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층, 글로벌 코리아·실용·공정·스텐 수저...중도층 불신 요인 과감히 거둬내야
- 김구폄하 비대위원 해촉 등 친일보수 잔재척결...중도층 마음얻는 중도친화적 행보
- 정당 운영·선거비 보조금 폐지, 불출마선언처럼 국민혈세 호가호위 않겠다는 선언

한동훈 효과가 뚜렷하다. 한동훈 비대위체제 출범 후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평가가 상승세로, 국민의힘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을 앞섰다. 한참 기울었던 총선 예상 판세도 한결 균형을 잡기 시작했다. 내일 투표할 경우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승한 반면 민주당은 같거나 하락했다. 국민의힘의 취약층인 여성과 50대에서도 호감도가 개선됐다. (10일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 보도 참고)

그러나 아직은 한동훈 국민의힘이 갈 길은 멀다. 취임 후 그의 처신과 발언은 매우 강렬하고 따뜻했다. 여성과 중도층을 흔들기 시작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26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승리를 위해 무엇이든 다 하겠지만, 내가 그 승리의 과실을 가져가지는 않겠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신선했다.

지난 1229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나서는 허리 숙여 인사하고 이 대표 발언이 끝난 뒤에는 박수를 쳤다. 범죄자 운운하던 법무장관 시절과는 완전 딴판이다. 2일 대전시당 신년 인사회서는 공천물갈이를 예고하고 3일에는 '노인 비하' 발언을 한 민경우 비대위원을 즉각 해촉한뒤 대한노인회장을 찾아가 사과했다.

4일에는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5·18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을 약속했으며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북한 주도 내란'으로 폄훼한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을 당 윤리위원회에 즉각 회부했다. 친명 유튜브의 악마의 편집으로 판명난 4일 충북도당 신년 인사회에서 함께 사진을 찍던 어린이의 이재명 대표 비방 팻말을 자연스럽게 치우는 세심함은 정치적 제스쳐가 아니라 타고난 성품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같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행보는 22대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중도층을 잡아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가장 취약한, 총선 승리의 스윙보터(결정 못한 유권자)이자 보팅 키(투표결과 중요 열쇠)인 중도층 공략, 산토끼 잡기에 나선 것이다.

중도층은 글로벌 (Top)코리아성향이 대표적 특징이다. 연령으로는 1985년 이후 세대와 비슷한데 정치적으로는 특정 당과 이념보다는 그때그때 다른 실용적 선택, 출신은 금수저도 흙수저도 아닌 실버 스텐 수저, 초등 입학 이후 각종 시험과 작은 도전으로 경제적 안정을 이룬 중산층이다.

특히 경제성장과 스포츠, K-pop 등 문화한류로 인해 자긍심이 넘친다. 또 좌우 이념세력이나 노장층과 달리 역사와 외국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는 만큼 매사를 자기중심적이면서도 공정에 무게를 두고 판단하고 결정한다. 이 같은 중도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한동훈 위원장의 노인 비하와 5.18왜곡 발언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중도층 유권자의 공감과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발 빠른 조치다.

그러나 아직은 부족하다. 한동훈의 지지율 상승만큼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가능성이 상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반증이다. 한동훈의 지지가 총선 승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중도층의 불신 요인들을 과감히 거둬내야 한다.

우선 보수 진영 바닥에 깔려 있는 '친일 보수'를 잔재를 거둬내야 한다. 과거 보수 진영은 반민주 독재와 부패, 친일세력이라는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반민주 독재와 부패는 김영삼 전 대통령 집권 이후 거의 지워졌고 친일 낙인은 '문재인 친중·친북 외교 역풍'과 북핵 긴장 고조로 퇴색하고 '반일' 선동은 고장 난 라디오가 됐다.

그런데 우습게도 다시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친일의 악취가 스멀스멀 올라와 중도층이 특히 예민한 친일촉수를 자극하고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홍범도 장군 동상 철거와 '독도 분쟁지역' 국방부 교육 기본교체 수록, 박민식 전 보훈부 장관의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 재평가, 백승엽 장군 친일 행적 삭제, 박은식 비대위원의 김구 선생 폄하 등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와 맥을 같이하는 친일 보수 뉴라이트 세력의 잔재다.

보수의 낙인, 독재와 부패, 친일 중 마지막 남은 친일 보수낙인을 국민의힘에서 확실히 지워야 중도층의 지지를 자신할 수 있다. 독립운동가 공적 판단 기준을 사회주의 계열 여부가 아니라 민족의 비극 6.25 전쟁을 일으킨 김일성 정권 부역 여부로 정하는 평가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

두 번째는 공천 과정 혁명이다. 스윙보터인 중도층이 지지후보를 정할 때 각 당의 공천, 공천과정, 공천 잡음이 크게 작용할 것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장재원 의원,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 소위 여권실세 측근들의 공천 여부를 세심히 살펴 볼 것이다. 공천 과정이 민주적이고 합리적이었는지, 실세들의 낙하산과 막후 밀약, 금품 공전은 아닌가 의심하고 또 의심할 것이다.

공천 개혁은 총선 결과와 한동훈의 정치 미래를 결정하는 시금석이다. 누구 사람이어서 되고 안되고 가 아니라 공정한 룰 앞에 특권·특혜가 없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 오픈 프라이머리 등 명확한 공천방식의 공언과 준수가 절실한 이유다. 과거식의 인물 영입과 물갈이프레임에서 공천 방식개혁 프레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세 번째로 뿌리 깊고 광범위한 정당의 기득권을 뜯어내는 혁명적 결단이 필요하다. 국민 앞에 더 이상 특권 집단, 특혜 세력은 없다는 선언과 함께 정당운영보조금과 선거 전·후 지원하는 이중 선거 보조금 등 정당이 누리고 있는 각종 특혜를 포기해야 한다. 한동훈 위원장은 불출마 선언처럼 선거 후 국민의힘을 국민 혈세로 호가호위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친일 보수와 절연하고 실세 측근 공천 막는 공천 개혁, 정당 특권·특혜 폐지야말로 중도 친화적 공약이자 정치다. 잘못된 악습과 관행을 거둬내고 폐지하겠다는 선언이 중도층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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