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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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근로시간의 유연화 등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 대해 정부와 경영계, 그리고 노동계의 관심이 높았지만 어떤 결론도 내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정부는 지난 11월 근로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새해에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진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이해 당사자인 경영계와 노동계의 요구가 큰 차이가 있는 만큼 쉽게 진행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2023년 12월, 근로기준법 제53조에서 정하고 있는 연장근로시간의 한도와 관련해 기존의 고용노동부 입장과는 큰 차이가 있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이번 호에는 해당 판결의 내용과 함께 법원이 연장근로 위반을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1일 연장근로의 한도까지 별도로 규제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일주일의 총 근로시간과 1일의 연장근로 합계를 관리하는 것이 안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2020년10일19월에 선고한 사건번호 ‘2019노2771’ 판결에 따르면 사용자(회사)에 대해 ‘연장근로 제한 위반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기소한 사안으로, 피고인(사용자)이 상시 50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근로자를 2014년 48회, 2015년 46회, 2016년 36회에 걸쳐 1주간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하게 해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원심은 취업규칙 및 근로계약서 상의 시업시각과 업무일지 상의 업무종료시각 사이의 시간 중 휴게시간 1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이 모두 실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전제한 후, 근로자의 1주간의 근로시간 중 근로일마다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합산해 해당 주의 위 합산 시간이 12시간을 초과하면, 1주간 연장근로시간의 한도를 12시간으로 정한 근로기준법 제53조 제1항을 위반했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14년 34회, 2015년 43회, 2016년 32회에 대해 유죄로 인정한 제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한 법리로, “근로기준법 제50조는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제1항),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제2항)고 규정하고, 제53조 제1항은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간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53조 제1항은 연장근로시간의 한도를 1주간을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을 뿐이고 1일을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아니하므로, 1주간의 연장근로가 12시간을 초과했는지는 근로시간이 1일 8시간을 초과했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1주간의 근로시간 중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를 제시하면서 피고인에 대해 근로기준법 상 연장근로 한도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했고, 구체적인 이유로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연장근로 한도 규정 위반이 아닌 이유

첫째, 근로기준법 제53조 제1항은 1주 단위로 12시간의 연장근로 한도를 설정하고 있으므로 여기서 말하는 연장근로란 같은 법 제50조 제1항의 ‘1주간’의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근로를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53조 제1항이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해 제50조 제2항의 근로시간을 규율 대상에 포함한 것은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가 가능하다는 의미이지, 1일 연장근로의 한도까지 별도로 규제한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보았다. 

둘째,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은 ‘1주간 12시간’을 1주간의 연장근로시간을 제한하는 기준으로 삼는 규정을 탄력적 근로시간제나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에서 두고 있으나(제53조 제2항, 제51조, 제52조),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시간의 1주간 합계에 관해 정하고 있는 규정은 없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1일 8시간을 초과하거나 1주간 40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는데(근로기준법 제56조), 연장근로에 대해 가산임금을 지급하도록 한 규정은 사용자에게 금전적 부담을 가함으로써 연장근로를 억제하는 한편, 연장근로는 근로자에게 더 큰 피로와 긴장을 주고 근로자가 누릴 수 있는 생활상의 자유시간을 제한하므로 이에 상응하는 금전적 보상을 해 주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는 것으로서(대법원 2013년12월18일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연장근로 그 자체를 금지하기 위한 목적의 규정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와 달리 근로기준법 제53조 제1항은 당사자가 합의하더라도 원칙적으로 1주간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를 하게 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한 자를 형사처벌(제110조 제1호)하는 등 1주간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 그 자체를 금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따라서 가산임금 지급 대상이 되는 연장근로와 1주간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의 판단 기준이 동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이외에도 대법원은 1일 기준근로시간인 8시간에 대해 1시간의 휴게시간이 부여됐다고 보았을 뿐, 4시간 이상의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별도의 휴게시간이 부여되지 않았음을 전제로 근로자의 실근로시간을 산정한 점을 지적하면서, 이 사건 회사와 노동조합은 2013년과 2015년에 ‘회사는 단체협약에 표시된 휴게시간 외에 연장근무 시 추가적인 휴게시간인 30분을 제공하며, 이 휴게시간은 연장비용으로 인정한다.’라는 내용의 노사합의를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근로자가 4시간 이상 연장근로를 한 날의 경우, 원심이 전부가 실근로시간이라고 본 연장근로시간에는 30분의 휴게시간이 포함됐을 여지가 커 보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1주 연장근로시간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피고인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이번 판결이 가지는 의의

이번 판결은 연장근로시간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고용노동부가 판단하던 기준과는 다른 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 제53조에 따른 ‘연장근로시간 한도 위반’과 관련해 1주일의 연장근로시간 뿐만 아니라, 1일 단위로 실시된 연장근로시간도 포함해 이를 판단해 왔다. 

예를 들어, 근로자 A가 월~수요일까지 1일 16시간의 근로를 한 경우, 1주 단위로 보았을 때에는 48시간(= 1일 16시간 × 3일)이어서 52시간을 초과하지 않지만, 1일 단위로 보았을 때에는 연장근로시간이 1주 24시간(= 1일 연장근로 8시간 × 3일)이어서 1주 12시간의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해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는 것이 기존의 고용노동부 입장이었으며,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러한 고용노동부의 판단기준에 따라 근로시간 관리를 해 왔다. 

반면,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위의 예시와 같이 1일의 연장근로시간과는 별개로 1주의 총 근로시간이 52시간 이내인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위와 같은 사례에서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인한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경우도 있지만, 고용노동부의 명확한 해석 기준이 나오기 전까지는 기존의 근로시간 관리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즉, 1주일의 총 근로시간과 1일의 연장근로 합계를 모두 고려해 근로시간을 관리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이번 판결은 연장근로 한도에 관한 사안으로, 연장근로수당(통상임금의 50% 가산)의 지급 대상은 1주 40시간을 초과한 시간뿐만 아니라,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시간도 모두 포함된다는 점이며, 이번 판결에서도 이에 대해 분명히 가산수당 지급대상이라고 보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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