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 기간 연장ㆍ지체상금 가면...실타래 풀리나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사업성 문제로 공사가 중단됐던 경기도 고양시 CJ라이브시티 현장이 다시 정상화될지 이목이 쏠린다.

1년 가까이 공사가 중단되는 등 답보상태를 보였지만 최근 국토교통부의 조정안을 놓고 CJ와 경기도가 각각 내부 검토에 들어가면서 사업 재개를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해당 사업은 CJ그룹 내에서 대규모 복합문화시설 및 공연장을 개발 운영하는 계열사로, 그룹 70년 문화사업을 총망라하는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문화보국(文化報國)을 꿈꾸는 이재현 회장의 숙원사업으로 알려지기도 한다.

- 2015년 첫 착공 후 여러 차례 공사 중단…. 최근 공사 재개 기대감 '솔솔'
- 경기도 중재로 양 사 관계자 회의 진행 예정, 지역민 "상호 협의되길" 원해


나무위키에 따르면 CJ라이브시티 조성 사업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에서 진행하고 있다. K-POP을 비롯해 전 세계가 열광하는 대한민국의 음악, 영화, 드라마, 예능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세계 최초 'K-콘텐츠 경험형 복합단지'를 표방한다.

세계 최초의 'K-POP 공연 전문 아레나'를 포함해 다양한 콘텐츠 경험시설, 상업 ∙ 숙박 ∙ 업무 ∙ 관광시설, 한류천 수변 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K-콘텐츠의 글로벌 인기로 점차 늘어나는 한류 팬 및 방한 관광객들을 흡수할 'K-콘텐츠의 성지'를 목표로 한다.

최근 서울, 부산, 인천 등 국내 여러 지자체에서 우후죽순 추진 중인 각종 K-POP 인프라 조성 사업의 선두 주자 격이다.

- 이재현 CJ 회장의 숙원 사업, 향방은

CJ라이브시티는 경기도가 2015년 고양시의 옛 한류월드 부지 개발을 위해 추진한 'K-컬처밸리 조성 공모사업'에 CJ그룹이 참여, 'CJ E&M 컨소시엄'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며 주식회사 케이밸리(現 CJ라이브시티)를 설립했다. 총사업비는 1조8000억 원 규모다.

이듬해인 2016년, 경기도와 케이밸리가 사업협약 및 부지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은 시작됐다. 업계에선 수십 년간 문화공연 사업에 공들여 온 '이재현 CJ 회장의 숙원 사업"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국정농단 연루 의혹, 재정 악화, 원자잿값 상승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공사가 일시 중지했다. 당초 2024년 6월 말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현재까지 공정률이 17%에 불과하다.

취재진이 현장을 찾았을 때도 공사 현장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조용했다. 공사 관련 차량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출입문도 굳건히 닫혀 있었다.

펜스 너머로는 수풀이 무성했고 일부 교각만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공장 주변에는 '일산의 희망과 미래 CJ라이브시티-경기도, CJ 국토부 조정안 즉각 수용하라'는 플래카드만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해당 사업은 시작부터 좌초 위기를 맞았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며 약 11개월에 걸친 행정사무조사를 받았다. 종국에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됐다는 사실만으로 그 후 진행된 각종 인허가 절차에서 고난이 거듭됐다.

경기도의회 행정사무조사 11개월, 2차 사업계획 세부 개발계획 변경 승인 14개월, 3차 사업계획 승인 13개월, 아레나 건축인허가 12개월 등, 경기도 및 고양시의 인허가에만 무려 50개월이 소요되며 사업은 계속 지연됐다.

2021년 10월 27일, CJ라이브시티 전 단지 중 핵심 시설인 아레나의 착공식이 진행됐지만 2023년 4월 돌연 멈췄다. 나무위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부동산/건설 경기 침체 등으로 건설 원가 등 금융 비용이 급격히 상승한 탓'이라고 분석한다.

통상적으로 건설 비용 증가 시 시공사(한화건설)가 시행사 측에 공사비 조정을 요청하는 것에 반해, CJ라이브시티 아레나 공사는 이례적으로 시행사가 먼저 공사 '일시 중지'를 요청했다는 이유에서다. 현장에서 일 단위로 발생하는 불필요한 추가 비용을 최소화하고자 양사는 지난해 4월 15일을 기점으로 공사를 일시 중지하고 계약 조건 변경을 위한 재협의에 돌입했다.

일각에서는 ㈜한화 건설 부문과의 계약 조건 재협의가 지연될 경우 당초 계획한 2024년 6월 준공을 못 맞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이에 CJ라이브시티 관계자는 공사 중지 기한을 고려해 '2024년 연내' 완료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2023년 3월 말 기준 아레나 공사 공정률은 20%가 채 되지 못했다.

급기야 완공 시점이 늦어지면서 시행사인 CJ E&M이 지불해야 하는 지체배상금만 1000억원에 달하게 되자 공사연장 및 배상금 감면 문제 등을 두고 경기도와 CJ와 이견이 발생했다.

그런데 최근 사업의 정상화를 위한 정부 조정안이 나오면서 새 국면을 맞이할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민관합동 건설투자 사업(PF) 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7일 경기도에 CJ라이브시티의 '완공 기한 연장 및 지체상금 감면’ 등의 조정안을 제안했다.

이 조정안에 따르면 경기도에는 민간사업자의 비용 절감 및 유동성 확보 방안을 지원하고 완공 기한 연장과 지체상금 감면을, CJ 측에는 신속한 사업재개와 지체상금 감면 규모를 고려한 공공기여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이로써 경기도와 CJ 간의 이견 속에 중단됐던 CJ라이브시티 사업이 재추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조정안에 대해 우선 CJ 측은 이달 초부터 내부 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남은 PF 조정위 후속 절차와 일정에 맞춰 사업 협약의 주무관청인 경기도와의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끝까지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CJ 측은 “K 콘텐츠 문화기반시설 구축은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사업으로, 경기 북부 및 고양시 발전에도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경기도와의 대승적 협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일산을 지역구로 둔 홍정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역 신문을 통해 “조정 내용이 경기도와 CJ 각각의 입장에서 완전히 만족스럽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서로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국토부가 마련한 중재안인 만큼, 양측은 이를 최대한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협의 조정에도 열린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고 전했다.

- 정부 중재에 고양시-CJ 결정에 이목 집중

한편 뉴스웨이에 따르면 이 회장이 문화사업에 뛰어든 것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CJ제일제당이 삼성으로부터 독립한 직후였던 당시 그는 할리우드 신생 스튜디오였던 드림웍스에 3억 달러(당시 환율로 약 2300억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당시 제일제당 연간 매출액의 20%가 넘는 대규모 투자였다. 이 투자는 식품 중심 기업이었던 제일제당을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확대한 전환점이 됐다.

이후 CJ는 1998년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 강변을 오픈해 영화 산업을 본격화했다. 20여 년간 CJ그룹이 문화 산업에 투자한 금액은 7조 원을 훌쩍 넘는다. 현재 CJ그룹은 영화, 공연, 음악 등 문화사업을 전방위에서 펼치고 있다. CJ라이브시티가 완공되면 CJ그룹의 문화사업과 연계한 다양한 신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 회장은 최근 1세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SM엔터테인먼트의 인수에도 나서며 문화사업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