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따가운 눈살에 못 이겨... '비이자이익' 찾기 급급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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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지훈 기자] 은행권이 ELS 사태로 비판받으며 비이자수익 찾기에 혈안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간 은행의 독과점 시스템 개선을 주문해 왔다. 금융당국과 정치권도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는데 은행은 ‘이자 장사’에 매몰돼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은 이런 목소리를 감안해 비이자이익을 늘리는 데 신경 썼다. 이 중 하나가 예금 외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 것이다. ELS를 주로 많이 팔아왔던 이유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은행업계 ‘성과급 돈 잔치’... 정부·금융 당국에 질타
-2024년 하반기 금리 인하 예상... 성과급 줄이기

은행업계가 ‘성과급 돈놀이’라며 정부와 금융 당국의 수많은 질타를 받았다. 은행권은 되레 수익성 하락을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금리가 지속되던 환경이 올해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돼 이자수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부실에 대비해 대규모로 충당금을 늘린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은행권에서도 자체적으로 이자수익에 의존하는 기존의 체계에서 벗어나 비이자수익 확충, 글로벌 시장 비중 확대 등의 자구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대 시중은행인 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지난해 신탁 수수료 이익 총액은 8384억 원이다. 이 중 ELS 판매 수수료가 8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비이자이익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상품군을 구성하고 또 소비자 이해를 돕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손실 발생 우려가 있다고 한순간에 ‘금지’를 운운한다면 은행 입장에서 팔 수 있는 상품이 정말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금융 소비자 선택권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모두가 손해”라고 말했다.

-비이자이익 환경 조성 시급

본지와 이야기를 나눈 금융전문가는 “손실 우려 있다고 ‘무조건 금지’ 조치만 시행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금융상품 R&D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 은행에서 금융상품을 만들었을 경우 그 상품에 대한 수요가 많을 시 타 금융권에서는 비슷한 성격을 가진 상품을 연달아 만든다”며 “은행이 비이자이익을 낼 수 있는 환경 조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3분기까지 5대 은행의 누적 순익은 약 11조3282억 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약 10조759억 원)보다 12.4% 증가했다. 이자수익에서 이자 비용을 뺀 이자이익은 약 28조6920억 원으로 역시 2022년 같은 기간(약 26조3804억 원)보다 8.8% 늘었다.

지난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하나은행을 제외한 은행들이 올해 임금·단체협약을 타결한 상황이다. 4개 은행의 올해 임금인상률은 일반직 기준 2.0%로 결정됐다. 지난해 3.0%에서 1.0% 낮아진 수준이다.

-너도나도 성과급 줄이기 급급

국민은행은 통상임금의 230%를 올해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통상임금의 280%에 더해 현금 340만 원까지 지급하면서 마무리됐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월 기본급의 361%였던 성과급 규모를 올해 281%로 축소했다. 이 성과급 중 현금과 우리사주 비중도 각 300%와 61%에서 230%와 51%로 조정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아직 성과급 규모를 확정 짓지 못했다. 다만, 지난해 월 기본급의 292.6%에 달했던 성과급이 올해는 180% 정도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NH농협은행의 올해 성과급은 통상임금의 200%와 현금 300만 원으로 결정됐다. 지난해 통상임금의 400%와 200만 원을 지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조건이 나빠졌다.

은행들은 각종 복리후생을 강화해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축소를 보완했다. 국민은행은 올해 월 기본급의 절반에 해당하는 액수의 우리사주를 연간 지급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우리사주 의무 매입을 폐지하고 직원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한다. 원격지 발령 직원들에게는 교통비를 지원한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그에 반해 직원 보상을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현주소다. 은행들은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가 예상돼 경영 여건 또한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임금인상률과 성과급 책정에 비교적 보수적인 태도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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