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2024년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한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는 내용을 명기하라고 지시했다. 또 “전쟁이 일어나면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해 편입시키는 문제”도 반영하라고 했다.

이 같은 김정은의 노선 전환은 4월 한국 총선과 11월 미국 대선을 앞둔 세 가지 노림수가 숨어 있다. 북한 체제 유지에 대한 불안감 해소, 미국과의 관계 개선, 남남분열 전술을 통한 국내의 종북세력 입지 강화가 그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023년 7월 4일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이기는 전쟁보다는 낫다”고 말한 적이 있다. 평화는 전쟁도 불사할 수 있는 총력태세가 있어야 지킬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만약 김정은이 국지전이나 전면 남침을 감행한다면 “무력의 끝은 자멸이다”라는 결연한 천명을 해야 한다.

800년 동안 중국 및 북방 민족과의 전쟁을 포함해 7세기 수·당나라와 ‘70년 전쟁’을 벌이며 ‘민족의 방파제’ 역할을 해온 고구려의 역사는 우리 한민족의 긍지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숱한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동북아 최강국으로 우뚝 선 고구려는 내부 분열로 나당연합군에 패망했지만, 역사에서는 절대로 패배하지 않았다. 고구려의 대(對)중국 투쟁은 고구려 유민(遺民)과 신라군이 연합한 ‘나당7년전쟁’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고구려사에서 배워야 할 것은 지정학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강한 나라’로 살아남고자 했던 선조들의 담대한 용기와 탁월한 지혜이다. 고구려가 고대국가로 성장하는 데 큰 공헌을 했고, 한나라 대군을 물리쳐 강성대국의 기초를 닦은 인물이 바로 명림답부(明臨答夫, 67~179)이다.

명림답부는 고구려 최초의 국상(國相)으로, 연나부(椽那部) 명림씨 출신이다. 165년(차대왕 20) 조의(皁衣, 고구려의 10관등 중 제9위)로 있으면서 횡포와 학정을 일삼아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한 차대왕(次大王)을 시해하고, 왕제(王弟)인 백고(伯固)를 제8대 신대왕(新大王)으로 옹립하였다.

이듬해 명림답부는 99세에 국상에 취임하여 정치·병권을 도맡았다. 172년 11월. 후한(後漢)의 현토태수 경림(耿臨)이 10만 대군으로 고구려를 침공했다. 어전회의에서 모두 “나가서 싸울 것”을 주장하였지만, 명림답부는 “우리는 군사는 적지만 험난한 지형을 갖고 있고, 한나라는 군사는 많지만 군량미 수송의 어려움이 있다. 처음에는 수비를 하면서 한나라 병력을 약화시킨 뒤에 싸우러 나간다면, 이것이야말로 백전백승의 방략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선수비 후공격’의 지구전 책략을 정하고, 인민과 양곡과 가축을 성에 모으는 ‘청야전술(淸野戰術)’을 폈다. 이 청야전술은 612년 수나라 30만 대군을 물리친 을지문덕(乙支文德)의 ‘살수대첩’과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모델이 되었다.

후한의 군대는 침략한 지 수개월이 되어 군량미가 다해 굶주리게 되니, 결국 군대를 되돌리게 됐다. 105세의 명림답부가 수천 명의 기병을 이끌고 좌원(坐原, 요녕성)까지 추격하여 전멸시켜 한나라 군대는 한 필의 말도 돌아가지 못했다. 179년 9월. 명림답부가 113세의 고령으로 타계하자 신대왕은 7일 동안 조회를 파하였으며, 왕의 장례에 해당하는 예법으로 장사지냈다.

고구려 5대 모본왕의 ‘1차 요동전쟁’, 6대 태조왕과 7대 차대왕의 ‘2차 요동전쟁’에 이어, 8대 신대왕과 명림답부의 ‘제3차 요동전쟁’에서의 승전은 고조선의 옛 강토인 요동에 대한 한나라의 침략 야욕을 분쇄하고, 고구려의 강성을 내외에 과시한 쾌거였다.

뛰어난 ‘청야전술’ 지략으로 한나라 대군을 물리친 불세출의 명장, 명립답부를 경모하는 필자의 자작 한시를 소개한다.

自尊靑史擧兵禁(자존청사거경금) 역사상 자존은 경솔한 거병을 금하는 데서 시작했고

礎石强盛破外侵(초석강성파외침) 외침을 격파하여 강성국가의 초석은 다졌네

大漢三崩遼北靡(대한삼붕요북미) 한나라 대군은 세 번 패배해 국경분쟁이 종식됐고

天孫連勝極東臨(천손연승극동임) 고구려 군은 연전연승해 만주의 주인으로 군림했네

守城耿耿全民願(수성경경전민원) 수성을 굳게 믿는 것은 온 백성의 소망이었고

淸野綿綿智將心(청야면면지장심) 청야 전략은 면면히 이어져 지장들이 사용했네

報國盡忠都鄙哭(보국진충도비곡) 충성 다한 후 (천명을 마치니) 경향의 백성 울었고

如斯快事震檀欽(여사쾌사진단흠) 이 같은 통괘한 일을 우리나라 모두 공경하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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