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이 바로서야 농촌경제 활력 찾아”
“율곡농협 말단직원에서 5선 조합장으로 일하고 있어”
“농협의 존재 이유는 ‘농민’이고, 농협의 존재가치는 ‘판매농협’구현이라는 비전을 실천”
“작년 12월 기준, 율곡농협 경제사업량은 500억원 규모로 전국 평균 크게 초과”

[일요서울 l 김을규 기자] 이달 25일 200만여 조합원을 대표하는 제25대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가 실시된다.

이번 선거는 농협·축협·품목농협 등 조합 1111곳의 조합장들이 17년 만에 조합장 직선제로 중앙회장을 선출한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높다.

조합원 수 3000명 이상인 조합(141곳)엔 2표가 부여돼 전체 표는 총 1252표다.

이중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으면 당선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후보자를 대상으로 결선 투표가 진행된다

.4년 단임제인 농협중앙회장은 비상근이지만 206만명의 농협 조합원을 대표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업계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8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2020년 선거에서 3위에 올랐던 강호동 후보(합천율곡농협 조합장)는 지난 4년 간 절치부심하면서 이번 선거를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

일요서울은 ‘무이자 자금 20조원을 전국의 모든 조합에 지원한다’는 공약을 내걸고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전에 뛰어든 강호동 후보와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출마의 변을 들어봤다.

 -먼저, 합천율곡농협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1987년에 율곡농협에 입사했는데, 농업 현장에서 보낸 세월만 올해로 37년이 되는 셈입니다.

처음 조합장으로 부임할 당시만 해도 율곡농협은 농협중앙회로부터 합병권고 경영감사를 받은 부실농협에 가까웠습니다.

저의 일관된 경영철학은 약체농협을 작지만 강한 농협(强小農)으로 만드는 것이며, 그길은 ‘경제사업에 강한 농협’에 있다는 믿음 하나로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지금은 율곡농협이 위기에 강한 강소농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농협인으로서 보람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율곡농협은 전국에서 몇 안 되는 1개 면 단위 단일농협으로 조합원 수가 1,067명 정도인 작은 조합입니다.

이러한 율곡농협이 강소농으로 불리는 이유는 경제사업량이 비교 우위를 보일 정도로 견고하기 때문입니다.

작년 12월 기준, 율곡농협의  경제사업량은 500억원 규모로 전국 평균을 크게 초과하는 실적을 거뒀습니다.

또한, 율곡농협은 15년 전 전국에서 처음으로 농협이 직접 농장을 운영하는 생장물사업을 하는 곳으로 더욱 유명합니다.

생장물 사업을 통해 직원들이 생산-가공-판매 전 과정을 몸소 체험함으로써, 지금의 농작업 대행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농협의 존재 이유는 ‘농민’이고 농협의 존재가치는 ‘판매농협’구현이라는 비전을 현장에서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5선 조합장으로 일하고 있는 지금도 이러한 신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 출마를 결심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율곡농협에 말단직원으로 발을 디딘 후  농업·농촌 현장에 뿌리를 두고 농협에 근무해오고 있습니다.

지역의 작은 농협 조합장이 회장이 되어 거대한 농협중앙회를 맡아 이끌고 가는 것에 대해 미덥지 않은 시선이 있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농촌의 작은 강소농협 이었기에 농·축협의 어려움과 애환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역대 중앙회장도 대부분 농촌농협 출신임을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40여 년간 농업·농촌지역에서 현장의 문제가 무엇인지 애절함과 간절함으로 몸소 체험하며 지내왔습니다.

조합장 취임 이후에는 중앙회 문턱이 닳도록 밟아 중앙회 업무 및 간부급 직원과의 교류범위를 넓혀왔습니다.

지난 60년이 농협중앙회 중심의 운영이었다면 새로운 60년의 첫 걸음은 농·축협이 중심이 되어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을 만들어 보자는 열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은 중앙회 및 농ㆍ축협의 혁신과 변화를 통해 농·축협과 중앙회가 함께해 농업인을 위한 농협으로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글로벌 농협을 지향하여 세계속의 대한민국 농협을 만드는데 준비된 최고의 적임자라고 생각합니다.  

-도농간 조합 격차가 심각한 상황인데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농·축협의 지역격차 해소는 협동조합이 직면한 시대정신과도 같습니다.  

