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여의도 시계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 덩달아 선거에 출마하려는 이들의 공직 사퇴가 줄을 이었고, 출판기념회나 의정 보고회도 마무리되었다. 이제 각 정당의 공천장을 받기 위한 치열한 암투의 시간이다.

이와 더불어 총선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많이 제거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생의 일등 공신 중의 한 명으로 누구도 그 존재감을 의심할 수 없었던 이준석 전 당대표가 지난 연말 탈당을 결행한 뒤 가칭 개혁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준석 전 당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술버릇, 무능력을 익히 경험해서 그와 결별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결정을 아니었을 것이다. 자기가 준 것에 비해 얻은 것도 없으니 윤석열 대통령에게 받을 빚은 있어도 값을 빚은 없다.

윤석열 나이로 올해 39세가 되는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당하지 않고 그 임기를 다 채울 수 있다면,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는 피선거권도 얻을 수 있기에 홀로서기를 결행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가칭 개혁신당의 정강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가 어떠한 꾀를 짜내어 다가오는 총선에 임할지 기대 90%, 기우(杞憂) 10%.

국민의힘 비례대표 국회의원이었던 허은아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깨끗이 포기하고 이준석의 개혁신당에 합류했다. 그녀의 결기는 그녀의 국회의원직을 승계한 체육계 미투 1로 알려진 김은희 의원의 감동 연설을 낳았다. 또한 21대 국회 최연소의원으로 정의당 당적을 지닌 채 딴 살림 차리기에 여념이 없는 타투 소녀류호정 의원을 국민 머저리로 등극시켰다.

유승민 전 의원은 어느새 잊혀진 존재가 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본인은 몸값 불리기를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의 몸값은 자신의 양아들과도 같은 이준석의 몸값에 얹혀주어야 그 가치가 빛을 발할 것이다. 이미 이준석 시대가 도래했음을 그는 인정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소위 쌍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여 자신의 아내를 지키는 길을 택했다. 어떻게 한 결혼인데 포기할 수 없는 그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대통령을 하지 않았으면 참 좋은 애처가였을 것이다. 어쩌면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또 다른 위기 상황에 대비해 자신을 버리는 카드를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라고 조언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의 민주당 전과자 44%” 발언은 나가도 너무 나갔다. 그의 목소리가 신뢰를 주지 못하는 이유는 그의 메시지에 있다. 그런 그가 탈당했다. 앞서 탈당한 원칙과 상식의 이원욱, 김종민, 조응천 의원과 한 살림을 차릴 것이라 하지만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정작 자신의 측근인 윤영찬 의원은 친명 현근택 예비후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 일희(一喜)하여 원칙과 상식을 벗어나는 행동을 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의 만류가 있었다고는 하나 그냥 재선이 지상목표인 정치꾼임을 자인했을 뿐이다.

이재명 대표는 서울대 병원을 퇴원하면서 국민이 살려준 목숨이라 남은 인생도 오로지 국민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그가 병상에서 성희롱에 휘말린 자신의 측근인 현근택 예비후보를 구제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줬으니 신뢰가 가는 말은 아닌 것 같다.

3개월이 채 남지 않은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윤석열과 이재명의 대결 구도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지난 대선과는 다르게 균열도 보인다. 그 틈을 비집고 제3세력들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그들이 기존의 양대세력보다 더 나은 것이 무엇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들이 혐오와 분노에 기생하는 기생정당들과는 다르게 우리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정치적 블랙홀(black hole)이 되어 적대적 공생 관계의 두 정당을 집어삼키고 정치의 새로운 빅뱅(big bang)을 일으키기를 기대해 본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