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혜수 기자] 오는 4월 치러지는 22대 총선이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여야의 수 싸움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야당은 ‘윤석열 정권 심판론’ 바람을 태풍급으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고, 여당은 정권 심판론을 최대한 잠재워 승부를 보려는 모양새다. 야당이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을 고리로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면 여당은 그 사이 ‘정책 공세’를 퍼부으며 민심을 파고드는 모습이다.
- 野 ‘정권 심판론’ 바람, 태풍 만들기에 총력…與는 ‘정책 시리즈’ 투하
- 여당, 尹대통령‧정부와 보조 맞추며 ‘정책’ 카드로 판 흔들기 시도
22대 총선을 3개월여 앞두고 승기를 잡기 위한 여야의 전략 싸움이 날로 격화되면서 정치권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로 확인된 정권 심판론 민심을 더 키우기 위해 ‘김건희 특검법’의 정당성과 ‘윤석열 정부의 실정’ 알리기에 당력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권 심판론’을 잠재우기 위해 연일 ‘정책 공세’를 퍼붓고 있다.
보수와 진보의 양극단 총결집 속에 중도 표심이 승패의 키를 쥐고 있는 만큼 여권은 각종 정책 투하를 주요한 총선 전략으로 세운 것으로 보인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김포 서울시 편입’ 카드로 이슈 몰이에 성공한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정부와 보조를 맞춰 민심이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감세 카드와 건설부동산 이슈로 판 흔들기를 시도하는 모양새다.
이에 여당의 ‘김포 서울시 편입’ 카드로 한차례 허를 찔린 민주당은 “총선용 포퓰리즘”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권 심판론에 기울었던 중도층 민심이 집권여당의 정책 공략으로 마음을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與 “지체 안돼” 압박, 정부 ‘주식양도세 부과 대주주기준 완화’
정부가 지난달 주식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대주주 기준을 대폭 완화하기로 하면서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기존에는 종목당 10억원 이상의 상장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양도세 부과 대상이었다. 이 기준을 대폭 완화해 지난해 말부터 기준 금액을 50억원 이상으로 높였다.
당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같은 정부 방침이 정해지기 얼마전에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지만 결국 정부 방침을 뒤집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과 여당을 중심으로 완화 압력이 계속되자 입장을 바꾼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연말마다 주식양도세 과잉 규제로 인한 대량 매도 물량이 쏟아지고, 이로 인한 비정상적 주가 하락 때문에 기업은 물론 다수의 개미투자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여당은 부자감세 따위의 질 낮은 선동을 두려워하지 말고, 정치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며 ”지체할 이유도 없고, 지체해서는 안 된다“면서 정부에 주식양도세 기준 완화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유예가 아닌 폐지를 공식화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에서 개최된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 축사에서 “구태의연한 부자 감세 논란을 넘어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 상생을 위해 내년에 도입 예정인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투세는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0년 6월 도입이 발표됐고 같은 해 12월 금투세 도입 내용이 담긴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와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이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 12월 국회는 금투세 시행을 2023년에서 2025년으로 2년간 유예하는 법안을 처리했다.
尹, 이번엔 ‘금투세’ 폐지 공식화…여당 보조 맞춰
윤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를 공식화하자 국민의힘도 보조를 맞추며 힘을 실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 3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문제가 많은 법안이라면 시행 이전에 폐기하는 것이 차라리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드는 이때 투자 심리를 짓누르는 금투세의 부담이 없어지고 공매도 개혁 방안까지 시행된다면 주식시장이 활성화되어 개인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주식 양도소득세 완화에 이어 금투세 폐지까지 들고 나오자 야당과의 합의 파기라는 점을 강조하며 퇴행적 결정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작년 도입하려고 했던 금투세는 2022년 여야의 세법 협상에 따라서 2년 유예가 된 바 있다”며 “당시 국민의힘은 금투세 도입을 2년 유예하는 조건으로 주식양도세를 금투세 도입 시까지 존치시키되, 과세 대상자 범위를 종목당 10억원으로 그대로 유지한다는 조건에 합의를 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장은 “그런데 지난 달 아시다시피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령을 고쳐서 주식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을 10억에서 50억원으로 완화해버렸다”며 “대통령은 금투세 폐지마저 선언을 해버린 상황이다. 최소한도의 정치 도의도 없는 정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장은 “결국 이번 금투세 폐지 선언은 세수 결손이 심각한 상황에서 부족한 세수를 또 근로자들의 소득으로 메꾸려는 그러한 얄팍한 속셈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국회 합의도, 조세 정의도, 국가의 건전재정성도 모두 무너뜨리는 이러한 퇴행적 결정을 당장 철회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尹 “재건축‧재개발 사업 절차, 원점 재검토”, 야 “선거운동”
윤 대통령이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 절차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힌 것도 야당의 반발을 불러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새해에는 국민들이 새집을 찾아 도시 외곽으로 나가지 않도록 도시 내에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며 “특히 재개발, 재건축 사업절차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사업속도를 높이고, 1∼2인 가구에 맞는 소형 주택 공급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서울 중랑구 중화2동 모아타운(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 현장에서 열린 주민 간담회에서도 “앞으로는 재개발·재건축의 착수 기준을 노후성으로 완전히 바꿔야 될 것 같다”며 “사업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 절차도 아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개선도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를 윤 대통령의 선거 운동으로 보고 있다. 강준현 원내부대표는 지난달 26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의 선거 개입은 오늘내일의 문제가 아니다”며 “대통령이 서울 중랑구를 방문했다. 도심 재개발 문제 관련 일정이라는데 대동한 인사들을 보라. 서울시장과 국토교통부 장관은 물론 해당 지역의 국민의힘 당협위원장까지 가세했다”고 지적했다.
강 부대표는 “이 자리에서 재건축과 재개발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발언했는데 대통령이 국민의힘 당무 개입으로는 부족했던지 선거 개입을 넘어 이제는 선거운동을 노골적으로 하고 있다”며 “헌법 유린, 국민 우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 ‘공매도 한시적 금지’ 놓고는 주도권 경쟁
여야가 이처럼 주요 정책 현안을 두고 사사건건 충돌하면서도 일부 정책을 놓고는 서로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모습도 보였다. 금융당국이 ‘공매도 한시적 금지’ 카드를 꺼내들자 민주당은 자신들이 먼저 요구했던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5일 임시금융위원회를 열고 11월6일부터 2024년 6월30일까지 국내 전체 증시에 대해 공매도를 금지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지난해 11월1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매도 한시적 금지에 대해 “많은 분이 말씀을 주셨다.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불법 공매도와 관련한 전수조사와 제도적 개선이 완비될 때까지 공매도 자체를 한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금융당국 발표 이후 MBC 라디오에 출연해 정부의 ‘공매도 한시적 금지’에 대해 “지난 국정감사 때도 그렇고 그전부터 금융시장에 공매도를 갖고 장난치는 세력이 너무 많기 때문에,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중단하든가 아니면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우리 당이 먼저 해왔다”며 “그래서 이번 제도 중단 자체에 대해선 동의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