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헬기, 누가 불렀을까… ‘업무방해’ 고발당한 이재명 

괴한에게 피습당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했다. 사진은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며 목을 만지고 있는 이 대표. [글=이창환 기자, 사진=뉴시스]
괴한에게 피습당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했다. 사진은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며 목을 만지고 있는 이 대표. [글=이창환 기자, 사진=뉴시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지난 2일 오전 10시30분경 부산을 방문 중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괴한의 피습으로 목에 상처를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출동한 경찰에 검거됐고, 이 대표는 즉시 119구급차를 타고 부산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후 가벼운 처치를 받은 이 대표는 119소방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다. 이를 두고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응급을 요하는 수술이었다면, 부산대병원에서 즉시 수술을 받았어야 했고, 이송이 가능한 수준의 상처였다면 응급 상황에 사용하는 119헬기를 남용했다’는 지적이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 “국민 생명 앗아가는 불공정” 고발
강선우 “본인 가족이라면” vs 네티즌 “지방의료 밑바닥이란 의미?”

사건이 발생했던 2일 오전 이재명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 및 당원들과 함께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방문하는 중이었다. 사고 직전 이 대표는 지지자 및 취재진에 에워싸인 채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는 동선에서 기자들과 짧은 브리핑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그 때 방송카메라 틈에서 튀어나오던 A씨(67세 남)는 이 대표에게 “사인해 달라”며 접근해 순식간에 흉기를 휘둘렀다. 이 대표의 목을 공격한 A씨는 주변에 의해 제압당했고, 그대로 목을 잡은 채 쓰러진 이 대표는 눈을 감고 있던 장면이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현장에서 119구급대가 출동하기 전까지 이 대표는 눈을 감은 채 측근들에 의해 지혈을 받고 있었다. 

신고 10분 만에 출동한 경찰에 A씨는 현장에서 검거됐고, 뒤이어 출동한 119구급대가 이 대표를 부산대병원으로 이송했다. 상황이 전해진 부산대 병원 측은 응급 수술 준비에 들어갔고, 이 대표 도착 즉시 지혈을 위한 응급처치 및 혈관 상태 파악을 위한 CT촬영도 이뤄졌다. 

부산대병원 의료진은 경정맥 손상을 의심하고 수술집도를 준비했으나 그 사이 이 대표 측은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전원을 요청했다. 당시 이송 이유에 대해서 ‘수술 잘하는 서울대병원’이라는 언급이 나오면서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부산대병원 뒤로하고 서울대병원서 5시간 만에 수술

이 대표의 이송 과정에서 119헬기가 사용된 것을 두고 당시 민주당에서 나온 언급처럼 응급 요하는 중대한 수술이었다면 지역거점 병원으로 국내 최고 의료진을 갖춘 부산대병원에서 수술하는 것이 맞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반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해 수술할 정도로 응급 상황이 아니었다면 119헬기를 사용한 것은 특권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문제는 부산대병원에서 즉시 진행할 수도 있었던 수술이었으나,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하는 등 과정을 거쳐 이 대표의 수술은 결국 오후 3시45분에 시작됐다. 이 대표가 피습당한지 5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틀 뒤 부산대 병원에서는 “이곳에서 헬기 타고 다른 병원으로 이송한 것은 처음”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사실 부산대병원의 권역외상센터는 최종의료기관에 해당한다. 더욱이 서울대병원은 권역외상센터를 갖추지 않고 있어, 일반 수술환자의 수술시간을 미루거나 맞교환해 수술을 진행했어야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네티즌 B는 “평소 지방 의료 살려라, 공공의료 살려라, 지방 의사가 없다 하시던 당대표께서 비수도권 최대 규모 국립대병원, 국가지정 권역외상센터, 보건복지부 외상센터 연속 3년 A등급을 마다하시고 권역외상센터도 없는 서울대(병원)까지 헬리콥터를 타고 가니 구설수 나온다”라며 “‘지방에 의사가 없는 게 아니라 환자가 지방 병원을 안 가는 것’이라는 의사들 주장 그대로잖아요”라고 비판했다.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 관련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목 부위 살해 의도를 가진 피의자로부터 목숨을 잃을 뻔한 일이었다”라면서 “본인과 가까운 사람, 본인의 가족이라고 생각을 해도 그런 말을 할 수가 있겠느냐”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강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네티즌 KOO는 “강 의원은 자신이 주장한 의료시스템을 알고 있는 거냐. 결국 부산대 등 지방의료수준은 밑바닥이라는 소리 아닌가”라면서 “그래놓고 지방의료발전 같은 소리하지 말라”는 뉘앙스로 꼬집었다. 

