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여야의 22대 총선 경쟁과 더불어 차기 대권 레이스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진검승부가 막을 올린 셈이다. 새해 주요 언론의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한동훈 위원장과 이재명 대표는 차기 대선 적합도에서 오차범위 이내의 치열한 접전을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의 조사에서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우세를 찾아보기 힘든 대혼전 양상이다. 여야 거대 양당 수장의 용호상박 경쟁 구도에 여의도 호사가들은 이번 선거가 총선이지 대선인지 모르겠다는 관전평마저 쏟아낼 정도다. 차기 레이스가 보다 치열해질 경우에는 22대 총선 프레임은 윤석열 대통령 vs 이재명 대표20대 대선 연장전이 아니라 한동훈 위원장 vs 이재명 대표의 차기 맞대결로 흐를 가능성이 커진다. 윤석열정부 지원 또는 심판 구도가 아닌 여야의 미래 차기권력 선출 양상이다. 차기 운명을 좌우할 22대 총선에 전력투구 중인 한 위원장과 이 대표의 정면대결을 짚어봤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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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 앞두고 한동훈 vs 이재명 차기 신경전 본격화
- 주요 여론조사 차기 지지율 한동훈·이재명 오차범위 혼전
22대 총선 성적.3지대 빅텐트 성패 차기 레이스 요동

한동훈 위원장과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운명은 422대 총선에 좌우된다. 총선 성적표에 따라 차기 레이스의 순항 여부도 엇갈린다. 국민의힘이 과반 승리를 얻으며 여대야소 결과가 나오면 한 위원장의 대권가도는 탄력을 받는다. 보수진영의 구원투수로 혜성처럼 등장해 본인의 임무를 100% 완벽하게 수행하는 셈이다. 반대로 민주당이 지난 21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압승을 거두며 여소야대 결과 나오면 이 대표의 전성시대가 열린다. 지긋지긋한 사법리스크를 털고 차기 독주체제를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제3지대 빅텐트의 선전으로 여야 모두 과반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차기 구도도 급변할 수밖에 없다. 한동훈 이재명 양강구도에 제3의 변수가 발생하면서 예측불허의 대혼전이 벌어질 수 있다.

차기 지지율 두고 후끈오차범위 대혼전

갑진년(甲辰年) 새해를 맞아 수많은 여론조사가 발표됐다. 대중과 언론이 가장 주목한 것은 차기 지지율 조사였다. 결과는 압도적이었다. 한 위원장은 보수 진영에서, 이 대표는 진보 진영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다른 차기 주자들과의 지지율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독주체제였다.

특히 한동훈 vs 이재명양자대결에서도 치열한 접전구도가 이어졌다. 연합뉴스가 지난 67일 메트릭스에 의뢰해 실시한 정례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p, 100% 무선 전화면접)에 따르면, 차기 대선 가상 양자대결에서 한 위원장과 이 대표가 36%로 동률이었다. 한 위원장은 특히 60대와 70대 이상에서 이 대표를 더블스코어 수준의 격차로 앞섰다. 이 대표는 40대에서 한 위원장을 3배 이상 앞섰으며 30대와 50대에서 소폭 우위를 기록했다. 1829세의 경우 오차범위 이내의 혼전양상이었다.

다자대결 구도에서 두 사람의 우위는 절대적이었다. 이 대표는 25%, 한 위원장 24%로 각각 나타났다. 이어 홍준표 대구시장은 6%,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각각 4%로 나타났다.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 김동연 경기지사,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3%로 동률이었다. 이어 심상정 정의당 의원, 2%, 김부겸 전 국무총리 1%였다. ‘적합 후보 없음이라는 답변은 18%였다.

