짓 확률로 과징금 116억 제재

게임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이 회사 측의 확률 조작을 비판하며 트럭 시위를 하는 모습 [뉴시스]
게임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이 회사 측의 확률 조작을 비판하며 트럭 시위를 하는 모습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지훈 기자] 국내 게임시장에서 매출액 1위(2020년 기준, 2조 1554억 원)를 차지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 제공 사업자 넥슨이 공정거래위원회로 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공정위는 3일 넥슨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유저들에게 불리하게 변경한 사실을 누락하고 거짓을 알리는 기만행위를 한 것과 관련해 시정명령과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116억 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 국민게임 ‘메이플스토리’... 거짓속에 가려진 진실
-“참을성이 부족한 일부 유저들을 위해 돈으로 살 수 있는 결정적 한 방을 날린다”

넥슨은 2018년 온라인 게임 서든어택에서 판매하던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거짓·기만행위에 대해 공정위로부터 이미 제재받은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공정위 조사 결과 메이플 스토리 및 버블파이터 게임 운영 과정에서 유저의 구매 선택에 중요한 요소인 확률 변경 사실을 누락하거나 거짓으로 알렸다는 사실이 확인돼 유저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상황이다.

메이플스토리와 관련해 넥슨의 자료에 따르면, 넥슨은 2010년5월에 단기간에 게임 내 자기 캐릭터의 능력치를 높이고자 하는 유저들의 심리를 이용해 그들에게 ‘돈으로 살 수 있는 결정적 한 방’으로 확률형 아이템인 “큐브”를 도입하고,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등의 방법으로 매출을 높이고자 했다. 큐브는 넥슨의 기획 의도 대로 수익모델로서 메이플스토리 전체 매출액의 약 30%를 차지하며, 넥슨의 수익을 견인하고 있다.

넥슨은 큐브 판매 과정에서 이용자들이 원하는 잠재 옵션이 적게 나오거나 나오지 않도록 큐브의 확률 구조를 이용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도 이를 이용자들이 ‘모험을 하며 알아갈 수 있는 내용’이라거나, 이용자의 확률 관련 문의에 ‘빠른 답변 진행은 고객의 재문의 접수 시점만 당기므로 적절한 시점까지 답변 진행을 홀드’ 하라고 내부적으로 지시해 알리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렸다는 사실이 드러나 유저에게 충격을 줬다.

출현확률을 변경한 주요 인기 옵션 표 [제공 : 공정거래위원회]
출현확률을 변경한 주요 인기 옵션 표 [제공 : 공정거래위원회]

먼저 넥슨은 2010년5월 큐브 상품 도입 시에는 옵션 출현 확률을 균등으로 설정했으나, 2010년9월15일부터 큐브 사용 시 ‘유저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인기 옵션이 덜 나오도록 인기 옵션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확률구조를 변경하고도 이를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아울러 넥슨은 2011년8월4일부터 2021년3월4일까지 큐브 사용 시 이용자 선호도가 높은 소위 ‘보보보’, ‘드드드’, ‘방방방’과 같은 특정 중복옵션을 아예 출현확률을 “0”으로 설정하고도 그 사실을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에 더해 넥슨은 2011년8월4일 공지를 통해 큐브의 확률 구조 변경 사실에도 불구하고 ‘큐브의 기능에 변경 사항이 없고 기존과 동일하다’는 내용으로 거짓으로 공지했다.

또한, 장비 등급 상승(등업) 확률을 임의로 낮춘 사실도 드러났다. 잠재능력은 레어→에픽→유니크→레전드리 4가지 등급으로 분류되는데, 각 등급에 따라 출현하는 옵션이 다르며 높은 등급일수록 더 좋은 옵션의 잠재 능력이 출현할 수 있다. 등업은 장비 옵션을 재설정하는 큐브 사용 시 일정 확률로 이뤄진다. 등급이 높아질수록 등업 확률도 낮아지는 구조다.

메이플 스토리 큐브 사용 예시 [ 제공 : 공정거래위원회]
메이플 스토리 큐브 사용 예시 [ 제공 : 공정거래위원회]

넥슨은 2013년 7월 장비의 최상급 등급인 레전드리 등급을 만들고, 등급 상승 확률이 높은 '블랙 큐브' 아이템을 함께 출시했다. 출시 당시 블랙 큐브의 레전드리 등업 확률은 1.8%였지만 2013년 12월에는 1.4%까지 낮아졌다. 2016년 1월에는 1%까지 등업 확률이 떨어졌다. 넥슨은 이러한 사실 역시 이용자들에게 공지하지 않고 숨긴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큐브 확률이 처음 변경된 2010년 9월부터 확률이 외부에 공개된 2021년 3월까지 넥슨이 큐브를 통해 5500억 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넥슨이 제재받은 과징금이 역대 최대 규모이지만, 유저를 기만한 행위로 벌어드린 5500억 원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해당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소위 ‘메접(메이플스토리를 접는다)’을 하겠다고 선언한 유저들이 상당수 있음이 확인됐다. 또한 메이플스토리로 방송하는 BJ·스트리머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큰 실망감을 드러내며, 더 이상 현질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넥슨의 유저 기만행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난 3일 메이플스토리 운영진인 강원기 총괄 디렉터와 김창섭 디렉터는 공식 라이브 방송을 통해 이번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강 총괄은 "비록 확률 공개에 대한 의무나 업계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때 일이지만, 많은 이용자분들께 큰 실망감을 안겨드린 것은 분명한 저희 잘못이다"라며 "신뢰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정말 마음 속 깊이 반성하고 자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메이플스토리내 모든 확률 시스템 중 표기된 것과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방송을 마치며 김창섭 디렉터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죄송한 마음이다. 흔들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원점에서 다시 고민하겠다"라고 사죄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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