119헬기 ‘출동원칙’ 지켰나, 119구급대가 불러야 ‘정상’

몇몇 제기된 문제 가운데 논쟁이 있는 첫째는 이 대표가 탑승한 헬기 사용에 대한 것이다. 이 대표를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전원시킨 119헬기가 누구의 요청에 의해 부산대병원으로 출동했을까. 정확한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로서는 119헬기를 부산대병원이나 서울대병원이 요청했는지, 이 대표를 부산대병원으로 이송했던 구급대가 요청했는지, 이 대표 측근이나 가족이 요청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의 이송을 이 대표 가족이 요청한 것으로 언론에 알려진 만큼 이 대표의 가족이 119헬기를 요청했을 가능성도 꽤 높다. 

사실 119헬기로 불리는 소방청의 ‘119Heli-EMS’는 탑승 조건이 있다. 당시 이를 준수했는지 여부도 관심사다. 소방청 구급역량개발팀에 따르면 중증 응급환자 발생 시 119신고 접수로 출동한 119구급대가 환자 상태 확인 후 헬기를 요청할 수 있다. 이 때 헬기는 협력병원을 경유해 의사를 탑승시켜 현장으로 출동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소청과의사회) 이재명 대표를 고발했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은 “국민 앞에 솔선수범해야 할 정치인의 의료진에 대한 부당한 갑질 및 특혜 요구로 의학적 중등도에 상관없는 패스트트랙, 수술 새치기를 근절하기 위해 이재명 대표와 그를 수행했던 천준호, 정청래 의원에 대해 고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취재진에게 “부산대병원에서 충분히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는데도 (이 대표는) 의료진과 수많은 구급대원을 대동해 국가 재산인 헬기까지 동원해 서울대병원으로 갔다”라면서 “이는 습관적인 특권의식”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 대표는 2021년 대통령 후보 시절 ‘국민 누구나 차별 없이 제대로 의료 서비스 받는 것이 공평한 나라 만드는 기본이자 공정한 나라 만드는 척도’라고 했다”라면서 “당시 ‘무턱대고 대학병원부터 찾고 우왕좌왕 옮겨 다니면 비용도 증가되고 치료시기도 놓치는 불이익이 발생한다. 지역간 의료격차 적극 해소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산대병원 국가지정외상센터가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센터이므로 이번 사건에서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서 수술받는 것이 본인의 말을 지키는 것이었다”라면서도 “이 대표는 그렇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평택시의사회 역시 소청과의사회와 함께 고발에 나섰다. 성남시의사회도 “연고지 병원으로 이송이 목적이면 시장 재임시절 지역의료 발전을 위해 세금으로 지은 성남시의료원으로 이송을 요구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국 각 지역의사회 역시 공동으로 “이 대표가 지역의료계를 무시하고 지역의료 전달체계를 무너뜨렸다”며 강한 비판에 나선 상황.  

결국 정부 의료정책에 대응하며 지역의료 살리기 및 지방의료 선진화를 외치던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100여일이 남은 상황,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비판 앞에 놓였다. 앞서 이 대표의119헬기 활용과 양측 병원에 대한 업무 방해를 어떻게 볼 것인가가 관건으로 보인다. 한편 이 대표는 지난 10일 퇴원해 자택으로 이동하기 전 취재진 앞에서 “증오 정치, 대결 정치를 끝내고 서로 존중하고 상생하는 제대로 된 정치 복원의 이정표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119헬기. [소방청]
119헬기. [소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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