상호금융은 1969년 출범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여·수신 규모가 800조 원에 달하는 지역 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시중은행 점포보다 많은 농·축협 영업점이 강력한 지역금융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인구 및 도시 접근성에 따라 농·축협의 신용사업 규모격차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농촌형 조합들은 경제사업 기반이 날로 위축되고, 수익의 원천인 신용사업  수익기반도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농촌형 조합이 더 어려운 이유는 무엇입니까.   

▲농·축협은 신용사업의 성과를 기반으로 경제사업을 지원하는 선순환이 잘 이루어져야 내실 있는 성장이 가능해집니다.

그러나 농촌에 있는 조합들은 도시에 있는 조합에 비해 이러한 환류 시스템이 견고하지 못합니다.

경기가 어려울 땐 대출수요가 부진해 여유자금 운용에 대한 부담이 늘고, 경기가 좋을때는 부실위험이 높은 대출이 늘어나면서 어려움을 겪는 농촌형 조합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농·축협의 부실채권 비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우려가 큽니다.

2021년에 1.3%에 불과했던 연체율이 지난해 상반기에는 2.5%로 2배 가까이 올라간 상태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자산규모가 작고 대도시에서 먼 조합일수록 부실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입니다.

결국, 금융 격차가 농·축협의 도농 격차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따라서 도농간 조합 격차는 해당 지역 농·축협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농협중앙회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문제로 인식 돼야 할 것입니다.

범농협 차원의 근본 대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중앙회 상호금융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지난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절반 이상인 118곳이 소멸 위험 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지방소멸 위험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지역 농·축협이 직면한 금융양극화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협동조합 현안으로 여기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처럼 농·축협을 둘러싼 금융환경이 어려워질수록  상호금융의 역할이 더 중요해집니다.

중앙회 상호금융이 견고해야만 지역 농·축협이 신용사업을 통한 활로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앙회 상호금융은 농·축협의 수익력을 높이는 수익센터인 동시에 조합간 상생금융을 견인하는 지원센터가 돼야 합니다.

상호금융 공동대출 사례와 같이 기반이 약한 지역의 공동 신용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향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상호금융 특별 회계입니다.

상호금융특별회계는 자금의 원천이 농·축협의 예치금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연합회적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습니다.

농축협이 여유자금을 특별회계에 예치하면 이를 운용해 예치금 이자로 돌려주고, 이를 경제사업 활성화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업 및 손익기반이 취약한 농·축협은 그동안 특별회계의 추가 정산에 높은 의존도를 보여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여전히 많은 농·축협들이 상호금융 특별회계의 추가정산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본질은 사업환경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농·축협들에게 어떻게 특별회계의 수익창출과 농·축협 환원력을 높일수 있는가에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특별회계에도 새로운 인식과 제도적 변화가 모색돼야 합니다.   

-중앙회 상호금융의 당면 현안은 무엇입니까. 

▲중앙회 상호금융은 그동안 농축협 수익센터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농·축협의 눈높이로 보면,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첫째로는 상호 특별회계가 100조 원이 넘는 굴지의 자금운용 기관으로 성장했지만, 지극히 저조한 운용수익률은 예나 지금이나 개선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제도변경으로 농·축협에게 매년 5,000억원씩 시행해왔던 추가정산도 없습니다.

지금처럼 자산운용 역량이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그 충격은 고스란히 농·축협 경영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익성 문제는 물론, 꾸준히 제기되는 예치금 이자에 대한 투명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합니다.    

두 번째로는 농·축협과 금융지주가 표면적으로 협력하면서도 선택적으로 경쟁하는 경합 관계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불과 지척의 거리에서 한 뿌리를 두고 있는 농협은행과 농·축협이 고객유치를 위해 점포 경합을 벌이면, 금리와 금융서비스면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농·축협이 밀려날 수 밖에 없습니다.

협동조합금융이 영업점을 놓고 서로 경합하는 비효율은 사업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고, 협동조합의 소유 및 통제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농협은행은 수도권이나 대도시를 중심으로 사업경쟁력을 높이고, 농·축협은 지역금융 기반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농·축협이 제1금융권에 준하는 금융기관으로 성장해야 하는데, 이 역시 중앙회 상호금융이 풀어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중앙회 상호금융이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가장 시급한 일은 중앙회 상호금융을 농축협의 수익센터로 혁신하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특별회계를 금융환경 변화에 맞는 자산운용 전문기관으로 새롭게 정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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