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지속된 경영권 분쟁... 대법원 한앤코 손을 들어줘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2021년10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다.[뉴시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2021년10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다.[뉴시스]

[일요서울 ㅣ이지훈 기자] 2022년부터 이어져 오던 남양유업 경영권 분쟁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지난 4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홍원식 회장의 일가 패소를 확정했다.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는 홍원식 회장을 비롯한 남양유업 오너 일가를 상대로 주식양도 소송을 제기했었다. 주식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한앤코) 승소로 60년간의 홍원식의 남양유업은 마침표를 찍었다. 

- 홍원식의 남양유업 ‘흥망성쇠’...갑질ㆍ거짓 광고’ㆍ외손녀 마약까지 
- 한앤코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개선 계획 세울 것"...신뢰 회복 급선무

홍 회장은 2021년 남양유업 코로나19 불가리스 사태 이후 사임 의사와 함께 본인과 가족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를 한앤코에 매각하는 주식 매매계약(SPA)을 맺었다. 하지만 홍 회장 포함한 오너 일가는 한앤코가 '백미당 매각 제외', '오너 일가 처우 보장' 등의 계약 조건을 지키지 않았다며 같은 해 9월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한앤코 측은 “홍 회장 측이 일방적으로 해지를 통보했다”며 주식을 계약대로 넘기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2년 넘게 소송전에 임했다. 

지난 4일 진행된 재판에서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한앤코의 승소로 확정 짓게 되면서 홍 회장은 긴 소송전 끝에 눈물짓게 됐다. 이번 패소의 주원인으로는 ‘오너 독단적 결정구조’, ‘미흡한 여론 관리’, ‘소탐대실’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홍 회장 일가는 자신들이 보유한 남양유업 주식 37만8938주(합계 지분율 52.63%)를 한앤코에 넘겨야 한다. 앞서 진행된 1심과 2심 법원은 홍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양측이 체결한 계약의 효력을 인정하며 한앤코의 승소로 돌아갔다. 

이번 판결에서 승소한 한앤코는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조속히 주식 매매계약이 이행돼 남양유업의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개선 계획들을 세워나갈 것"이라며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사다난했던 홍원식의 남양유업

홍 회장은 지난 1964년 창립한 남양유업를 경영해 왔다.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성공 가도를 달리던 와중 ‘갑질’, ‘거짓광고’, ‘외손녀 마약’ 문제 등 국민의 신뢰를 등져버리는 만행으로 서서히 타 경쟁 기업에 밀려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이었다.

남양유업은 많은 구설에 오르며 소비자들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지난 2013년 1월 남양유업이 지역 대리점에 물건 밀어내기(일명 강매)한다는 주장과 더불어 5월에 해당 직원의 갑질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해당 직원의 사표가 수리됐지만 온라인상에서 불매운동까지 일어났다.

2021년4월13일 남양유업은 LW 컨벤션센터에서 불가리스의 코로나바이러스 억제 효능에 대해 발표했다. 세포 배지에 불가리스를 투여하면 독감 바이러스 활동량이 99.999%, 코로나바이러스는 77.78% 억제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발표 직후 식료품점에서는 불가리스를 찾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는 품귀현상까지 나타났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불가리스 제품에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고발된 남양유업을 압수수색한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의 모습. [뉴시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불가리스 제품에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고발된 남양유업을 압수수색한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의 모습. [뉴시스]

하지만 남양유업의 발표는 어디까지나 코로나 살균효과를 보이는 것이지 항바이러스 효능을 입증한 것이 아님이 밝혀졌고 당시 식약처는 발 빠르게 남양유업의 불가리스를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으로 2개월의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부과했다.

불가리스 효능 거짓 광고 사태로 홍 회장은 기업 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앤코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가 ‘헐값 매각’ 논란이 커지자, 계약을 취소했다. 불가리스 사태로 인한 여론 악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매각을 결정했는데 대부분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내부에서는 홍 회장이 불가리스 사태로 궁지에 몰리자, 독단적으로 기업 매각을 결정했다. 헐값 매각 여론이 일고 가족들의 성토가 이어지자,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계약 파기를 선언한 것이라고 본다. 가족 몫을 챙기려 소송까지 이어갔지만, 신뢰와 명예까지 모두 잃게 된 꼴이다 .

-새로운 남양유업... 옛 영광 찾나

황 회장의 외손녀인 황 모 씨는 유명 연예인의 전 여자 친구로 잘 알려졌다. 지난 2016년 필로폰을 여러 차례 투약하고, 매수·매도한 혐의로 검거된 조 모 씨가 증언한 것으로 보이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문에서 황 모 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갑질’, ‘거짓 광고’, ‘외손녀 마약’까지 남양유업에는 지울 수 없는 오점이 생겼다. 국민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후 하나둘씩 터지는 사건·사고로 내리막길을 걷던 홍 회장의 남양유업은 2024년1월4일부로 끝이 났다. 

4일 한앤코가 재판이 끝난 뒤 앞으로 남양유업의 행보에 대해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힌 만큼 잃어버린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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