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법무장관이 비대위원장이 된지 한 달이 돼어 간다. 그 직전 김기현 대표는 대표에 선출된 지 9개월 만에 자진사퇴했다. 두 사람 공통점은 둘 다 윤심으로 당 대표직과 비대위원장직에 올랐다는 점이다. 그 한계는 명확했다. 잘못해서 나갈 때 아무도 눈길을 주질 않는다. 자신의 힘으로 오른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점도 있다. 김 전 대표는 대권주자감이 아니고 한 위원장은 여권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라는 점이다. 그래서 총선 출마자들은 인기없는 대통령 사진보다 인기 있어 보이는 한 위원장과 찍은 사진으로 선거를 치르려 한다. 이 정도면 윤 대통령이 기분이 나쁠 만도 한데 전혀 그런 기색을 느낄 수 없다. 어차피 한 위원장이 자신을 밟고 클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오히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이 잘하고 있다고 흐뭇해할 공산이 높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거대야당 원내대표가 나서 윤석열과 한동훈을 한몸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한 장관을 가리키며 술 안 먹는 세련된 윤석열”, “대통령 아바타라고 비판했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는 나이만 살짝 어린 쌍둥이이라고 평가했다. 야권진영에서 이렇게 공격하는 것은 여론조사 때문이다. 정권 심판론이 높은데다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낮은 상황이다. 인기 좀 있는 한 위원장과 대통령 동일시 전략이 총선에 유리하다. 반대로 여권에서 윤 대통령 부부를 숨기고 한 위원장을 부각시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당이 총선 정국에서 승리할려면 넘어야 할 산이 두 개 있다. 하나가 윤석열 대통령이고 또 다른 하나는 김건희 여사다.

윤 대통령은 2년 동안 한 번도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출입기자들뿐만 아니라 보수언론에서도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언론은 국민을 대신해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사람들이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부산 엑스포 유치전은 대체 어떻게 된 건지. 80년대도 아닌데 대기업 오너들을 지역행사에 병풍처럼 대동한 이유는 무엇인지...강대강으로 치닫는 북한 리스크는 어떻게 관리하고 해결할 것인지 무엇보다 먹고사는 문제, 청년 실업문제, 저출산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대책은 무엇인지 영수회담은 언제 쯤 할 생각인지...궁금한 게 한두 개가 아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본인 할 말만 하고 사라져버리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

한 위원장은 장관에서 집권여당 당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 공천권만 행사하려고 비대위원장이 된 게 아니다. 원희룡 장관과 김경률 회계사를 낙하산 공천하면 그 지역에서 몇년간을 피땀흘려 준비한 출마자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도 살펴볼 일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에게 국민과 대화인 신년 기자회견을 하라고 건의해야 한다. 숨는 것보다 정면돌파를 선호하는 한 위원장과 대통령이 아닌가.

또 하나는 영부인 리스크를 설전 풀어야 한다. 대통령의 호통이 무서워 아무도 못 하는 고양이 방울 달기를 한 위원장은 할 수 있다. 대통령 나서서 풀 수 없는 문제가 바로 영부인 리스크다. 한 위원장이 나서서 쌍특검에 여당 의원들도 동참해달라는 제안을 하던지 아니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 입장을 밝혀달라고 말해야 한다. 그래야 한동훈 위원장이 한기현(한동훈+김기현)이 되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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