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번가, 공정위에 쿠팡 신고… 경쟁사 간 신경전 계속
- 이커머스업계, 판매수수료율 갑론을박 "계약별로 천차만별"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최근 4년 9개월 만에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과의 앙금을 푸는 등 유통업계와의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던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이 수수료율을 둘러싸고 11번가와 날 선 공방을 예고 중이다.

최근 11번가는 공정위에 쿠팡을 신고했다. 앞서 CJ올리브영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 고소한 데 이어 이번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쿠팡을 상대로 한 '반 쿠팡 연대'가 또 다시 모습을 드러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쿠팡 측이 해명자료로 낸 내용 중 일부 캡쳐
쿠팡 측이 해명자료로 낸 내용 중 일부 캡쳐

11번가와 쿠팡의 신경전은 지난 3일 쿠팡이 한 언론매체 보도에 반박 자료를 내면서 불거졌다. 쿠팡은 해당 자료에서 "쿠팡이 수수료 45%를 떼어간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며 쿠팡의 수수료는 업계 최저 수준으로 최대 10.9%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1번가의 최대 판매수수료는 20%, 신세계(G마켓‧옥션)는 15%이며 이는 각 사 공시 자료를 참고했다고 덧붙였다. 판매수수료는 상품 판매와 관련된 중요한 거래조건으로 전자상거래 사업자가 상품의 가격·판매량 등에 따라 카테고리별로 각각 다르게 설정하고 있다.

- ‘수수료 왜곡?’에 뿔난 11번가, 쿠팡 공정위에 신고

해당 사실이 알려진 직후 11번가 측은 즉각 반발했다. 자사 최대 수수료율이 20%인 것은 맞지만, 이는 185개 카테고리 가운데 3개만 해당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히려 나머지 180개 카테고리의 수수료율은 7~13% 수준인데, 쿠팡 측이 마치 전체에서 수수료를 20%나 떼어가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11번가는 “쿠팡이 명확한 기준이나 객관적인 근거 없이 극히 일부 상품에 적용되는 최대 판매수수료만을 비교해 11번가의 전체 판매수수료가 쿠팡에 비해 과다하게 높은 것처럼 왜곡해 대중에게 공표했다”라면서 “기업 이미지 손상과 판매자, 고객 유치에 큰 영향을 주는 중대한 사안이라 판단해 신고를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판매수수료는 상품 판매와 관련된 중요한 거래조건으로 전자상거래 각 사업자가 상품의 가격‧판매량 등에 따라 카테고리별로 각각 다르게 설정하고 있다”라면서 “쿠팡이 언급한 11번가의 최대 판매수수료(명목 수수료, 20%)는 11번가의 전체 185개 상품 카테고리 중 단 3개에 적용되고, 180개 카테고리의 명목 수수료는 7~13%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지마켓 관계자도 15%라는 수수료는 120개 카테고리 가운데 1개에 불과하다며, 평균이 아닌 최대 수수료를 끄집어내 비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쿠팡 측은 이미 발표된 자료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쿠팡 측은 "해당 공지는 각 사의 공시된 자료를 기초로 작성됐고, 최대 판매 수수료라는 기준을 명확히 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업계 일각에서는 11번가가 이번 쿠팡에 대한 공정위 신고를 계기로 본격적인 '반 쿠팡 연대' 활동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쿠팡의 몸집이 커지면서 경쟁사와 갈등을 빚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쿠팡은 지난해 7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헬스앤뷰티(H&B) 1위 업체 CJ올리브영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당시 쿠팡은 "CJ올리브영이 쿠팡을 경쟁 상대로 여기고 뷰티 시장 진출과 성장을 방해하기 위해 힘없는 중소 납품업자를 대상으로 쿠팡 납품과 거래를 막는 '갑질'을 수년간 지속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올리브영 압박에 못 이긴 업체들이 쿠팡과 거래를 포기했다"며 "쿠팡은 납품업자들로부터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받지 못해 막대한 피해를 보아 신고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쿠팡에 따르면 올리브영은 2019년부터 현재까지 쿠팡이 뷰티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업체들이 쿠팡에 납품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거래에 따른 불이익을 주는 등 거래를 방해하고 있다.

이에 납품업자로부터 경쟁력 있는 화장품 공급을 방해받고 있으며, 따라서 사업에 막대한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CJ올리브영이 매년 2조가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을 뿐 아니라 CJ올리브영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80%는 국내 중소 납품업체가 납품하고 있는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쿠팡 측은 "CJ올리브영의 납품 방해 행위는 시장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다른 사업자와 거래를 막는 배타적 거래 행위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했다.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 유통업체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납품업자 등에게 배타적 거래를 하도록 하거나, 납품업자 등이 다른 사업자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쿠팡은 납품을 고려하던 경쟁력 있는 업체들이 CJ올리브영의 압박에 못 이겨 입점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CJ올리브영은 이날 "중소 뷰티 협력사의 쿠팡 입점을 제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 4년 9개월 만의 화해…업계 분위기는 '아직'

한편 쿠팡은 LG생건과도 갈등을 빚으며 거래를 중단했다가 4년 9개월 만에 화해했다.
쿠팡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쿠팡과 LG생활건강이 4년 9개월 만에 다시 손잡았다. 이제 쿠팡 고객들은 엘라스틴, 패리오, 코카콜라, CNP 등 LG생활건강 상품들을 다시 로켓배송으로 빠르게 받아볼 수 있다"며 "쿠팡은 고객들의 고물가 부담을 덜기 위해 우수한 상품과 서비스로 ‘고객 감동’에 더욱 집중한다는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쿠팡 관계자는 “쿠팡의 전국 단위 로켓배송 물류 인프라와 뷰티·생활용품·음료 분야에서 방대한 LG생활건강의 상품 셀렉션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가겠다"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도 “향후에도 고객들이 좋은 품질의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유통 채널에서 마케팅 활동을 지속해서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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