한국갤럽의 12주차 정례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는 이 대표가 23%, 한 위원장이 22%로 접전 양상이었다. 이어 이낙연 전 대표·홍준표 시장·이준석 전 대표 각각 3%, 안철수 의원·오세훈 시장·김동연 지사는 각각 1%로 나타났다. 한 위원장은 한국갤럽의 지난해 6월 장래 정치 지도자 조사 결과에서 선호도 4%로 처음 등장한 이후 약 6개월여 만에 수직상승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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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지지율의 호각세 속에서 여야 수장의 총선 맞대결은 보다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 위원장은 최근 전국을 누비며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가는 곳마다 돌풍이다. 특히 지난 10일 부산 방문에서는 ‘1992’라는 숫자가 적힌 맨투맨 셔츠는 큰 화제를 모았다. 1992년은 부산 연고인 롯데자이언츠의 마지막 우승연도로, 야구를 사랑하는 부산 민심에 호소한 것이다. 지난 2일 흉기피습 이후 서울대병원에서 수술과 치료에 전념했던 이 대표도 10일 퇴원하면서 정치 재개를 준비 중인다. “상대를 죽여 없애야 하는 전쟁 같은 이 정치를 이제는 종식해야 한다고 통합을 강조한 이 대표는 자택에서 요양과 휴식을 취한 뒤 조만간 당무에 복귀할 것으로 전해졌다.

공천갈등 무사히 넘길까? 검사공천’vs친명공천

잘 나가는 한 위원장과 이 대표의 최대 변수는 공천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공천은 총선 승리의 1차 관문이다. 국민의 이목을 잡아끄는 혁신·쇄신 공천이 이뤄지면 금상첨화(錦上添花). 이는 공천과정에서 별다른 잡음 없이 세대교체에 성공하면서 유능한 인재를 대폭 영입하는 것이다. 반대로 주류·비주류간 갈등은 공천파동 속에 선거 패배로 이어진다. 지난 201620대 총선 당시 180석 대망론에 불타올랐던 새누리당(옛 국민의힘)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새누리당은 야권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열하면서 총선 압승을 기대했지만 공천과정에서 친박(친박근혜를 넘어 진박(진실한 친박)’ 파동까지 불거지면서 다잡은 승리를 놓친 바 있다.

한 위원장과 이 대표의 최대 골칫거리 역시 공천이다. 한 위원장은 이른바 검사공천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 야권이 현 정부를 검사공화국이라고 연일 비판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검사 출신들이 영남에 대거 공천될 경우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이 대표 역시 이른바 친명공천우려를 뛰어넘어야 한다. 이낙연 전 대표와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 등 비명계 3인방의 탈당으로 당 안팎이 어수선한 가운데 공천 과정에서 친명 우대·비명 배제기류가 커지고 있다. 이밖에 86세대 운동권 정당이라는 기득권 이미지 타파를 위해 참신하고 유능한 새피 수혈도 시급하다.

다만 두 사람이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 위원장은 이기는 공천, 설득력 있는 공천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총선 공천관리위원회 인선에서 외부 인사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에서 대대적인 물갈이 포석이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과 가까운 친윤 핵심으로 불리는 이철규 의원이 합류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국민의힘 공천과정에서 용산 대통령실, 이른바 윤심(尹心)이 관철되면서 검사들의 대규모 공천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각과 대통령실 중심으로 50여명의 출마 후보자 중 약 30여명이 영남 공천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 출신도 상당수다.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과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은 물론 석동현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도 검사 출신이다. 현역 의원 탈락자들의 빈자리를 검사들이 대거 채울 경우 잡음은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이 정도면 고려시대 무신정권이 떠오른다며 맹공에 나선 이유다. 만일 공천 탈락자들이 이준석신당행을 선택할 경우 총선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와 관련, “TK에서 김기현 대표를 강제 축출하는 과정을 보고, 영남 지역 공천이 순탄하고 순리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없을 것이라면서 “(공천과정에) 무리수가 있을 경우 신속하게 움직이겠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대표 역시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시스템 공천을 강조하고 있지만 총선기획단 및 공관위 구성이 친명 일색이어서 향후 공천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또 퇴진 압박에 시달리는 86세대 운동권의 대거 입성도 변수다. 살신성인의 희생이 필요한데 86세대의 기득권은 더욱 공고한 모습이다. 게다가 컷오프에 해당하는 현역 의원 하위 20% 평가자에 비명계가 대거 포함될 경우 낙천에 대한 반발도 커질 조짐이다.

