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도 죽여보고, 펜으로도 죽여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고 하지만, 결코 죽지 않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일 괴한에게 피습 테러를 당한 이후 보름 만에 당무에 복귀하면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이 발언은 어느 특정한 세력이 사법과 언론의 힘을 동원해서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앗아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자 이번에는 칼잡이를 동원해서 자신의 생물학적 목숨을 노렸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 자신에 대한 피습 테러의 배후 관계를 모두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이야기의 골자인 듯싶다.

이에 도둑이 제발 저린 격으로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재명 대표의 발언에 대해, “그 정도면 망상 아닌가요? 제가 이상한 얘기는 안 하려고 했는데요. 칼로 죽여본다? 누가 죽여본다는 얘기인가요? 제가? 우리 국민의 힘이? 아니면 국민들이? 그건 그냥 굉장히 이상한 사람이 굉장히 나쁜 범죄를 저지른 것뿐 아닙니까?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걸 그렇게 정치적으로 무리하게 해석하는 것은 평소에 이재명 대표다운 말씀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며, 검찰 출신 애송이 정치인다운 이상한 이야기를 하여 실소(失笑)하게 만들었다.

그렇다. 이것이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다. ‘적대적 공생 관계에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대 정당은 이렇듯 대표부터 나서서 상대 정당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상종하지 못할 정치세력으로 치부한다.

이재명 대표가 자신에 대한 피습 테러 행위에 대하여 칼로 죽이려고 했다는 직설적인 표현보다, ‘칼로 이재명의 생명을 앗아갈 수는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은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을 것이다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제1야당 대표의 발언에 대하여 망상이라고 치부하며, 말꼬투리를 잡고 싸울 것이 아니라, 피습 테러에 대해 깊은 위로의 말을 건네며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납득할 때까지 피습 테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면 어땠을까?

가정이지만 현재 자신들이 처한 정치적 위상보다는 훨씬 더 많은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고,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정치인으로 변해있을 것임에는 틀림없다.

일반인의 말 한마디는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지만, 주요 정당 대표의 말 한마디는 천만 표를 움직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폭언과 경멸, 혹세무민의 발언을 남발하여, 마치 필자가 70년대 다녔던 국민학교 시절 국어책에 나오는 의좋은 형제설화처럼 서로에게 천만 표를 거저 가져다 주는 우를 범하고 있다. 그런데 둘은 그러한 사실을 모르니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끊임없이 공전을 거듭하며 우리 정치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둘은 의좋은 형제도 아니다.

정치는 언어의 예술이다. 말로서 상대를 설득하고, 말로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게임이다. 그러한 게임의 진수가 선거이다. 이번 국회의원 총선거는 말을 언어의 예술로 승화시킨 동량(棟梁)들 간의 경쟁이 되었으면 좋겠다.

독설(毒舌)로 상대를 굴복시키려 하고, 감언이설(甘言利說)로 유권자를 현혹해서는 안 된다. 상대의 장점은 인정하되 더 나은 자신의 장점을 어필하고, 편가르기로 쉽게 유권자의 마음을 얻으려 하지 말고, 유권자가 스스로 자신을 지지할 수 있는 신뢰의 언어로 말하기를 바란다.

선거의 시기에는 말로 망하는 자와 말로 흥하는 자가 있다. 현근택과 같은 이는 이미 말로 망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말로 망하는 자가 경쟁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말로 흥하는 자가 경쟁을 주도할 수 있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