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첫 지역 일정으로 부산·경남 지역을 방문하던 중 60대 남성의 흉기 습격을 당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돼 중환자실에서 일반실로 옮겨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의 관심은 피의자 김씨로 향했다. 김씨의 당적이 관심사에 올랐다.그는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새누리당 당적을 가지고 있다가 최근에는 민주당 당적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번 이재명 피습 사건 기사를 보면서 눈에 들어온 게 있었다. 바로 역대 정치인 피습 사건의 피의자들의 나이가 50대 이상이라는 점이다. 2006년 서울시장 선거지원에 나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커터칼 피습사건은 50대 남성으로 무직에 전과범이었다. 20153월 리퍼트 주미대사 과도 테러 역시 50대 남성으로 반미성향의 극단적 통일운동가였다. 2022년 대선 직전 서울서 대선 지원 유세중인 송영길 전 대표의 망치피습사건은 70대 유튜버였다.

그런데 이번 이재명 흉기 습격 피의자 김씨는 60대 후반으로 평범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일반인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지인들에 따르면 그는 전직 공무원 출신으로 평소에 점잖고 성실하지만 술좌석에서는 윤석열.이재명 둘 다 욕했다고 전하고 있다.

필자는 50대 중반으로 김씨와 비슷한 성향의 인사들을 그동안 적쟎게 봐왔다. 한창 돈을 벌고 그만큼 쓸 수 있는 나이가 50대다. 말도 많고 목소리도 커서 술좌석에서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목소리가 커지는 대부분의 대화내용은 돈이나 여자, 가정사가 아닌 정치 얘기가 나올 때마다 친구간 언성이 높아지고 급기야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친구도 있다. 심지어는 단톡방에서 특정 정치인을 욕해 성향이 다른 동기가 방탈출을 해 다시 초대하기를 누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결국 정치적 이견으로 다시는 안보겠다는 친구들이 생겨났다.

그래서 나온 해법이 정치 얘기는 하지 말자는 암묵적 동의가 이뤄졌다. 정치보다는 친구와 동기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이재명 대표를 피습한 김씨는 60대다. 그래서 언론인 출신 60대 선배에게 동기들간 정치얘기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비슷한 답변이 나왔다. 일단 50대처럼 말이 많지도 목소리도 크지 않지만 정치얘기로 얼굴 붉히고 싸운 게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역시 서로 안보는 친구들도 생겨났다고도 했다.

20, 30, 40대가 정치 무관심층에 가깝다면 50대 이상은 정치 고관여층이다. 정치에 무관심하다보니 대통령이나 정치인, 정당에 대해 호불호가 없다. 친구 간에 정치얘기로 인해 다툴 일도 없다. 정치외에도 대화할 소재가 넘치는 세대이자 사회적 격차도 그리 크지 않다.

그런데 50대 이상이 되면 동기간 친구간 격차가 커지기 시작한다. 사회에 대한 불만이 정치로 향하는 나이다. 보통 사람들은 그동안 정치인들에게 불만을 토로하지만 술좌석에서 안주용이었지 친구간 의를 끊기 위해서가 아니였다. 흉기를 들고 찾아가 휘두르지 않는다. 가끔 친구간 정치 얘기로 이견이 생겨 주먹다짐을 했다는 기사정도가 다다.

그런데 점쟎고 성실했던보통사람 김씨가 흉기를 휘두른 것이다. 작금의 여야 지도자들과 정치인들이 죽기 살기식 대결정치가 얼마나 보통 국민들에게 큰 폐해를 가져왔는지 각성해야 한다. 팬덤 정치를 정치인들이 비판하기전 그들을 숙주로 삼아 이득을 취한 게 동료 정치인이다. 그리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버리고 그런데도 그런 사람들이 성공하는 기현상을 보여주는 게 정치권이자 권력자들이었다. 몰상식하고 천박한 정치와 권력이 순진한 사람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그 칼날이 무작위가 아닌 정확하게 정치인들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증오정치, 혐오정치를 멈춰야 한다. 건강하게 살아야 정치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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