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12월20일 기자들과 만나 외교방침을 밝혔다. 그는 “한•중 관계는 한•미동맹 못지않게 중요한 관계”라고 전제했다. 이어 ”이제는 한•중 관계를 조화롭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중 관계 조화“가 한•미•일•중 4각 등거리 ”조화“로 가려는 것인지, 아니면 문재인 정부처럼 경제와 지정학적 이유로 다시 굴종외교로 빠지게 될 건지 석연치 않다. 지난날 문 정부는 한•중 관계가 한•미동맹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소국이 대국을 모시듯이 굴종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군의 천안문광장 전승기념식 행사에 참석, 박수를 쳤다. 문재인 정부는 더 나아가 중국에 ‘3불 (3不: 사드 추가 불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제(MD) 불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 불 참여)과 1 한(1限: 사드 운영 제한)을 약속해 주는 등 중국에 국방주권까지 헌납했다. 그러나 중국은 한국이 국방주권까지 헌납했는데도 사드 배치 보복으로 관제 시위를 동원, 수입 한국 승용차를 부쉈고 한국상품 불매운동을 일으켰다. 대형 한국 백화점들도 물매운동으로 철수해야 했다. 한국 연예인 출연작품 금지령인 한한령(限韓令)을 하달, 한국 영화•드라마•게임 등의 송출을 금지했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중국으로 탈북한 160명의 북한 주민들을 한꺼번에 강제 북송했다. 또한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규탄 결의안들을 모조리 거부, 북의 핵도발을 부추겼다. 중국은 경제에선 최대 교역국이지만 정치외교에서는 북한과 함께 최대 적국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미•일 남방 3각 관계를 복원하고 중국을 견제하자 지난날 중국의 오만방자했던 자세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국의 남방 3각관계 결속에 중국이 다급해진 탓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9월 “한국 방문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 “고 서둘러 밝혔다.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방한한 지 9년 만의 방한 의사 표출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두 차례나 중국을 방문하면서 시 주석의 방한을 간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그 밖에도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지난 7월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국제관계포럼에서 한•중•일 3국이 ”손잡고 나아가 세 나라와 지역에 더 많은 공헌을 해야 한다. “고 당부했다. 한국을 능멸했던 중국이 이젠 ”손잡고 나아가자 “고 간청한다. 중국과 북한을 가상의 적으로 한 한•미•일 3각 공조에 밀린 때문이다. 

중국의 태도변화는 냉엄한 국제관계의 기본을 반영한다. 국가 대 국가 관계란 비위 맞추기나 설설 기는 저자세로 개선되는 게 아니고 오직 ‘세력 균형’을 통한 견제와 균형으로 유지된다는 걸 실증한다. 박근혜•노무현•문재인은 중국을 종주국 받들 듯했다. 그에 오만해진 중국은 한국을 속국처럼 짖밟았다.

하지만 한•미•일 3각관계가 복원되며 중국에 맞서자 중국은 세력 규형과 견제에 눌려 한국을 능멸하던 태도를 바꿔 “함께 손잡고 나아가자”며 고개 숙이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조 외교 후보자는 대중관계의 “조화“로운 회귀를 들고 나섰다. 조 후보자의 대중관계 ”조화“가 문재인 정부의 대중 굴종외교로의 복귀가 아니기를 바란다. 앞으로의 대중관계는 ”조화“ 복귀가 아니라 한•미•일 3각 관계 증진을 통한 ”세력 균형“으로 중국과 대등관계로 가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지난 2000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한국의 대중관계는 변방국이 중심 대국을 섬기는 굴종관계로 다시 전락되고 만다. 조 후보자는 통상관계 전문 외교관으로서 세력 균형에 기반한 국제관계엔 소홀한 듯싶다. 조 후보자는 국제관계란 세력 균형을 통한 상호 균형과 견제 속에 국가주권을 견지한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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