실제 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의 적격·부적격 판정은 잡음이 시끌시끌하다.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인사들이 비명계 숙청이다. 공천이 아닌 친명 검증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문제는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인사들이 도전한 지역구가 대체로 친명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였다는 점이다. 김윤식 전 시흥시장이 도전한 경기 시흥을은 5선 친명계인 조정식 사무총장의 지역구다. 또 최성 전 고양시장이 도전한 경기 고양을 역시 친명계 초선 한준호 의원의 지역구다. 이밖에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성희롱 의혹에 대해 이 대표와 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이 징계수위를 논의한 것도 사당화 논란을 부추겼다.

이에 대한 국민의힘의 공세도 강화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특히 민주당이 1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은 황운하 의원과 뇌물 혐의로 기소된 노웅래 의원을 총선 후보자로 적격 판정을 내린 것과 관련, “과연 국민 상식과 눈높이에 맞는 심사인지 우려스럽다.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면죄부 주는 심사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민주당의 공천갈등이 심화되면 낙천자들이 탈당 이후 이낙연신당 또는 비명계 3인방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로서는 상상조차하기 싫은 악몽이다.

3지대 빅텐트 유불리 계산양강대결에 3강구도 형성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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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위원장과 이 대표의 차기 레이스에서 또하나의 변수는 제3지대 빅텐트론이다. 여야 모두 이번 총선에서 과반 승리를 얻지 못하고 제3지대 빅텐트가 선전할 경우다. 여야 양극단의 정치가 제1야당 대표에 대한 흉기피습으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최대 30%에 육박하는 중도무당층의 존재를 고려할 때 제3지대 빅텐트의 이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실화되면 차기 대선 레이스 역시 구도가 변화한다.

기존 한동훈 vs 이재명양강구도에서 제3지대 후보가 가세하는 3자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 1985년생으로 오는 2027년 차기 대선에서 피선거권을 획득하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또는 반()이재명 노선으로 새로운 선택지를 모색 중인 이낙연 전 대표가 대안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역대 대선을 돌이켜보면 여야 거물들의 양자대결이 일반적이었다. 다마 제3후보의 부상에 따라 대선판은 크게 요동쳤다. 92년 대선의 경우 김영삼 vs 김대중양자구도에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 97년 대선의 경우 김대중 vs 이회창양자구도에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 2007년 대선의 경우 이명박 vs 정동영양자구도에 이회창 후보 등 매번 제3의 후보가 등장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vs 문재인양자구도는 새정치를 표방했던 안철수 의원의 깜짝 등장으로 차기 3자구도가 형성되기도 했다. 국정농단 탄핵사태 이후 치러진 2017년 대선의 경우 여야 다자구도 속 문재인 전 대통령의 우세에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등장으로 파란이 일기도 했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97년 대선이다. 당시 이인제 후보의 대선 본선 출마로 보수 표가 분산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극적인 대선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22대 총선은 여야 정당만 아니라 차기 대권주자 입장에서도 놓칠 수 없는 한 판 승부라면서 한동훈 위원장과 이재명 대표의 기존 양강구도에 제3의 후보가 가세할지 여부도 관심사라고 평가했다. 특히 팽팽한 접전 구도를 이어온 한 위원장과 이 대표의 차기 전망은 총선 성적표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면서 만일 제3지대의 선전으로 두 사람이 동시 몰락할 경우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이준석 전 대표, 김부겸 전 총리, 이낙연 전 대표, 김동연 경기지사 등 여야 차기 잠룡들이 플랜B로 떠오를지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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