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 노장들의 국회 재입성 시도, 노익장? 노욕?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뉴시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총선시계가 빨라지자 40‧50년대생 여야 원로급 인사들이 22대 국회 입성을 시도하고 있다. 여권에선 무려 6선 의원 출신인 이인제(75)‧김무성(72) 전 의원이 국회 최다선을 노리고 있고, 야권에서도 4선을 지낸 정동영(70)‧박지원(81) 전 의원 등이 호남에서 정치 재기를 도모하는 모양새다. 다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야 원로 정치인들의 여의도 재등판 움직임을 바라보는 현역 정치인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정치개혁 과업을 실현한 정당이 4월 총선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올드보이(OB)들의 복귀가 자칫 구태 정치로 역행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들이 전통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전관예우 공천’을 단행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다.

與 이인제‧김무성 등 7선 도전, 국회의장 노림수? 

70‧80 ‘올드보이’ 정계 인사들의 총선 출마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사의 한 획을 긋고 여의도에서 은퇴한 인물들이지만 여전히 혼돈의 구렁텅이에 빠져있는 현실정치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출사표를 낸 것. 

여권에선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이인제 전 의원 등이 국회 최다선인 7선을 목표로 4월 국회의원선거 출마 의지를 다지고 있다. 여의도 국회의 수장인 국회의장 직을 노린 행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의장은 원내1당 최다선을 선출하는 것이 관례인 만큼, 이들 중 누구라도 22대 국회로 재입성할 경우 국회의장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김 전 대표는 자신의 옛 지역구인 부산 중·영도구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1대 총선 전 불출마 선언으로 정계를 물러났지만, 지역구 현역인 황보승희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여의도 진출로가 열렸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황 의원은 불륜 및 금품수수 의혹 등에 휩싸이며 국민의힘을 탈당한 데 이어 4월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3일 한 방송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출마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거절했다가 점차 마음이 바뀌고 있다”고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우리 정치권 전체가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지금 비민주주의 반민주주의 정당 정치를 하고 있다”며 여당인 국민의힘이 야당과의 관계 재설정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도 덧붙였다.  

또 김 전 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보수계 정치모임 ‘마포포럼’에서도 그의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마포포럼 한 고위 관계자는 “(김 전 대표가) 부산 출마 의지를 굳힌 것으로 안다. 출마 선언은 이르면 1월 중순 정도가 될 것”이라며 “그간 포럼으로 만난 자리에서도 지역구(중‧영도)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고 했다. 

이인제 전 의원 [뉴시스]
이인제 전 의원 [뉴시스]

국민의힘 상임고문을 지냈던 이인제 전 의원도 7선 도전에 나선다. 충남 논산 출생인 이 전 의원은 지난달 12일 출판기념회에서 논산‧계룡‧금산 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현재 예비후보 등록도 마친 상태다.  

출판기념회 당일 이 전 의원은 “다시 일할 기회가 허락된다면 저의 모든 경험과 역량을 불태워 고향과 나라의 발전 그리고 국민의 행복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할 각오”라고 출마 일성을 남겼다. 

이 밖에 여권에선 5선 경력의 심재철(65) 전 국회부의장과 4선 출신인 ‘원조 친박(친박근혜)’ 최경환(68) 전 경제부총리 등도 각각 경기 안양 동안을과 경북 경산에 출사표를 낸 상황이다.

정동영 전 통일장관 [뉴시스]
정동영 전 통일장관 [뉴시스]

野 박지원‧정동영‧천정배 등 총선 정조준   

야권에서도 OB들의 출마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민주당의 홈그라운드인 호남을 재도약 거점으로 삼고 있다.

현재 출마가 가시화된 OB 인사들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박지원 전 국정원장, 천정배 전 법무장관, 유성엽 전 의원 등이다. 

정 전 장관은 민주당의 모체인 대통합민주신당 소속 대선후보 출신으로, 지난달 자신의 옛 지역구인 전주시병 출마를 공식화하며 5선 도전에 나섰다. 4선 경력의 박 전 원장도 “열악한 지방재정에 국비예산 확보가 가장 중요하기에 저의 정치 경험 경륜 인맥을 총동원해 고향 발전에 헌신하겠다”며 자신의 고향인 전남 해남·완도·진도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해 초부터 일찌감치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꾸준히 전남 지역사회 모임과 당내 지역행사에 참여하는 등 현지 민심을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천정배(69) 전 장관은 광주 서구을에 7선 도전장을 냈다. 이 밖에 민주당 대표를 지낸 추미애(65) 전 법무장관도 구체적 지역구가 거론되진 않지만 수도권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뉴시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뉴시스]

OB 총선러시에 “초선도 불출마하는데...” VS “총선 도움 돼”

올드보이의 총선 출사표가 잇따르자, 여야 현역 의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이인제‧김무성 출마 소식에 “당 상임고문까지 지낸 분들이 원로 역할을 제쳐두고 파릇한 후배들과 경합하는 것은 모양새가 썩 좋지 않다”며 “험지도 아니고 당 우세 지역에서 출마라니, 과욕”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또 다른 초선 의원도 “근래 당 분위기가 세대교체와 지역구도 탈피라는 혁신 방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들의 출마가) 찬물을 끼얹을까 걱정된다”라며 “초선들도 (혁신 차원에서) 불출마하는 판국에 6선 7선 노장들이 컴백하는 게 맞느냐”고 했다.  

반면 여당 한 재선 의원은 “꼭 나쁘게만 볼 문제는 아니”라며 “어쨌든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분들인데, 인지도로 보나 정치관록으로 보나 총선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정치 감수성을 되살리며 전통지지층 표심을 끌어낼 수 있지 않겠나”라고 ‘전관예우’를 거론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야권 원로들의 현실정치 복귀가 썩 달갑지 않은 모양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그냥 선수가 많고 나이가 많으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하는 기대는 여의도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며 “당과 국회에서 제일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은 초선과 재선”이라고 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외부에서 젊은 인재들을 발굴해 ‘미래의 씨앗이자 희망’이라는 걸 보여줘야 하는데, 올드보이들의 귀환으로 다 채워져 버리면 선거가 정말 어려워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고 최고가 서울 광진을에서 무려 5선을 지낸 추미애 전 장관의 광진을 6선 도전 가능성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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