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차고지에 6개 택시회사, 쪼개기로 누진세율 회피?"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지난해 10월 택시 기사 방영환 씨가 회사에 밀린 임금을 달라고 요구하다 숨졌다. 방 씨는 편법적인 사납금 제도에 항의하다 스스로 분신했고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방 씨가 근무한 해성운수의 탈세 주장이 나와 이목이 쏠린다. 해성운수는 동훈그룹 소속 택시회사다. 이들은 해성운수가  '현금운송수익금 축소 신고'와 '총운송수익금(매출액) 축소 신고'했다고 주장한다.

- 택시 노동자 방영환 열사 분신 사망 책임 동훈그룹 일가 비위 행위, 주장
- 현금 운송수익금 축소 신고 혐의...그룹 사업 21개소 근로감독과 처벌 요구


'방영환 열사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는 지난 10일 공개한 탈세 제보서에서 “해성운수의 탈세로 의심되는 매출 미신고액은 2023년 상반기에만 최소 5억에서 8억 1000만 원으로 추정된다”라고 주장한다.

[제공 : 방영환 열사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
[제공 : 방영환 열사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

이들은 해성운수가 현금 운송수익금을 축소했다고 지적한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21조(운송사업주의 준수 사항)에 의하면 운송사업자는 운수종사자가 이용자로부터 받은 운임의 전액을 당해 운수종사자로부터 납부받게 돼 있다.

하지만 해성운수는 현금수익을 축소 신고한 것으로 의심했다. 해성운수가 현금 매출액 일부를 빠뜨려 전액 관리제를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 탈세 제보, 근로감독과 처벌...동훈그룹 악재 어디까지

탈세 제보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상반기(1~6월) 택시 수익금 카드 결제율은 월평균 87.38%다. 월 매출액의 12.62%가 현금으로 결제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해성운수가 신고한 지난해 상반기 현금매출 비율은 평균 4.19%다. 서울시 전체 평균에 비해 8.43%포인트나 낮다.

대책위는 “해성운수 내에서 가장 적법한 택시 운전으로 수익금을 제출한 고 방영환 씨의 운행 기록을 보더라도 현금 수입이 15.93%를 차지했다”라며 “이를 역산하면 해성운수 상반기 총매출액은 20억9000만 원이 아니라 현금 누락이 의심되는 8.43%, 약 1억7000여만원을 추가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해성운수가 총운송수익금(매출액)을 축소 신고했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조세특례제한법 제106조7(일반택시 운성사업자의 부가가치 세액 경감)의 제2항은 택시 노동자들의 열약한 노동조건과 임금 개선을 위해 택시 부가세의 99%를 환급하고 있으며 이 중 90%는 택시 노동자의 운송수입금에 비례해 개인에게 지급하고 있다.

또한 택시회사의 일반매입은 통상 운송 수익 매출액의 25~40%를 차지한다. 가장 낮은 경기도의 경우 2020년 25.18%, 2021년 26.84%였다.

해성운수가 2023년 1분기 국세청으로부터 환급받은 부가세 경감 세액은 9130만2894원이다. 부가세 경감 세액 계산법에 따라 경감 대상이 되는 해성운수의 매출액과 매입액의 차액은 9억2225만1455원 이다.

제공 : 방영환 열사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
제공 : 방영환 열사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

대책위는 "해성운수가 신고한 부가가치세 지급 현황을 통해 매출액(신용카드·현금영수증·현금 수익금 등)과 매입액(유류비·타이어비·정비비 등)을 추정했고, 다른 택시회사의 매출액 대비 매입액 비율을 통해 차액을 확인한 결과 지난해 1분기 매출에서 누락된 금액이 최소 3억3000만 원에서 최대 6억4000만 원에 이른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동훈그룹 오너 일가의 21개 택시회사 운영 방식은 하나의 차고지에서 4~6개 택시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는 누진세율을 회피하려는 쪼개기 의도도 보인다”고 했다.

박상길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있는 법을 지켜달라”며 “방영환 열사 대책위원회가 20여 개가 넘는 택시회사를 소유한 택시 재벌 동훈그룹의 회계자료를 살펴보니 탈세가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오늘 서울지방국세청에 탈세를 제보하며, 엄중하게 조사하고 책임을 묻기”를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이삼형 정책위원장은 “전액 관리제는 1994년에 만들어진 법이다. 지금까지도 택시회사의 탈세를 방지하기 위한 5번이 넘는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이 있었다. 하지만, 택시 택시 사업장은 영세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사각지대에 몰려있다. 이번 세무조사를 계기로 사각지대를 해소해 택시 재벌의 탈세를 막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해성운수는 수년 동안 미터기의 허점을 악용해서 매입 매출의 기록을 축소해서 제출하고, 그에 따른 세금만 내고 있었다. 제대로 된 조사를 촉구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도 대책위는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훈그룹에 대한 근로감독과 처벌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해성운수 사측이 법 위반 사항이 확인돼야 유족의 요구에 답할 수 있다는 입장인 가운데, 교섭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하루빨리 고인의 한을 풀어드리고 장례를 치르고자 하는 유족으로서는 더는 기다릴 수 없는 시점"이라며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대책위는 해성운수가 최저임금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피고발인 택시회사가 소속 택시 노동자에게 지급한 수당 중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은 모두 합쳐도 월 100만 원을 넘지 않는다"며 "피고발인 택시회사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해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고 있음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책위는 유족의 위임을 받아 진행한 서울고용노동청 및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과의 면담을 통해 편법으로 쪼개진 해성운수에 대한 근로감독만으로 부족하며 동훈그룹 택시 사업장 전체에 대한 근로감독을 요청해 왔다"고 짚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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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은 우선 해성운수에 대한 근로감독 실시 후 중대 위반 사항 확인 시 동훈그룹으로의 근로감독 확대를 검토한다고 답했고, 10월 4일부터의 해성운수에 대한 근로감독을 20명의 감독관을 투입해 실시해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책위는 노동부가 대대적인 감독을 벌였는데도 약 1개월 동안 결정이 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해성운수의 불법 여부를 확인하고 동훈그룹 20개 택시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 실시 여부를 결정할 충분한 시간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결정을 내놓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본지는 대책위는 주장과 기자회견 내용 등에 대해 문의하고자 해성운수 측에 전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해성운수 측 한 관계자는 "현재 해성운수 관련 임직원이 사무실 내에 없어 메모만 전달해 주겠다"는 말만 했다. 그 이후로도 답변은 듣지 못했다.

- 21개 택시회사 운영 정 회장 일가, 대책위 갈등 여전

한편 해성운수는 정부길 회장의 가족이 운영하는 동훈그룹의 21개 택시회사 중 하나다. 정 씨 일가는 택시 1대에서 출발해 2000여 대의 택시 재벌이 됐고, 택시운송업과 연관된 가스충전소 2개와 정비소를 소유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렵던 때 폐업하는 택시회사를 인수하며 공격적인 사업을 집행하고 있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는 "그 공격적인 사업방식은 노동자들에게도 다르지 않았다"며 "해성운수에서 일하던 고 방영환 노동자는 택시발전법에 의한 최저임금과 주 40시간 노동을 보장받고자 회사를 상대로 싸우다 해고됐고 대법원에서 이겨서야 겨우 복직할 수 있었다. 복직 후에도 회사는 법에 보장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100여만 원의 급여를 지급했고, 회사 대표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다"며 "이에 항의해 스스로 분신하셨고, 운명하신 지 100일이 되어가지만,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는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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